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형 사회적기업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 및 공동체 문화 일궈.. 사회·복지·문화 등 종합적인 활동으로 “정이 넘치는 마을” 

누구나 행복한 마을에 살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행복한 마을이라고 한다면 떠올려 볼 수 있는 것들이, 이웃과 ‘사촌’처럼 정을 나누며 가깝게 지내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마을, 힘든 일은 서로 돕고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는 웃음 가득한 마을, 마을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 논의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마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마을 단위의 공동체 문화에서는 어느 정도 영위할 수 있었던 이러한 마을 문화가 현대사회 속에서는 어려운 일이 됐다. 핵가족화를 비롯해 주거 환경의 변화, 경제적 어려움 등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문화 속에서 ‘행복한 마을’을 꿈꾸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눈길을 끈다. 삭막하기만 했던 아파트 단지가 이웃과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또 서로 힘을 합해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에도 보탬이 되며 마을 안에서 문화생활도 영위할 수 있는, 그야말로 ‘행복한 아파트’의 모델이 되고 있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아파트 안에서의 공동체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곳은 바로 모현동에 위치한 배산휴먼시아 4,5단지. 그리고 마을 안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마을형 사회적기업인 (사)행복나루터다.

직접 텃밭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도시락·반찬 가게 ‘밥심’

의류 수선, 리폼, 퀼트, 도예, 홈패션 등 마을형 협동조합 구성할 계획

아이들이 책을 만나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 ‘꿈나무 공부방’ 무료 운영

◈ 행복이 모여드는 나루터

(사)행복나루터(대표 김재덕)는 마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믿음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를 일구는 마을형 사회적기업이다.

마을형 사회적기업이란 마을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교환?판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은 다시 마을에 재투자하는 마을순환경제와 공동체를 추구하는 마을기업을 말한다.

행복나루터는 2011년 8월 ‘함께 일하는 재단’에서 지원하는 LH의 마을형 사회적기업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익산에서는 최초로 배산 휴먼시아 4단지와 5단지를 무대로 ‘살맛나는 마을,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공공임대아파트인 배산휴먼시아는 당시 갓 입주한 아파트였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행복나루터는 익산에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시범적 활동이자 대표 모델 마을로 만들기 위한 각종 주민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희망텃밭’ 가꾸기부터 시작해 ‘나눔 장터’개최, ‘꿈나무 공부방’운영, 마을공동체 문화예술사업, 도시락?반찬 사업 등이 있으며, 이를 통해 입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의 문화를 쌓아 마을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행복나루터는 타 시도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한 가지 아이템으로 접근하지 않고 가족 중심의 경제, 사회, 문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크게 돌봄서비스팀, 도시농업팀, 마을공동체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행복나루터 김재덕(35) 대표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사회적 문제가 많은 곳이어서 공동체 사업이 특히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마을을 만드는 주체는 행복나루터가 아니라 주민들이며 행복나루터는 마을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행복나루터’라는 이름도 주민들의 공모를 거쳐 투표로 결정된 이름이며, 2년여 동안의 활동으로 이제는 마을을 가꾸는 것이 주민들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웃음과 보람이 피어나는 나루터

배산 휴먼시아 4단지 관리사무소 2층과 옥상은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유휴공간이나 다름없는 공간이 주민 복지 시설 및 사랑방의 역할로 재탄생하게 된 것. 아파트 단지의 중앙에 위치하며 주민들이 편리하게 모일 수 있고 또한 아이들에게도 안전한 이곳은 행복나루터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공간 ‘꿈나무 공부방’]

주민들이 직접 그려 넣은 산뜻한 벽화를 감상하며 2층에 올라가면 먼저 아이들 소리가 새어나오는 ‘꿈나무 공부방’을 만난다.

꿈나무 공부방은 행복나루터 돌봄서비스팀의 대표 시설로서 마을 아이들이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과 학습지도를 받을 수 있는 강의실로 이뤄져 있다. 4단지에 이어 5단지에도 공부방이 마련돼 있으며 마을 아이들은 방과 후나 방학 기간 중에 언제나 꿈나무 공부방을 이용할 수 있다.

꿈나무 공부방에서는 무료 학습 지도, 숙제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사교육의 대체 시설 및 아동보호 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별활동, 문화체험활동, 어린이동아리활동 등의 프로그램과 학부모들의 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마을의 소통 공간이 되고 있다. 또 방학기간 중에는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무료 급식을, 학기 중에는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일하는 사랑방 ‘옹이손’]

2층의 또 다른 공간에는 행복나루터 마을공동체팀의 활동 공간인 문화교실과 작업실이다. ‘옹이손’은 땀 흘려 일하는 아름다운 손이라는 뜻의 주민들의 문화예술공동체로서 이곳에서는 도예, 퀼트, 홈패션, 옷 수선 및 리폼 등의 ‘공방 강좌’와 주민회의 등이 이뤄진다.

옹이손은 여러 강좌를 열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공방 운영을 목표로 주민 수익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 이 공간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류 수선 및 리폼을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생산된 퀼트나 홈패션 제품 등을 서동축제와 나눔 장터 등을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행복나루터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기술을 배우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강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실도 준비하고 있다. 휴먼시아 4,5단지 주민이라면 누구나 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

김재덕 대표는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 기능을 보유한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한 기술을 썩히지 않고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 기업을 만든다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삶의 질의 향상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업과 ‘밥심’] 

관리사무소의 옥상에는 행복나루터 도시농업팀이 가꾸는 옥상텃밭이 잘 조성돼 있으며 한편에는 야외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도시농업팀은 새로운 삶, 순환경제를 만들어 간다는 목표로 단지 주변에 위치한 ‘희망 텃밭’과 옥상텃밭을 주민들에게 분양해 공동 경작하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한 텃밭에서 재배된 친환경농산물은 꿈나무 공부방의 급식, 간식으로 이용되고 주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마을기업 ‘밥심’에서도 텃밭에서 재배된 채소를 이용하고 있다.

‘밥심’은 주민들이 만든 도시락?반찬 전문점으로 2012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지역 내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고 화학조미료 없는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웰빙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밥심’의 판매 수익은 다시 마을의 독거노인 및 결식아동을 위해 쓰이고 있으며 더 큰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