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향기 가득한 영정통 거리의 명소.. 회원제로 24시간 열려있는 아늑한 휴식과 문화의 공간
다도, 가야금, 일본어, 우쿨렐레, 독서 등 프로그램 열어.. 찻집·문화기행으로 건강한 삶 일궈

현재 문화예술의거리 사업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원도심의 영정통거리. 그 길을 따라 중앙동에서 평화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익산문화재단에 못 미쳐 고풍스럽고 아늑한 공간 ‘익산전통차문화원’을 만나게 된다.

시원한 통유리로 들여다보이는 실내는 옛 가옥의 느낌을 살려 그대로 리모델링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며 아기자기한 다기(茶器)를 비롯해 책과 음반, 작은 난로가 공간을 꾸미고 있다. 

언뜻 보면 전통찻집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차를 판매하는 상업시설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간단한 회원 가입만 하면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차 문화 공간이다.

익산전통차문화원에서는 정식 다도 자격증반 강의를 비롯해 취미로 다도를 즐길 수 있도록 무료 강의도 받을 수 있으며,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가야금, 일본어, 우쿨렐레, 독서반 등의 문화 활동도 열고 있어 차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서로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는 익산전통차문화원을 다녀왔다.

◇ 차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 공간

익산전통차문화원(원장 이순주)은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2011년 문을 열었다. 차 향기 가득한 이곳은 차를 좋아하고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 손수 차를 끓여 마실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다도와 차에 대한 강의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널찍한 다탁(茶卓)과 다기 등의 도구와 함께 아늑하게 꾸며진 실내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며, 회원들이 직접 따고 덖어서 만든 다양한 차와 꽃차 등을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익산전통차문화원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1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들과 함께라면 누구나 방문해 차를 즐기며 독서, 회의, 동아리 모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24시간 개방돼 있어서 편한 시간에 언제든 가족과 함께, 지인과 함께 찾아 차를 즐기고 대화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또 문화원 안채에는 교육관이 마련돼 있어 다도(茶道) 자격증반의 교육을 비롯해 여러 문화예술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미나, 회의, 음악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영상음향시설도 갖춰져 있어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순주 원장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게 됐다. 깊이 있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만남과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열린 공간이 전통차문화원이 추구하는 방향이다”고 말했다.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월 2만원의 회비로 언제든 이용할 수 있으며 15주 동안 다도 취미반 무료 수강 등 문화원 이용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다.

◇ 차 문화 활동 공간

다도는 차를 재배하는 것에서부터 잎을 따서 덖고 만드는 과정을 거쳐 우려내고 마시는 것까지를 아우르는 차 문화다.

익산전통차문화원에서는 이러한 과정 전부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며, 또한 다른 지방의 차 기행을 통해 차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찻잎의 수확시기에 따른 종류와 발효 정도에 따른 차이점, 또는 계절별로 주변에서 쉽게 구해 만들 수 있는 차의 재료에 대한 이해를 넓혀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차 문화를 이끌고 있다.

무, 돼지감자 등으로 만든 차에서부터 야생차를 찾아 직접 수확하고 차로 만들고 있으며, 꽃차 이외에 효소도 만들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다른 문화공간을 찾아가는 찻집 기행 및 차 문화 기행 활동을 매월 2회 이상 실시하고 있는데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차밭을 비롯해 찻집 등을 두루 찾아다니며 배우고 있다. 작년에는 회원들이 함께 제주도와 대마도에 차 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문화원의 이런 활동에 소문을 듣고 진안, 목포, 여수, 전주 등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직접 창업을 위해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조언과 도움을 베풀고 있다.

이순주 원장은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에서부터 이론, 효소, 마시는 법 등까지 차 문화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회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며 “그냥 즐기고 마시는 차도 좋지만 이런 차 문화 활동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예술의 공간

익산전통차문화원의 다도 자격증반의 경우 월 회비 3만원에 6개월 과정으로 이론과 실습이 진행된다. 지난해에만 10여명의 합격자를 배출했고 이들 중 여러 명이 지역 학교 등에서 다도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방학 중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나 자녀들을 데려와 문화원에서 다도 교육을 실습할 수 있으며 회원들끼리 서로 교환해 대접하는 실습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한복도 비치돼 있어 다문화 가정의 예절 교육에도 이용하고 있다.  이런 교육과 실습을 통해 배출한 자격증 보유자들은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둥근마음재활원 등 각종 시설에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여러 행사에서 차를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 서동축제와 국화축제에도 참가해 부스를 열고 차 문화 알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도 익산전통차문화원에서는 각종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다.

현재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가야금반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화요일에는 일본어 수업, 목요일에는 다도 수업과 우쿨렐레 수업, 금요일에는 ‘책하고 놀자’ 독서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순주 원장은 “차문화원 공간에서 차와 함께 무언가 향유할 수 있는 배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같이 놀자’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차를 마시며 악기, 일본어, 책과 함께 놀아보는 시간이다. 부담 없이 회원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이순주 원장은

“차를 만나 여자가 됐다”  

익산전통차문화원 이순주(49) 원장은 20-30대를 유통업에 종사하며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땐 자신이 여자가 아니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일과 스트레스에 치여 살았었다.

“전화기 7대를 놓고 소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땐 정말 자신이 여자라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차를 접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차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학부와 석사과정을 밟으며 차와 함께 생활하는 정적인 삶을 찾게 됐다. 건강을 찾은 것과 함께 그에게는 인생의 궤도가 정 반대로 달라지는 경험이었다. 

원광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며 차 문화 보급에 앞장서 활동하던 그는 남녀노소 관계  없이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2011년 익산전통차문화원의 문을 열게 됐다. 자신의 과거와 같이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순주 원장은 “노는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을 비롯해 엄마들에게도 스트레스 가득한 사회에서 엄마와 아이가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익산전통차문화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