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변 평야에 형성된 농경사회 경제중심지.. 익산최초의 교회인 남전교회가 자리해 있어
주민들 일제 때 수탈의 기억 또렷이 기억해.. 익산 4.4독립만세운동의 근거지가 됐던 마을

오산면(五山面)은 익산시의 서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탑천을 경계로 군산시 임피면과 대야면에, 남쪽으로는 만경강을 경계로 김제시 청하면, 고덕면과 접해 있다.

대부분이 만경강 유역의 충적평야로 구성돼 있기에 익산에서 가장 많은 경작지를 보유한 대표 곡창지대이며 북동부의 높은 구릉이 해발 고도 2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오산이라는 이름은 본디 오산리 뒷산에 있는 바위 생김새가 자라와 같다고 해서 자라 오(鼇) 자를 쓴 오산(鼇山)이었으나 글자가 너무 어려워 1914년부터 오(五) 자로 고쳐서 사용하고 있다.

오산면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전주와 군산을 잇는 번영로를 비롯해 철로가 놓여 교통이 발달한 고장이었으며 넓은 평야지대 덕분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농장을 경영하며 수탈했던 현장이기도 하다. 지금도 전판농장, 불이농장 등 대규모 일본인 농장의 흔적과 일본식 가옥이 곳곳에 남아있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구술사 정리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구술사프로젝트팀은 상반기 동안에 익산 북부와 북서부 마을들에서 미처 찾지 못했던 마을들을 점검하고 찾아가는 한편 익산 서부로 발길을 돌려 오산면에 속한 마을들을 속속들이 찾아가고 있다.

◇ ‘참의’가 살았다는 북참마을

기초 사전조사를 통해 알아본 북참마을 지명의 유래를 보면 본디 이 지역이 ‘참문이’라는 지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 마을 지대가 낮아 홍수가 나면 물이 찼다는 뜻에서 비롯한 것이다. ‘차다’가 참으로, ‘물’이 문으로 변해서 참문이가 됐고 그것을 남쪽과 북쪽으로 나눠 ‘문이’를 빼고 남참, 북참마을이 됐다는 것이다.

조금 석연치 않은 이러한 설명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북참마을 주민 진창석(59), 박태준(67) 씨는 마을의 역사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는데 북참마을의 역사는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1789년(영조13년)에 쓰인 ‘호구총서’에 ‘북참’, ‘남참’이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거기 ‘북참의리’, ‘남참의리’라고 되어 있다. 근거를 들어보니까 ‘참의(參議, 정삼품벼슬)’가 살았다더라. 어떻게 와서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은퇴해서 왔거나 귀양살이 왔다는 설도 있었다.”

‘참의가 사는 동네’라는 의미의 북참의리, 남참의리 였다는 것. 그 근거로 주민들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효열문을 들었다. 효열문이 조선 중기에 세워졌기 때문에 그 시대부터 마을이 있었고 ‘참의’가 살았다는 것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효열문에 적혀 있기를 계유년 5월에 건축했다고 돼있어 그 시기를 가늠해본 결과 1753년이며, 이는 ‘호구총서’에 북참이 언급돼 있는 전후가 된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어쨌든 이 지역에 참의가 살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 당시에 조선에 호조참의로 김안성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처가 열녀였다고 한다. 그 열녀문이 마을에 있다. 그것을 근거로 그런 유래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참마을에 위치한 ‘효열문’을 직접 찾아가 보니 보통의 효열문과 다르게 시멘트 돌담과 철문으로 둘러져 있고 그 안에 누각도 없이 비석 두 개가 세워져 있는 형태였다.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기는 했지만 두 비석 중 한 개가 넘어져 있는 상태로, 주민들은 시청에 세워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무소식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일제강점기의 기억

북참마을은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기억을 비교적 많이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만경강 제방을 쌓은 후 늘어난 경작지를 차지하고 일본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며 농장을 경영했다.

