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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으로 일군 ‘신화창조’ 신길수 박사

▲ “꽃다운 인연이 자랑스럽다”

익산을 핸드볼 메카로 만든 장본인.. 원대 체력과학연구소 설립
사진가로 일획 그어.. 시조와 수필 26권 발간한 시조문학의 대가

“세상을 살면서 자기 할 일을 다 한 사람은 많다. 나는 시조에서 핸드볼에서 최소한의 성(城) 하나를 쌓았다.”

한 가지 분야에서도 듣기 어려운 ‘거장’이라는 말을 스포츠와 문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에 걸쳐 들으며 스스로도 하나의 ‘성’을 쌓았다고 소회하고 있는 백강(伯岡) 신길수(75) 박사.

대한민국 핸드볼 지도자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스포츠의 불모지였던 익산시를 일약 핸드볼의 메카로 만들었으며, 원광대학교에 재직하며 체력과학 연구소를 설립·운영하며 스포츠과학 연구에도 일각을 이뤘다. 또 사진예술에 매진해 전국 촬영대회 80여 차례 수상하는 성과를 보였으며 정년퇴임에 즈음해서부터는 시조에 입문, 매년 꾸준히 1-2권의 시조집 및 수필집을 발간해 총 26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 시조문학의 ‘대가’로 우뚝 섰다.

그의 이러한 일생은 필사의 집념으로 설명된다. 뭔가 하고자하는 일이 생기면 밤을 새서라도 해내고야 마는 신길수 박사. 그래서 혹자는 그를 일컬어 ‘25시의 사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핸드볼을 할 때 사람들이 나더러 핸드볼에 미쳤다고 할 정도였다. 나도 정말 미쳤던 게 아닌가 싶다. 시합 나가기 전에 현몽을 꿀 정도였으니까. 그건 나의 집념이기도 했다. 나이가 많은 지금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다.”

신길수 박사는 익산 남중동에서 태어나 이리초교, 이리중, 이리공고를 거쳐 경희대에 진학해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공부에 취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남달리 운동을 좋아했고 그에 관련한 공부를 계속하게 됐던 것.

군 전역 후 고향에 내려온 그는 모교인 이리중학교의 핸드볼부와 축구부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핸드볼의 ‘전설’이 스포츠 불모지였던 익산에서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리중에서 팀 창단 2년 만에 전국을 제패한 후 정식 체육교사로 채용된 그는 축구부를 포기하고 핸드볼에 더욱 매진했다. 이후 이리중은 4년 간 전국 정상을 차지했고 선수들이 이리상업고등학교(현 전북제일고)에 진학하자 상고에 핸드볼부를 창단 지도해 고교 핸드볼에서도 정상에 섰다. 이리중과 상고 2팀 모두 전국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익산 핸드볼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원광대학교 핸드볼 팀에 스카우트되어 대학 선수들을 지도하게 된 그는 1년 만에 전국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팀 창단 6년만의 이룬 쾌거였고 그의 지도 1년 만의 우승이었다. 당시 원광고 밴드부를 앞세우고 시가행진을 했을 정도로 익산의 자랑으로 남았다.

신 박사는 1968년 원광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로 부임해 ‘체력과학연구소’를 설립·운영하며 스포츠과학에 대한 연구에 매진, 논문 60여 편을 저술했고, 한편으로는 대한핸드볼협회 기술위원장, 체육학회 부회장, 핸드볼 협회 심판위원, 이사,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두루 거치며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몸담았다. 그에 대한 공로로 대한민국 체육상, 대한체육회 공로상, 국무총리상 등 헤아릴 수 없이 수상한 상패가 그가 대한민국 핸드볼의 ‘거장’이라는 것을 대신 얘기해 주고 있다.

이후 그는 원광대 학생상담 실장, 학생처 차장 등을 거쳤고 대학원장을 끝으로 정년을 맞아 퇴임해 명예교수가 됐다. 퇴임이 다가오자 그는 그가 평생 걸어온 길과 다른 예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먼저 사진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전국 춘향제 촬영대회 금상을 위시해 100여 차례 입선과 특선을 기록할 정도로 사진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사진은 다리로 찍는다’는 그의 신념과 남다른 집념은 촬영을 위해 국내 곳곳은 물론이거니와 유럽 십여 국가와 동유럽, 남미, 북중미, 동남아, 러시아, 중동, 호주 등 세계 수십여 나라 곳곳을 누비게 했다. 십여 차례의 사진전과 사진집 2권이 열매를 맺었다.

또한 사진과 함께 문학에 대한 예술혼도 불탔다. 사진 촬영을 위한 여정 속에서 겪었던 단상들과 삶의 지혜가 시조와 산문으로 태어났다. 올해까지 시조집만 20여 권, 시집 3권, 그리고 첫 수필집 ‘이띠기 연가’가 올해 26번째 저서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한 해에 한 두 권 씩 써내는 놀라운 열정이다. 그 동안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도 고령임에도 불구 열정을 담아 글을 쓰는 데 여념이 없다.

신길수 박사는 “핸드볼을 할 때는 제자들을 자식보다 사랑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혹독하게 지도하지 않았나 싶을 때도 있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며 “늦게나마 글을 쓰는 것도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여서 와이프가 잠을 못 잔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똘똘 뭉쳐 살았던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다 놓고 바람처럼 유유자적하게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