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건 요구 6건만 반영.. 의회는 또 삭감.. 악순환 매년 반복

익산시가 추진해오고 있는 시민참여예산제가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주민의견 반영을 위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명무실한 시민참여예산제는 오히려 시민의 세금을 축낼 뿐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익산시는 지난 2008년부터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해 왔다.

이는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에 의해 주민참여예산제가 의무화되기 이전으로 지자체 가운데 선도적인 출발선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시행 4년 동안 도출된 여러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고 제도가 형식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애초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먼저 시민위원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작고 예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주민의견 반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익산시는 현재 각 읍면동에서 추천한 29명, 비영리단체에서 9명, 나머지는 공개모집을 통해 69명 이내에서 시민참여자를 모집하고 예산학교를 수료한 사람에 한해 시민위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위촉된 시민위원은 5개 분과별로 나뉘어 활동하며 시민의견 수렴 등 예산 반영사업 발굴과 편성을 위해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시민위원들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주어지지 않아 단편적인 의견 개진에 지나지 않고 검토를 거쳐 민관협의회에 편성 요청을 해도 반영률이 높지 않을뿐더러 반영된 예산조차 의회에서 삭감되기 일쑤다.

실제 2013년 예산안에서 시민참여예산 요구건수는 34건이지만 반영된 예산은 6건에 불과했으며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시민예산위원들의 활동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예산발굴의 의지 또한 줄어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시민위원의 참여예산 발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구체적인 권한을 내어주고 예산반영률 또한 높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시민예산위원들의 역량 강화 문제다.

시민들로서는 예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예산을 이해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 발굴해내는 과정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에서 여는 단발적인 예산학교로는 예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시에서는 시민참여예산위원들이 무리한 예산안을 올리기 때문에 반영률이 낮다고 하지만 그 전에 시민참여예산위원들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산학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익산시의 시민참여예산제도는 허울 좋은 말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며, 그 결과는 2010년 이후 시민들의 발길이 끊겨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익산시 시민참여예산 홈페이지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민참여예산위원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현재 제도로는 시민참여예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될 뿐이다”면서 “타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시민위원의 권한 강화와 지역회의 등을 통해 시민의견의 반영이 이뤄지는 것을 배워 시민참여예산이 활성화된 익산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