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지원사업 위한 재원확보 ‘절실’.. 등재추진과 더불어 주민 ‘자긍심’ 가져야

▣ 주민지원사업의 현실 과제

난항을 겪고 있는 고도보존육성을 위한 주민지원사업

역사문화자원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문화재청에서는 2004년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 익산 고도지구를 지정했다. 익산 고도지구는 금마도토성과 익산향교 등이 소재한 금마면과 왕궁면 일대로, 특별보존지구 29만㎡와 역사문화환경지구 92만㎡ 등 총 121만3000㎡이다. 이는 그동안 규제위주의 문화재정책에서 벗어나 문화재보호와 함께 주민을 위한 주민지원사업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지원사업을 위한 재원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금마관아 복원, 옥룡천 옛 물길 회복 사업과 더불어 백제문화 체험 공방과 전통 거리 조성, 한옥형 숙박시설 사업 등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보수정비사업에서 고도보존육성사업비를 배정함에 따라 실제로 고도보존육성을 위한 주민지원사업을 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4개 고도 주민협의회는 고도보존육성사업 추진을 위해 총액계상사업으로 포함된 예산을 일반회계로 분리해 매년 안정적인 국가예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고도의 보존·육성’과 ‘주민들의 안정된 생활의 보호’는 서로 대치된 상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선 지구지정, 후 보존계획 수립의 제도는 주민들의 불만을 낳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사업추진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고, 이에 따른 원활한 사업추진이 있은 후에야 기나긴 세월을 희생하고 살아온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 고도육성의 한 주체로 세울 수 있고, 그 주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 효과와 주민의 역할

모두 함께 넘어야 할 산

2012년 5월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통합사무국이 대전에서 정식 개소해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본격적인 출발이 이뤄졌다. 추진단은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초대 이사장으로 해, 유네스코·이코모스 등의 해외전문가 익산답사, 국내 학술대회 개최, 국제 학술회의 개최, 백제역사유적지구 가이드북과 주민홍보용 팜플렛 제작 배포 등의 활동을 해 왔으며, 현재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국문·영문) 작성 용역을 이코모스 코리아에 발주한 상태다.

2013년에는 등재신청서 작성과 더불어 보존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사진·도면 자료집 제작, 홍보 동영상 제작 등을 진행 및 계획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등재신청서 작성을 완료하고 등재 부속자료 제작 및 국내외 홍보를 강화한 다음, 2014년에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면 이코모스 자문단 등의 현장실사를 거쳐 2015년에는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최종적으로 등재될 경우, 경주나 부여 등에 미치지 못했던 익산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따른 관광인프라의 구축, 관광객 증가와 고용기회 증가, 지역소득 증대 등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함으로써 익산고유의 주얼리산업에 끼칠 경제적 파급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익산이 세계유산이 소재한 지역이라는 자긍심이 고취되고, 보유한 유산의 가치를 재인식함으로써, 더 이상 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가능한 원 상태로 보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도대학을 비롯해 세계유산 등재추진 시민교육, 주민참여 워크숍, 토론회 등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돼 온 이유다.

정부의 등재추진 노력과 더불어, 유산의 보존·관리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필요성이 있기에 지역 주민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익산시 전체의 문제다

고도로서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금마면·왕궁면 일대의 문제는, 비단 그 지역만의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익산시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마면 주민협의회 민두희 이사장은 “뿌리를 튼튼하게 잘 가꿔야 가지가 바르게 자라고 우리에게 와닿는 열매와 풍부한 산소를 배출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중심지로서의 익산, 그 중 핵심지역인 금마면은 그 뿌리라 할 것”이고, “금마면을 비롯한 역사지구를 익산의 초라한 시골 변두리가 아닌 역사문화관광지의 중심으로서 가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보석관광단지, 여성친화도시 등의 질 좋은 이미지와 여건을 가지고 있는 익산시가 고도로서의 품격을 지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마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익산시 전체의 하나된 문제라는 의식을 가지고, 31만 익산시민 전체가 익산의 브랜드가치, 나아가 국가브랜드의 제고를 위해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익산시민의 역사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해서도, 그 원형이 온전한 상태로 보전돼 있는 유물들을 가지고 있는 익산시가 정사의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고대 왕도로서, 역사문화의 중심지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현재 우리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인위적인 가치에 비하면, 현상 그대로 역사적 가치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유물들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실로 많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