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창단·제자양성에 평생 바친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
문화저변 확대한 공로.. 아리울 교향악단 ‘새만금 칸타타’ 지휘

“음악은 사회를 정화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여러 자연적 조건이 열악한 익산이라는 도시에 꼭 필요한 문화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익산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

김제시 백구면 학동리의 한적한 시골마을. 수탉이  울고 개 짖는 소리나 들릴법한 이 마을에 오케스트라의 음악 소리가 흐른다. 클래식의 선율에 취해 마을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은 푸른 잔디 마당 가운데 들어선 ‘향산 아트홀’. 이곳이 바로 익산 문화예술계의 ‘대부’로 불리는 아리울 문화예술진흥회 심춘택(68) 회장의 둥지다.

향산 아트홀은 심 회장 평생의 꿈이 담긴 공간으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세워졌다. 1층은 주거 공간이며 2층은 공연장 겸 미술관으로 꾸며 매년 5~6회 음악회가 열린다.

언제든지 제자들이 찾아와 음악을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심춘택 회장의 음악과 제자 사랑이 진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평생을 오직 음악이라는 한 가지 길 밖에 모르고 살아왔으며 현재도 왕성한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심 회장이 음악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음악선생의 권유로 트럼펫을 시작한 이후 평생 음악인의 길을 걸어왔다.

해병대 군악대에서 군 생활을 마쳤고 원광대 대학원에서는 현악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오케스트라 지휘에 매진했다. 한국관악협회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관악 저변 확대에 발 벗고 나서 활동했으며, 음악 교사로 재직 중에도 학생들을 위한 음악 보급과 제자 양성에 힘을 썼다.

그는 전북 8군데의 학교를 거치는 동안 모든 학교에서 관악단을 창립했으며 전북도립교향악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당시 지방에서는 이른 시기에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창립되기도 했다.

또한 군산시립교향악단의 창립에도 힘을 보탰으며 원음오케스트라, 온고을오케스트라도 창단해 지휘를 맡아 활동했다. 지금은 없어진 상태지만 익산시립관악단도 그가 창단해 5년 간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심춘택 회장은 “관악단을 먼저 창단한 이유는 실내나 실외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악으로 음악 수준을 높이면 현악을 더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런데 현실은 어렵게 만든 관악단도 없어지고 시립교향악단의 창립은 요원한 상태여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심 회장이 진안 안천고에서 근무할 당시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전 교생이 180여 명 정도의 작은 학교에 1명뿐인 예능 교사로 부임해 관악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악기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지역 한의원 원장 등의 유지를 모아 어설프게나마 악기를 편성해 연습했고 그해 봄 전북도 교육감이 학교 순시를 위해 학교 앞을 지나갈 때 길을 막고 연주를 시작했다.

‘고향의 봄’이 교육감 일행을 막고 울려 퍼졌고, 시골 학교 관악부의 노력에 감동한 교육감은 악기 일체를 지원할 것을 약속하게 된 것이다. 그 후 그가 이끄는 관악부는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에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심춘택 회장은 “가는 곳마다 음악의 씨앗을 뿌렸더니 이제는 수많은 제자들이 음악계에서 대성해 보람으로 산다”며 “이곳 향산 아트홀도 매 방학마다 제자들을 모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악을 가르치던 곳”이라고 말했다.

심 회장은 전북 지역에 예술고교가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예술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이리공고를 거쳐 익산시의 첫 예술고인 원광정보예술고에 몸담아 퇴임까지 후학 양성에 박차를 가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었던 금요음악회는 시민들과 함께 음악을 하겠다는 그의 의지였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퇴임하자 없어지고 말았다.

교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청소년오케스트라 등 그의 손으로 만든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아리울 문화예술진흥회 하나만 이어가고 있다. ‘새만금 칸타타’로 유명한 아리울 교향악단은 새만금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무언가 음악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그의 선물이다.

심춘택 회장은 “새만금이 바로 아리울이다. 새만금이 전북의 미래를 약속하듯이 아리울교향악단의 ‘새만금 칸타타’는 음악으로 발전하는 충만한 전북을 내다보고 만든 것”이라며 “앞으로 새만금 칸타타를 오페라로 만들 계획이며 시민들을 자주 찾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