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고귀한 가정의 달이자 봄꽃이 만발하여 바깥바람 쐬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처럼 화려한 세상 뒤에는 사회적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3개여 월동안 네 번째로 사회복지직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달 15일 아침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동료직원으로부터 전해 듣고서 맥이 빠져버렸다. 나의 근무처인 익산시와 행정경계에 있는 논산시 동료 공무원이 열차에 몸을 던진 일이라서 더욱 참담했다.
복지공무원 자살사건이 경기도, 경상도에 이어서 충청도로 봄바람 타고 번져가면서 도미노현상처럼 전국화 되고 있는 것 같다.
◆ 글 싣는 순서
上. 네번째 사회복지공무원
자살
中. 사회적 제도적 문제의
복지업무
下.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
◆ 사회복지직공무원 61%, 우울증 심각 호소
이들의 근로 후유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지난 5월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국회의원 오제세 의원을 비롯해 이목희, 유기홍, 심상정 의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사회복지·법원공무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5,758명의 사회복지공무원중 ‘정상’ 판정받은 사람이 39%(2,248명),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61%(3,510명)로 높게 나타났다.
가벼운 우울 상태 22.9%(1,321명), 중증도 우울 상태 23.7%(1,367명) 및 심한 우울 상태 14.2%(822명)이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우울 상태는 사회복지직 42%, 행정직이 26.26%로 다른 직렬에 비해 사회복지직의 우울 상태 정도가 더 높고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표자인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공무원은 지금까지 자신의 건강문제를 개인적 수준에서만 바라볼 뿐 이를 확대 해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환경, 노동조건 등을 봤을 때 더 이상 공무원 개인의 노력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도 공무원 조직에서 ‘감정노동자’ 혹은 ‘을’의 처지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썩고 곪아 터지기 전에 정신적 치료와 치유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도 19년 6개월 동안 근무해오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복지업무 속에서 스트레스와 압박감, 과로사와 자살이라는 생각들이 머릿속 주변을 맴돌아왔다.
한번은 7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저소득층 보육료지원 확대’에 따른 영유아 1,000여명의 자산조사를 실시하였었다. 2개월여 동안 밤낮 휴일 구분 없이 일하다보니까 ‘아 사람이 이래서 과로로 죽거나 견디지 못하여 자살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었다.
어떤 날은 힘든 고비 때마다 그만 때려치우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일 때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에게 학대를 가해서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 공무원인사체계 개선과 독립된 복지전달체계 필요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그간 인력확충, 수당인상, 인사가점부여 등 제도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일선 복지현장인 읍·면·동의 인사개선과 업무량은 실질적으로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를 왜곡시키고 있지는 않은 휴먼서비스 현장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아야겠다.
이는 지방정부에서 복지위주의 업무기능으로 조직을 재편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업무를 담당할 공무원들을 전문직이 아닌 행정직 위주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담당의 업무 부담이 감소하는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늉만 내다가 흐지부지 되는 것도 고질적 문제라 하겠다.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이 같은 대책에 할 말은 많지만 조직에서 인사보복이나 왕따 당할까봐 숨죽여 사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혹은 부메랑이 되거나 체념, 자포자기 그자체이다.
이 기회에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복지행정과 사회복지 마인드 결여, 지자체 인사관리 부서와 행정견제 및 서민복지에 앞장서야 할 지방의원의 일부 부정적인 인식도 지방정부의 복지체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좀 더 시야를 확대하여 현 공무원인사제도에 조선시대의 반상(班常) 차별과 사농공상의 뿌리 깊은 계급제가 연줄제와 함께 21C 정보사회에서도 아직까지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해부해 볼 개연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복지서비스의 주인인 국민과 주민의 처지에 서서 관료제의 병폐와 해법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조흥식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이자 서울대학교 교수는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자체장-담당부서장-읍·면·동장-일반행정직 선임자로 이어지는 종합행정체계 구조에서는 사회복지업무가 가진 특성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전담 조직을 읍·면·동이나 시·군·구에서 분리하거나 아예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업무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가지 더 양념을 첨가하자면 장차 보건복지부 산하에 사회복지청을 신설하여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관련 업무를 통합화·체계화·전문화·독립화 할 필요가 있겠다.
2013년, 복지예산 100조원시대 원년! 이제는 복지행정이 거창한 말과 구호가 아닌 비록 소리가 낮고 소박하더라도 국민을 납득시키고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복지파수꾼인 사회복지직공무원뿐만 아니라 전체공무원들이 참된 복지행정서비스를 유감없이 펼칠 수 있도록 복지전달체계개선을 비롯하여 인사제도개선, 휴식년제도입 등 ‘힐링’의 복지서비스가 지원되었으면 하는 희망 아닌 희망을 가져본다.
채수훈 사회복지전담공무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