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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대나무공예의 ‘명인’ 오마탁씨

▲ “담양보다 익산 죽제품이 원조”

56년 동안 대나무와 함께 한 외길 인생.. 제작 가능한 제품 헤아릴 수 없어
담양 박물관에서 판매되는 그의 죽부인 최고 품질.. 죽제품센터 운영 아쉬워

“지금은 담양이 죽제품의 원조라고 하는데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야. 익산이 원조이고 담양은 새끼쳐 간거라고 보면 맞아”

익산 북부시장에서 유일한 죽제품 상점인 ‘전라 죽제’를 30여 년간 운영하고 있는 대나무공예가 죽헌(竹軒) 오마탁(71)씨. 그는 익산이 담양보다 죽제품 공예의 원조라고 말한다.

오씨는 그 근거로 담양 죽물 시장이 강경 죽물시장보다 늦게 생겼던 점, 대나무 바구니 종류 중 하나인 조개피소쿠리를 담양에서는 궁딩이소쿠리라고 부른다는 점, 동그란 모양의 바구니를 익산에서는 원형 바구니라고 부르는데 담양에서는 개량 바구니라고 부른다는 점을 들었다. 원조에 가까운 말이 익산에서 쓰는 말이고 담양에서 쓰는 말은 뒤늦게 생겨난 말이라는 것이다.

“익산에서 만든 죽제품이 강경시장에서 전국으로 팔려나갔는데 언젠가부터 담양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뺏겼지 뭐. 낭산면 상낭부락에 죽제품센터라고 있는데 간판만 달아놓고 만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대나무와 함께 살아온 56년의 시간에 대한 자존심과 회한이 물씬 풍기는 오마탁 장인의 소회다.

오마탁 씨는 대나무가 풍부하게 자라던 낭산면 태생으로 16세부터 대나무 공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른 꿈은 생각 못할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고 중학교 3학년 때에는 당시의 수업료인 ‘사친회비’를 3개월가량 못내 졸업장도 받지 못했던 것.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3대에 걸친 죽제품 장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이후 군대에 다녀올 때를 제외하고는 평생 대나무와 함께하게 된다. 솜씨가 좋았기 때문에 벌이도 꽤 괜찮았다고 한다.

오 씨는 “그 때 한 달 월급이 말단 순사가 쌀 7말, 학교장이나 면장정도 되면 쌀 1가마였는데 죽제품 만들어 팔면 쌀 1가마가 더 됐어. 취직하는 것보다 돈벌이가 나았지”라고 말했다.

죽공예가 돈벌이가 되자 당시 죽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오 씨는 배우고자 오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가르쳤다. 찾아오는 사람 외에도 춘포면에서 6개월, 충남 서산 남면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도 강사로 초청돼 학생들에게 죽제품 만드는 법을 전수할 정도였다.

그러나 죽제품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제개발 계획이 끝나갈 무렵 플라스틱 바구니가 들어오면서 죽제품의 인기는 수그러들었다.

오 씨는 “나한테 배워서 식구가 굶지 않고 살던 사람이 잘 될 때는 고맙다고 하다가 죽제품사업이 안되니까 왜 가르쳐 줬냐는 원망도 들었어”라고 말했다.

강경에 죽물 시장이 없어지고 판로가 없자 그는 84년 겨울 북부시장에 ‘전라 죽제’를 열고 30년 째 운영하고 있다. 새벽 4시 30분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으며 열심히 살았으며 지금도 상점에서 손수 죽제품을 만들며 잠시도 손을 놓지 않고 있다.

그가 만들 수 있는 죽제품이 몇 가지나 되냐는 질문에 오씨는 “헤아릴 수 없다”고 대답한다. 대나무로 무엇이든 전부 만들 수 있다는 얘기. 대나무 엮는 방법도 연구를 거듭해 아름다운 무늬의 ‘국화문’을 개발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익산시내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쓰던 ‘지구본굴리기’ 공을 거의 다 제작했으며, 삼기 기세배놀이에서 사람이 들어가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꿩’을 대나무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 이리역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화형식에 쓰일 인형을 만들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나무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숙명적으로 그는 곰발바닥 같이 두꺼운 손을 얻어야 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단단한 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담양 죽공예박물관 및 시장에서는 그의 죽부인을 최고 품질로 인정받아 가장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누구도 그의 솜씨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담양군에서 그를 이주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오마탁 씨는 “그런 연락이 왔길래 내가 성은 안 간다고 하고 거절했어. 익산에서 태어나 여태껏 익산 대나무로 죽제품을 만들며 살았는데 이제 와서 담양 사람입네 하긴 싫다고. 지금까지 익힌 기술을 전수해주고 싶은 맘은 있는데 건강도 좋지 않아 어떻게 될지 몰라”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