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고귀한 가정의 달이자 봄꽃이 만발하여 바깥바람 쐬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처럼 화려한 세상 뒤에는 사회적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3개여 월동안 네 번째로사회복지직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달 15일 아침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동료직원으로부터 전해 듣고서 맥이 빠져버렸다. 나의 근무처인 익산시와 행정경계에 있는 논산시 동료 공무원이 열차에 몸을 던진 일이라서 더욱 참담했다. 복지공무원 자살사건이 경기도, 경상도에 이어서 충청도로 봄바람 타고 번져가면서 도미노현상처럼 전국화 되고 있는 것 같다.

◇ 글 싣는  순서

上. 네번째 사회복지공무원 자살
中. 사회적 ·제도적 문제의 복지업무
下.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

◆ 올해 네 번째 사회복지직 공무원 자살

 올해 숨진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남긴 말과 글.

 ① 용인 이모(29·8급)씨(1월 31일 자살)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

 ② 성남 강모(32·9급)씨(2월 26일 자살)
    “근무하기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

 ③ 울산 안모(35·9급)씨(3월 19일 자살)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건 괴물과의 사투보다 더 치열하다.”  

 ④ 논산 김모(33·9급)씨(5월 15일 사망)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 자료출처 : 조선일보(2013. 5. 17)

한국일보를 살펴보면 김씨는 지난 7일자 일기에서 “나에게 휴식은 없구나. 사람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만 쌓여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적었다.

유족들도 경찰조사에서 “평소 업무가 너무 많다고 말해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업무과중으로 인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네 번째 자살 사유도 앞서 세상을 떠난 세 명의 사회복지직공무원과 동일하다.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했지만, 사회복지사에게 2013년의 봄은 잔인 그자체가 되어버렸다. 유치환의 시 ‘깃발’처럼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 사뭇 무섭고 두렵다. 

이 사건을 다룬 한겨레신문의 기사는 더욱 생생하다. 15일 오전 1시 41분께 충남 논산시 덕지동 호남선 철길에서 논산시 사회복지과 공무원 김아무개(33)씨가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

기관사 김아무개(49)씨는 경찰에 “운행 도중 사람이 철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경적을 울렸지만 피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3월 세 번째 자살을 한 울산시 사회복지공무원은 “업무량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업무도 업무지만 딱딱한 공무원 조직과 사회가 인간적으로 힘들게 한다”며 “날 짓누르는 조직과 질서 앞에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며 A4용지에 2장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회단체 등 제도개선 촉구

한국일보는 정부가 지난 3월 사회복지공무원 2,340명을 추가로 뽑고, 특수업무수당을 월 4만원씩 인상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지만 폭증하는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기존 인력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국민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이 기사의 “사회복지공무원 또 자살, 정부 특단 대책 없이 뒷짐만”이란 제목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이에 서울신문은 복지공무원의 잇단 자살에 대해서 국민과 정부 모두 복지를 말하지만 책임은 복지공무원에게만 던져 놓은 게 이런 사태를 몰고 왔다고 보았다.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복지공무원의 자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변하였다. 올해 사회복지예산 100조원시대를 맞이하여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공공사회복지의 사각지대이자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발 빠르게 15일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미봉책이 아닌 다섯 번째 죽음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를 비롯한 23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16일에 “잇따른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해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전달체계 전면 재검토에 있다”고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사회복지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 사회단체까지 나서서 대책마련과 재발방지를 호소하고 있다.

※ 자료출처 : 연합뉴스(2013.3.30)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故) 이민재, 고(故) 강민경, 고(故) 안광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사회복지사 근조'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채수훈 (사회복지 전담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