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조사 등 객관적인 조사를 통한 명확한 기준 만들어 상생할 수 있는 기준 마련 필요
현상변경허가시 지역의 특수성 고려해야.. 타 지자체 현황 파악해 주민 지원책 검토해야

▣ 백제 문화유산의 보호

익산이 품고 있는 소중한 역사유적지구의 보호는 어떤 기준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을까. 문화재 지정 기준에서부터 보호구역 설정에까지 이르는 과정에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문화재보호법시행령의 ‘국가지정문화재의 지정기준’에 따르면 사적(史蹟)의 지정은 해당 문화재가 역사적ㆍ학술적 가치가 크고, 선사시대 또는 역사시대의 사회·문화생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가질 것과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생활 등 각 분야에서 그 시대를 대표하거나 희소성과 상징성이 뛰어날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가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거나 국가에 역사적·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저명한 인물의 삶과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 중 어느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더불어 유형별 분류기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지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따라서 최소한 문화재로 볼 수 있는 범위에서 문화재의 보존에 필요한 부분까지를 사적의 지정범위로 생각할 수 있다.

풀어서 얘기하면 해당 문화재와 그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까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얘기로, 익산의 경우 미륵사지 경내와 그 주변까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백제시대의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며 백제시대의 사회와 문화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서 필히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의 위상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 주민 재산권의 보호

그러나 만약에 문화재 보호구역에 주민들의 사적인 재산이 속해 있는 경우에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무조건 문화재의 보호라는 명목 하에 주민들의 고유한 재산권이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찍이 일본에서는 문화재보호구역의 지정 기준을 다변화하는 노력으로, 절대보존지구와 풍치지구 등을 병행해 주민의 재산권과 함께 문화유산 보호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아무리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도 주민들과 함께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의 지정기준’은 대체로 그 범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주민들을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

유물 산포구역(散布區域)이라거나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구역,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구역 등 기준 자체도 애매할뿐더러, ‘필요’라는 이유로 확대되거나 축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각종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고도지구로 지정된 금마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태껏 미륵사지와 그 주변의 방대한 지역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어 놓아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었다. 더 이상 발굴이나 조사가 진행되지도 않는 곳임에도 미륵사지라는 문화유산의 보호에 금마면 주민들의 희생이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금마면에서 살아온 주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떠나게 만들기도 했다. 주민들이 모두 다 떠나버린다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의미도 사라질 게 뻔하다.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문화유산이 주민들을 쫓아버리게 되는 경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금마면 주민들과 미륵사지

문화재보호구역 지정은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위원이나 전문위원 등 관계전문가 3명 이상에게 해당 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요청해 이뤄진다.

그러나 사적 지정과정에 있어서 발굴조사 등을 실시해 사적의 범위가 확인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지표조사와 같은 불확실한 조사만으로도 지정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특히 상황에 따라 지정범위가 많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보존의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필요 이상의 부분이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주민과의 협의 과정 및 문화유산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미륵사지는 사적 제150호로 지정됐다. 처음에는 약13,265천㎡의 방대한 면적이 지정됐다가  이후에 소폭이 줄어드는 지정면적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 문화재보호법 제27조 제3항에 근거 지정면적 재검토가 실시됐다.

이 법령은 보호구역 지정 또는 조정을 하고난 후 매 10년이 되기 전 해당 문화재의 보존가치와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의 지정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

새로이 검토를 한 결과 약 30만 평방미터가 지정 해제되는 결과를 얻었다. 미륵산 주변에 위치한 마을은 이미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민원이 빈발하고, 지정구역을 해제하더라도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판단이었다.

마을 주민들로서는 오랜 숙원이 해결되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현재까지 지정돼 있는 보호구역은 금마면 총면적의 3분의 1에 가까운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불만의 씨앗이 남은 상태다.

▣ 무엇이 불만일까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문적·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해 그 외곽 경계로부터 5백 미터 안의 범위를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미륵사지 5백 미터 안에 위치한 마을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큰 제한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실정이다. 재산권 행사의 제한은 문화재 지정이나 보호구역 외에도 도시계획, 군사시설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금마면의 경우에는 공수부대와 함께 문화재보호구역 지정이라는 또 하나의 가중된 제한을 받고 있는 셈이다.

2009년 문화재청은 미륵사지 주변 현상변경허용기준을 세워 고시했다. 미륵사지 정문 부근과 미륵사지 앞 관광지부분, 미륵산 좌·우 능선과 연결되는 구릉, 좌·우측 계곡 네 구역과 나머지 구역으로 나눠 5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로써 금마지역은 거의 절반 이상이 문화재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게 됐다.

이들 구역에서는 문화재로 지정된 부분이 아닌데도 강력한 행위제한을 받아 우려가 일고 있다. 미륵사지 앞과 좌·우측의 계곡 구역의 나머지 지역이 그렇다. 이 지역의 현상변경 허용 기준은 ‘익산시 도시계획 조례 등 관련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문화재보호법으로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도시계획 조례 등 개별법에 의해 운용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구역지정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 고도르네상스를 위하여

이와 같은 규제 속에서도 이제는 고도지구로 지정되고 익산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의 길로 가야한다는 것에는 금마면 주민들도 뜻을 모으고 있다.

주민협의체와 통해 여러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있으며 ‘고도대학’ 등에서 주민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고도르네상스 사업의 시작은 옥룡천 복원과 금마관아의 복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금마 주민들의 협력과 의지를 이끌어 내고 있지만 이주해야할 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타 지자체의 역사문화지구 사례를 본받아 지역 주민과 함께 발전하는 고도르네상스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역사문화환경의 보존과 더불어 금마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고도르네상스를 이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계획을 금마주민들과 약속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