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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문화유산 ‘지킴이’이신효 학예연구사

▲ “마라톤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미륵사지 발굴과 함께 30여 년 동안 일궈낸 익산의 문화유산
왕궁, 마한 전시관 설립에 공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선봉장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륵사지의 첫 발굴조사부터 시작해 익산의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하는 한편 전시하고 널리 알리는 일이 내 삶이었다. 다른 일은 생각도 할 겨를도 없이 오직 익산 땅의 문화유산에만 매진해온 인생이다.”

익산의 문화유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단연코 왕궁리유적전시관의 이신효(55) 학예연구사를 찾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는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익산의 문화유산을 손수 발굴하고 보존해왔으며 현재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땀 흘리며 뛰고 있는 익산 문화유산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산 주변에서 쉽게 바라보고 감탄해 마지않는 훌륭한 문화유산들 각각에는 그의 애정 어린 손길과 정성이 듬뿍 담겨있는 것이다.

이신효 학예사가 처음 익산의 문화유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때. 교사가 꿈이었던 그는 원광대 국사교육과에서 공부하며 고고학과 미술사학 등을 접하게 됐다.

당시 익산은 물론이고 전라북도 전체에도 문화재 발굴이라는 것이 아예 전무하다시피 했고, 1974년에 이르러 원광대학에 마한백제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는 방학을 이용해 경주시 황룡사지 등에서 발굴 실습에 참여했으며 그때부터 교사의 꿈을 포기하고 고고학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5.18민주항쟁이 일어나던 해 미륵사지 발굴의 첫 삽을 뜨는 현장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대학 3학년이던 해 5.18이 일어났고 수배를 받게 됐다. 그 때 윤덕향 교수가 미륵사지 발굴 총책임자로 와 있었는데 수배가 풀려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3달쯤 미륵사지 발굴 준비 작업에 참여 했다”고 회상했다. 그 때 하루 일당이 5천원에 세금 100원을 뗐다며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학교에 돌아간 그는 졸업하자마자 다시 미륵사지 현장으로 돌아왔다. 아예 미륵사지 근처에 방을 얻어 살면서 미륵사지 발굴에 매달렸다. 시간이라도 생기면 미륵사지 주변에 산재해 있을 문화유적들을 답사하는데 썼다. 발굴이 진행될수록 발굴해야 할 것이 많은 익산이었고 그렇게 8년 동안 미륵사지 발굴 작업에 몸담았다.

미륵사지 발굴 당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묻자 그는 “연못 발굴 당시 나막신이나 칠기 공예품 등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것보다 연못 바닥의 단면을 떠보니 점토와 낙엽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잎을 보니 버드나무 잎이었고 그래서 천사백년 전에도 연못가에 버드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현재 미륵사지의 연못에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도 그의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되었던 셈이다.

이후 미륵사지를 떠난 그는 원광대박물관에서 5년여 동안 근무하며 사찰 발굴과 더불어 고분, 집터, 산업단지 지표조사 등 다양한 발굴 경험과 유물의 전시·관리에도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각 시군에서 문화재전담인력을 1명씩 신설하게 되자 익산시 최초의 문화재전담인력으로 뽑혀 익산시청에서 문화재를 담당한다.

그는 시청에서 근무하며 익산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왕궁리유적전시관과 마한관 설립을 도맡아 해냈다. 발굴에서부터 전시까지 그의 땀이 톡톡히 들어간 성과였다.
그는 “박물관에서의 경험이 전시관 설립의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왕궁리유적진시관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면서도 그는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문화재 전담인력이 하나뿐인 탓도 있지만 그가 필요한 곳이라면 쉬는 날도 마다않고 달려가길 마지않는다.

왕궁리전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재 해설과 강의를 비롯해 무왕길 체험 인솔, 서동축제의 무왕천도 체험 등 익산 문화유산이 들어가는 곳이라면 언제나 그가 함께 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도 그의 노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런 그의 활동력은 그가 취미로 하고 있는 마라톤과 닮아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장거리 달리기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마라톤을 취미로 하며 건강을 다져왔고 2년 전에는 보스톤마라톤에 참여해 완주하기도 했다. 그가 익산의 문화유산에 쏟는 끈기와 땀을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신효 학예연구사는 “앞으로의 과제라면 일단 익산 역사문화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다. 그 다음은 익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학생들의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계획이다. 익산의 아이들부터라도 우리 고장의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와 관련 2014년 교과서 개편 과정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어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