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부터 시조, 판소리, 거문고, 한국무용 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국악 공연 무대 열어.. 세계를 무대로 국악 전파해
다섯 국악가족이 펼치는 감동과 재미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한마당 열어.. 소외계층 전국 순회봉사도 앞장서 활동

사)국악예술원 소리뫼는 호남 우도 김제 풍물굿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고 이준용 명인의 전수자인 김민수 원장이 설립한 국악예술 단체다.

‘소리뫼’라는 이름은 이준용 명인이 이끌었던 농악 단체의 이름인데, 스승의 유지를 물려받은 김 원장이 그 명맥을 잇기 위해 ‘국악예술원 소리뫼’라는 이름으로 2005년부터 익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리뫼는 설립 당시부터 국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다채로운 공연 무대를 선보여 찬사를 받고 있다. 사물놀이와 더불어 판소리, 가야금, 민요, 창극을 아우르는 국악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공연으로 남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으며 특히 다섯 명의 한 가족이 모두 국악에 몸담아 활동하고 있는 ‘국악가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매년 각종 축제 무대와 복지시설 위문 공연으로 봉사를 실천하는 한편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활동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소리뫼는 올해 1월 태국에서 열린 국제민속축제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해 국악의 신명을 세계에 전파하며 국악의 고장 익산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 이래저래 흥겨운 아홉 마당

소리뫼는 무대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유명하다. 단순히 사물놀이와 농악에서 벗어난 색다른 기획 무대로 보는 이들의 흥을 돋우고 때로는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지난 2011년부터 다섯 국악가족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모여 발표하고 있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은 이야기가 있고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정감 넘치는 공연으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초대공연을 제외하고는 5명의 가족이 저마다의 분야로 무대를 채우는 흥겨운 공연이다.

지난달 열린 국악콘서트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을 들여다보면, 첫째 마당에서 아버지와 막내딸이 등장해 ‘소리길’로 시작한다.

“문경세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하면, “청천하늘에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하고 아버지와 딸이 주거니 받거니 진도아리랑을 부른다. 이 무대는 영화 서편제에서 나오는 청산도 돌담길 장면을 재현한 창작 판소리 무대로, 실제 아버지와 딸이 보여주는 애틋한 정감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둘째 마당은 어머니와 둘째딸이 함께 구성진 경기민요를 선보이고 셋째 마당에서는 아버지와 첫째 딸의 장구놀이다. 이준용 명인이 평소에 자주 연주하던 질굿 가락이며 박진감 넘치고 흥겨운 마당으로 펼쳐진다.
넷째 마당은 남도 음악에 맞춰진 춤사위로 어머니 최미자 씨는 성주풀이 민요에 맞춘 한국무용을 선보이며, 다섯째 마당은 둘째딸의 거문고와 첫째딸의 장단이 만난 무대로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의 남성적이면서 단아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초대공연 순서인 여섯째 마당은 진도북(춤)놀이로 꾸며졌으며 일곱째 마당에서는 가족 전원이 모여 우도가락에 맞춰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무대를 채웠다. 여덟째 마당은 품바 공연이며 마지막인 아홉째 마당은 가족 전체가 부르는 남도 민요 순서다. 성주풀이, 진도아리랑 등을 부르면서 흥겨운 무대가 마무리 된다.   

◇ 국악가족의 탄생

국악가족의 탄생은 먼저 아버지이자 소리뫼의 원장인 김민수 원장으로부터 시작한다. 김 원장은 비교적 느지막이 국악의 길에 들어선 후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는 ‘불광불성’의 신념으로 끊임없는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만능 국악인이다.

풍물부터 시작해 북, 서예, 판소리 등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그는 현재도 대금 등을 배우며 예인으로서의 길에 매진하는 중이다. 

그의 아내 최미자 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국악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김 원장의 활동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국악에 심취하게 됐다.

