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행정구역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익산·군산 통합론이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교통과 물류, 교육과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내륙의 거점도시 익산의 장점과, 새만금에서 비롯하는 해양산업도시, 항만과 공항 등 물류를 중심으로 한 환황해권 거점도시 군산의 장점이 결합하는데 따른 타당성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양 지역 상공인들이 통합에 관심을 보이고, 익산시의회에서도 통합의 필요성이 최근 공식적으로 제기 됐다. 문화와 생활권에서 이질감이 없는 군산과 익산이 통합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익산에서 일고 있다.

그러나 익산 밖에서는 군산과 부안.김제.서천 등을 묶는 통합론이 대세로 부상, 익산은 통합논의 단초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본지는 정부가 주도하는 행정구역개편의 본질과 통합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편집자 주>

지난 2005년 4월 28일, 열린우리당.한나라당.행정자치부.정부혁신위원회는 여.야.정협의회를 열고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합의하고, 이후 '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정구역개편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했다.

행정구역개편논의의 골자를 보면, 도(道) 제도를 폐지하고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60~70개의 광역시(통합시)로 만들며 시.도, 시.군.구, 읍.면.동 3단계 행정구역체계를 단순화 하자는 것이 큰 줄기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통합을 적극 권장하고 통합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했다. 특별교부세 및 행정.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교육.생활여건을 개선해 주는 등 지자체 통합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9월 2일 행안부의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에 따르면 통합 지자체에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 설치 등 광역.지역 발전회계사업 선정 때 우대하고, 국고보조율도 일반 기준보다

10% 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초자치단체 당 연간 20억원 수준인 특별교부세도 통합하는 시군마다 50억원씩 높여 지원하여 지역개발 자원으로 활용, 통합 이전 자치단체의 교부세액 수준을 5년간 보장, 보통교부세액(1년분)의 약 60%를 10년 내에 분할 해 추가 교부하기로 했다.

최근 익산과 군산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두차례의 접촉을 통해 두지역이 행정구역개편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

지역 상공인들은 전국의 행정구역 개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흘러가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간 통합이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시각을 다투는 현안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공동인식했다.

군산과 익산지역 상공인들은 "인구수나 경제 규모 등에서 비슷하고 문화나 생활권에서 이질감이 덜해 통합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해양과 내륙이 통합될 경우 서해안 중심도시는 물론 동북아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상공인들은 또, '군산.익산'을 묶는 것을 비롯한, '군산.익산.김제.서천', '김제.부안', '김제.서천' 등 다양한 통합안을 제시하고, 앞으로 세미나와 연구용역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익산시의회 김용균 의원은 지난 10일 제140회 임시회 시정질문 자리에서 "내륙의 익산시와 해양의 군산시의 통합으로 서해안의 중심도시는 물론 동북아의 거점도시로 성장발전할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하고, "인구 경제 문화 등 모든 생활권에서 이질감이 덜하고 법원, 검찰, 군옥 축협 등등 기관이나 단체도 통합되어 있는 곳이 많다"며, "두 지자체간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 상공인들과 뜻을 같이 했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이에 대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도로와 교통의 발전을 꾀하고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경제중심권역인 군산과, 백제문화와 역사문화권인 익산의 통합에 대해 이미 두달 전부터 검토하고 있으며, 내부적인 의견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뒤, "경제인들, 정치인들과의 협의와 논의 과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아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춘석 국회의원은 "현재 수도권에서는 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의견수렴절차도 없는 상태에서 앞 다투어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최소한의 전제와 기준도 없는 수평적 통합 논의는 매우 위험스럽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의 준비 안 된 행정구역 개편 추진을 강력 비판했다.

이춘석 의원은 지역간 통합에 대해서는 "통합된 시가 어떤 비전과 정체성, 자족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며, "개인적으로 익산-군산만이 아니라 서천, 부여, 논산 등을 통합해 ‘백제시’ 혹은 ‘금강시’로 이름 붙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배숙 국회의원도 "정부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속에서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신중히 접근해야 할 이 문제가 자칫 원칙 없는 개편논의로 이어져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조배숙 의원은 지역간 통합에 대해서는 "익산과 군산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새만금 사업의 성공을 위해 광역 새만금권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익산과 군산은 물론 김제까지 아우르는 광역 통합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시장은 익산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며, "군산지역에서는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부안.김제.서천과의 통합론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익산과 군산에 대한 통합론이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익산시민들은 이에 대해 별 관심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대한 백제문화와 마한문화, 古都로 지정된 역사문화, KTX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할 익산은 '익산.군산', '익산.논산', '익산.전주', '익산.군산.서천.부안.김제' 등 다양한 통합론에 휩쓸려들고 있다.

거대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면서 제일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곳이 경기.성남.하남,광주시다. 이 밖에도 경남 창원.진해, 경기 구리.남양주, 충북 괴산.중평, 전북 전주.완주, 전남 목포.무안.신안 등 전국 곳곳에서 짝짓기 식 통합논의가 활발하다.

부산.울산. 경남도 같은 광역 자치단체 사이에도 통합논의가 시작되어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논의가 활발한 대부분의 지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생활권이 같아서 통합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곳들이고, 주민들의 지역정서도 크게 다른 곳이 없는 지역들로 판단되고 있다.

즉, 익산과 군산의 통합논의 역시 이러한 지리적 인접 및 주민들의 지역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통합논의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여론이다.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정부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대구.경북),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등 5개 광역권으로 나누고 강원도와 제주도를 특별광역권으로 운영하자는 광역경제권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제권을 행정구역으로 나누자는 것인지, 경제권으로만 운영하자는 것인지 분명한 비전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행정권 없는 경제권이란 중앙정부의 영향력과 통제권 아래 놓이게 되어 별 의미가 없다는 여론이다.

또 다른 견해는, 그동안 펼쳐오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 사라지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한 언론은 "지금 선진국은 광역 지방정부로 가고 있다"면서 "지역정부가 국가에 버금가는 지방정부의 광역화, 권한을 갖는 '지역국가' 시대의 도래를 점치는 경제학자도 있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광역화, 권한.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분명한 비전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광역 행정단체가 없는 60-70개의 군소자치단체의 등장은 지방분권 추세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고 분명한 비전 아래 원칙 있는 통합을 유도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급 진행과 여타 다른 정계에서의 기준과 대안없는 무분별한 일반통행식 행정구역 개편이 곤란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역정서나 역사와 문화를 무시한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