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고귀한 가정의 달이자 봄꽃이 만발하여 바깥바람 쐬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처럼 화려한 세상 뒤에는 사회적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3개여 월동안 네 번째로 사회복지직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달 15일 아침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동료직원으로부터 전해 듣고서 맥이 빠져버렸다. 나의 근무처인 익산시와 행정경계에 있는 논산시 동료 공무원이 열차에 몸을 던진 일이라서 더욱 참담했다. 복지공무원 자살사건이 경기도, 경상도에 이어서 충청도로 봄바람 타고 번져가면서 도미노현상처럼 전국화 되고 있는 것 같다.

◆ 글 싣는 순서

上. 네번째 사회복지공무원
     자살
中. 사회적 제도적 문제의  
    복지업무
下.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

◆ 자살, 과연 개인문제인가 사회적 책임인가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자살 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죽을 용기가 있으면 현실을 개선하고자 악착같이 살아야지” “사직서 쓰고 죽어야지” “공무원 수험생이 줄 서 있는데 배가 불렀다” “공무원 업무가 얼마나 힘들어서 죽긴 죽어” “죽는다고 뭐가 달라져” “사회복지공무원만 업무가 많고 힘드냐.

다른 직렬공무원도 똑같은 처지다”…. 자살의 반대어가 ‘살자’라 하면서 그 자체를 부정하는 부류들에게는 네 번째 자살 얘기도 또 다시 비아냥거림과 사회적 가십거리 수준밖에 될지도 모른다.

혹은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면서 팔짱만 끼고 있거나 수수방관(袖手傍觀)할지도 모르겠다.

불안의 시대에 자살도 엄연한 사회적 책임이자 죽음이지만 그 명암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 같다. 만약 나에게 닥칠 일이거나 가족사라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자녀나 후배들이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배우고 있다면 뭐라고 설명해줄까?

자살관련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에 자살자는 15,566명으로써 하루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에서 자살사망률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갈수록 사회가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으로 양극화되면서 자살자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그 피해가 공조직에서는 복지담당공무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이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왜 사회복지사 중에서 민간 사회복지기관이 아닌 유독 공공 사회복지기관의 사회복지직공무원만이,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청과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에서만 발생하고 있는지, 또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나 깨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치적을 홍보하지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주민복지 행정인지 ‘알랑가몰라’가 되어 버렸다.

무관심과 방관 속에 사람 목숨이 너무나 헤프게 여겨지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 국가복지예산 22% &  복지담당공무원 7.48% 불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종합대책 평가’에서 2010년 지방정부의 복지담당 인력과 복지예산을 살펴보면 국가 전체예산은 89.9조원이고 복지예산은 20조원으로 22%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공무원은 202,742명인데 복지담당공무원은 15,166명으로서 전체 인력의 7.4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복지재정 지출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복지 재정은 궁극적으로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를 통해서 집행된다.

업무의 양태와 종류에 따라 실제 업무량이 다를 수 있고 복지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 바로 복지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지방정부의 복지담당 인력 비중이 복지예산 지출 비중에 비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복지예산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복지인력체계는 왜 이렇게 후진적인지 이제는 복지서비스 대상인 국민에게 소상하게 밝히고 납득시키며 상전벽해(桑田碧海)같은 대혁신을 꾀해야 한다.

복지인력을 외국과 비교해 봐도 인구 1,000명당 OECD 국가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12명이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0.4명 밖에 되지 못한다.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의 사회복지직공무원 인력은 대부분 1~2명인 실정으로써, 중앙 16개 부처의 292개 복지업무를 수행하다보면 해가 바뀔수록 그 업무강도와 압박감은 더 거세지고 있다.                              

다시 국회예산정책처의 개선안을 보면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복지전문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바, 복지담당 인력 1인당 관리 가능한 최적 가구수 등에 대한 직무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진단을 하고 이에 맞추어 일반행정직의 사회복지직으로의 전환, 신규 충원 시 사회복지직 우선 채용 등의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채수훈 (사회복지전담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