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이 알을 품은 대붕포란형(大鵬抱卵形) 명당자리..

새의 목 부분에 위치한 대조마을에서 산신제 지내

어른들이 모여 마을 질서 바로잡던 공회당..

세 정승(政丞) 난다는 마을은 농수로가 난 뒤부터 인물 없어

용동면(龍東面)은 익산시의 북단에 위치해 논산시 강경읍으로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 고장이다. 함열읍에서 강경으로 이어지는 호남선 철도가 지나는 길목으로 한때 많은 이들이 이용하던 용동역이 있지만 현재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 쓰이지 않고 있다.

용동면은 백제시대에는 함열현, 신라에선 칠성군, 고려에는 풍제(豊堤)현, 조선시대에 이르러 용안현으로 불렸고, 1914년 용안면으로 개칭되어 불리다가 1970년 용안면 용동출장소로 분리, 1986년 4월에 용동면으로 승격된 고장이다.

용안면의 동쪽에 위치한 곳이라고 해서 용동면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전주(全州)현의 속현인 풍제현의 치소가 있던 곳으로 비정하고 있으며 그 치소는 용성리의 당하마을이라고 전해진다. 

전체 면적의 약 87%가 평야지대로써 경작지가 풍부하고 금강과 접해 있어 예로부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유명하며, 주민 대부분은 논농사와 함께 방울토마토, 수박 등의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6개 법정리(구산리, 용성리, 대조리, 흥왕리, 화실리, 화배리)와 23개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약 2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마을

용동면 대조리(大鳥里)는 대조, 삼정, 신왕, 두무, 비야, 사결마을까지 6개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으며 서편으로는 용동역과 철길이, 우로는 망성면에 접해 있다.

이중 중심마을인 대조마을은 마을의 역사가 깊어 5백여 년 전부터 최씨와 팔거(칠곡)도씨가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으며 그 후 경주김씨가 들어와 집성촌을 이뤘다고 전해진다.

현재 대조마을은 함열읍 23번국도에서 칠목리를 거쳐 망성면 방향으로 나있는 안성로와 용동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용동면소재지에서 약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마을 입구 표지석에서 길을 따라 뒷산을 넘어가면 동북쪽 방향으로 들어선 가옥들이 넓게 트인 농경지와 마을 앞을 흐르는 대조천을 바라보며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술사프로젝트팀은 대조마을회관에서 김득추(55) 씨를 만나 마을의 유래를 들어 보았다.

김 씨는 “큰 대자, 새 조자라고 마을이 큰 새 모양이라고 어른들이 그랬었고. 또 대조 말고 행정이라고도 불렀는데 그 이유는 마을에 굉장히 큰 은행나무가 있고 거기에 정자가 있어서 주민들이 다들 행정(杏亭)이라고 많이 불렀지”라고 말했다.

익산향토지에서도 대조마을은 풍수지리학에서 볼 때 대붕포란형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마을은 새의 목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새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묘를 쓸 때는 비석만 세우고 상석(床石)은 놓지 않아 머리를 누르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음력 정월 3일에는 남녀 3인의 제관(祭官)을 뽑아 산신제(山神祭)를 지냈던 것도 이 주변의 형국과 관련된 일이라고 한다. 불과 30년 전까지 그런 풍습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와 다른 유래로는 우리말에서 넓게 터진 곳을 ‘큰새’라고 불렀던 데서 한자표기가 ‘대조’로 되었다는 설도 있다.

행정이라는 지명과 관련해 마을 중앙에 지금도 수백 년 수령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서 있는데 낙뢰를 맞아 상한 상태지만 그 위용은 여전하다. 마을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곳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는 오래 전 김씨가 심었다는 이야기 말고는 따로 전해지는 바가 없으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주택 안에도 커다란 은행나무가 짝을 이루고 서있다.

◈ 마을 질서를 잡았던 공회당

대조마을은 경주김씨의 집성촌으로 최근까지도 김씨 성을 가진 주민이 과반을 이루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특별한 마을제도가 내려와 현재까지 마을의 유대가 깊게 유지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회당’인데 어른들이 모여 마을 대소사를 논의하고 마을 질서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마을이 대부분 한 집안이다 보니 공회당에서도 거의 문중 일을 논의하다시피 했으며 항렬이 높은 어른들이 공회당을 이끌었다.

김득추 씨는 “어렸을 때만해도 마을회관 대신 공회당이 있어서 농사일 끝나면 어르신들이 공회당에 모여 총회를 열고 잘못한 젊은이를 데려다가 멍석말이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 씨족사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시설들이 다 없어졌고 바쁘고 뭐해서 두레 같은 것도 없어졌고”라고 말했다.

공회당은 없어졌지만 그러한 전통은 현재까지 남아 마을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을 상조회인데 아주 오래 전부터 유지해온 마을 협력체로서 경로당, 이장과 함께 마을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김 씨는 “나이 많은 순으로 경로원장님이 상조계장을 맡고 이장은 상조계 총무를 맡고, 그런 식으로 체계가 잡혀서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마을일을 담당하죠”라고 말했다.

◈ 세 정승 나온다는 명당 마을

대조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은 삼정마을이다. 그런데 원래 이 삼정마을도 대조마을에 속해 있었는데 면사무소와 파출소 등이 들어서  커지면서 따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삼정(三亭)마을은 ‘삼정니’라고도 불렀었는데 세 개의 정자가 있어 생긴 이름이기도 하지만 주민들 말로는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래 세 정승이 날 곳이라 하여 ‘삼정(三政)’이라 했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구렁목’을 끊어서 세 정승은 나지 않고 다리가 뚱뚱 부어오르는 수둥다리(각기병)만 났다고 전하고 있다. 구렁목은 구석진 곳이라는 뜻인데 대조마을과 삼정마을의 사이의 외진 곳을 칭하는 지명이다.

김 씨는 “구렁목에는 가게가 하나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노름도 하고 그랬던 곳이고. 삼정마을은 용동역이 생기면서 관공서가 들어가고 자꾸 커지니까 나눠진 거지 원래 대조마을이랑 한 마을이었어”라고 말했다.

그래도 대붕포란형이라는 풍수지리학적 형국과 삼정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인물이 많이 났다고 한다. 새의 머리 부분에 묘를 쓰되 상석을 놓지 않는 풍습이 전해지는 것은 그러한 기운을 누르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김 씨는 “5.16 당시 최연소 판사를 비롯해 판사와 검사가 여럿, 교수들도 많이 났던 마을이야. 그런데 경지정리한다고 강경에서 김제까지 가는 큰 배수로를 놓고 부터는 혈이 막혔다는 말이 있어. 물이 내려오는데 막혀서 신왕쪽은 잘되고 대조마을은 쇠퇴했다고 어른들이 그런 얘기들을 하시더라고”라고 말했다.

김득추 씨의 집이 나비혈이라는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잊다. 김 씨의 집은 마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데 예전에 한 스님이 시주공양을 하러 들렀다가 집이 나비 혈 자리이므로 꽃을 심으면 좋다고 했다는 이야기다.

김 씨는 “스님이 어머니께 지나가는 말로 꽃을 심으면 좋을 거라고 했다는 거야. 집자리가 나비 혈이어서 나비가 날아오게끔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꽃도 심고 나무도 심고 화단을 잘 조성해 놓았거든. 그런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자식들 조카들이 공부를 잘해 명문대 다니고 의사도 하고 그렇더라고”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