아버지를 따라 시조창을 배우러 다니던 막내딸을 배웅하다 시조창의 권위자인 홍토현 선생의 권유로 시조에 입문, 전국대회 장원을 거두는 실력을 쌓았고 현재는 익산국악원에서 한국무용, 경기 민요를 수학하고 있다.

큰딸 김아라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장구에 자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스승인 이준용 명인과 익산시립풍물단의 정재훈 단무장에게 사사받아 현재 전북대 한국음악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각종 국악 관현악 협연을 비롯해 전국 대회에서 다수 수상한 경력을 지닌 국악계의 인재로 성장했다.

둘째 딸 김희라 양은 온 가족이 국악을 하던 중에도 통 관심이 없다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즈음 갑자기 국악에 눈을 떴다. 정가(正歌)와 민요를 배우고 있으며 익산국악원 송세엽 선생에게 한갑득류 거문고를 배웠고 현재는 권민정 선생에게 사사 중이다. 시조는 물론 거문고에 재능을 보여 각종 전국대회를 석권했으며 현재 원광정보예술고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초등학생인 막내딸 김유라 양은 판소리계의 유망주다. 시조를 시작한지 3달 만에 전국대회 1등을 차지한 후 판소리 공부를 시작해 임화영 명창에게 판소리 흥보가를 수학했다. 시조와 판소리 등 전국대회 수상 경력이 수두룩하며 6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완창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다.

◇ 굿은 옹골지게 쳐야제

지난 2005년 설립된 소리뫼는 무형문화재 7-3호 이준용류 보존회로서 시민들에게 전수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수십 회의 무대 공연을 통해 국악을 생활 속에 전파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노인복지센터, 소망의 집, 노인대학 등 찾아가는 위문 공연으로 재능을 나누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으며 서동축제, 가람 문학제, 함해국 축제 축하공연 등의 단골 초대 손님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 아리울 교향악단의 ‘새만금 칸타타’와 협연에도 참여했으며 2011년에는 심청전을 각색한 창극 ‘뺑파전’을 배산야외무대와 서동축제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에는 태국에서 열린 제8회 수린 국제민속축제에 초청돼 총 보름여 동안 수린시와 와콘파톰시 대학을 순회하며 한국의 국악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또 올 11월에는 각설이뎐 ‘아주 그냥 살판났네’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 색다른 무대로 시민들에게 찾아갈 예정이다.

김민수 단장은 “세계 16개국 나라에서 참여한 민속축제에 한국대표로 처음 참가해 의미가 깊고 반응이 열광적이어서 우리나라 국악은 세계 어디를 가도 다들 좋아하는 자랑스러운 음악임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며 “올 11월 각설이뎐을 비롯해 내년에도 창극을 가미한 재미있는 국악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김민수 원장은

“나는 한량이자 잡놈이다”

소리뫼와 국악가족을 이끌고 있는 김민수 원장은 다재다능한 천생 예인이자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넓혀가는 공부벌레다.

국악인의 길을 걷기 전에 이미 시인으로 등단해 시집을 세권이나 출판한 문인인 그는 사진작가로서도 활동했으며, 서예에도 조예가 있는 서예가이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다 이준용 선생을 만나 취미로 해보자고 했던 국악이 자연스럽게 그의 길이 되자 장구와 꽹과리, 판소리, 시조창, 비나리, 고법(鼓法), 지게목발노래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9명이나 되는 스승을 찾아 배우기를 마지않았다.

국악예술원 설립도 자신의 공부를 위한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하며 지금도 새롭게 대금 등을 배우기 위해 스승을 찾고 있다.

‘불광불성’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 한번 선택한 일이라면 끝을 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는 배움의 길에 끝이 없고 갖추는 길은 겨를이 없다고 한다.

국악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는 그는 억지로 하지 않고  마음이 앞서는 대로 끊임없이 매진하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설명한다.

김민수 원장은 “밤무대 기타 연주로 시작한 인생이 글도 쓰고, 사진도 하다가 결국 국악의 길을 걷게 됐다”며 “언제나 부족함을 느껴 대중 앞에 부끄럽기도 하지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진정한 한량이 되길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