주민들은 “어른들 얘길 들어보니까 그 일본인들도 착취목적이 아니라 이주목적인 개인 농장이었다고 한다. 일제 수탈은 주민들에게 소작을 주고 농사를 짓게 하던 대규모농장같은 척식회사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신작로 개설과 익산과 군산을 잇는 철로 개설, 만경강 제방 쌓을 당시 강제로 동원되다시피 해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실제 오산면에 있었던 불이흥업주식회사의 경우 일본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수리개간업체 중 가장 규모가 컸다. 1904년부터 익산군과 옥구군 지방에 농장을 설립하고 14km의 방조제 축조한 회사였다. 이 회사의 만행은 일본인들로부터도 비난받을 정도였는데, 총독부로부터 황무지를 사들인 다음 조선인 농가에게 개간하게 하고 그것을 다시 소작시키는 방식으로 막대한 토지를 집적했다. 과중한 소작료와 수리시설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가혹하게 수탈한 소작농가가 1만여 호에 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작쟁의와 같은 농민운동과 독립운동의 싹이 트기 시작했고 북참마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 익산최초 남전교회의 독립운동

북참마을에 위치한 남전교회는 익산시 최초의 교회임에도 불구 성당면의 두동교회나 나바위성당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전교회는 1894년 군산에 기독교가 전래된 3년 후인 1897년 10월 15일 설립됐다. 군산에 선교부를 설립한 미국 남장로교에서 조그만 배를 타고 만경강을 거슬러 올라와 비교적 부촌으로 알려진 남참마을에 복음을 전파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만경강 건너 김제에는 송지동교회가, 익산에는 남전(남참문)교회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는 남전교회에 보관돼 있는 교회록에 소상히 적혀 있다.

이후 남전교회는 일제치하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저항정신을 키운 본거지가 됐다. 동학운동이 끝난 후 교회는 지식인들의 저항정신을 키우는 장소의 역할을 하며 성장해 3·1운동을 촉발하게 됐다. 그 때 남전교회가 익산 독립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익산의 3·1운동은 1919년 3월1일부터 5월 말까지 전개됐는데 초기에는 기독교와 천도교가 연합해 16개면 전역에서 밤 9시를 기해 전군민이 참여하는 봉화시위로 시작했다. 이후 만세운동의 열기가 확산됐고 4월 4일에 이르러 폭발됐다. 익산 남부시장(구시장)을 중심으로 수천 명이 참여하는 만세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4·4운동을 선도한 이들이 남전리에 사는 사헌부감찰 김내문, 최대진목사, 문용기, 박영문, 백낙규, 오덕근, 박병렬, 김병수 등이었고 이날 운동에서 사살된 6명의 열사 중 4명이 오산면 출신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유관순은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알지만 문용기 열사는 아무도 몰라. 4·4만세운동 현장에서 쓰러져간 선배들에 대한 업적이나 내용들이 드러나야 된다. 지금도 매년 4월4일에 교회에서 추모행사를 하고 있지만 그러한 것들이 확실히 연구되어 민족혼을 기릴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새마을의 현장

1972년에 새마을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때 북참마을은 새마을 운동의 전라북도 중심마을로 성장했다.

전북에서 유일한 시범 조성마을로 선정된 북참마을은 가장 먼저 신식으로 마을가꾸기가 일어났다. 경제적으로 부촌이었던 까닭도 있었고 농업의 중심지라는 여건이 시범마을에 뽑히게 된 이유라고 전해지고 있었다.

실제 대통령과 영부인의 방문 기록이 국가기록원에 남아 있으며 ‘영부인께서는 새마을 사업으로 연간 소득이 호당 74만원인 부전으로 탈바꿈 했다는 새마을 지도자의 보고를 들으심’이라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또 내무부의 새마을운동 기록에 북참마을 새마을지도자가 과로로 순직했다는 기록과 영농기계화로 잘사는 농촌으로 가꿨다는 내용도 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참 때 전시효과를 노리기 위해 시범마을로 정해서 가꾸고 외부사람들한테 구경시켰다. 다른 마을 이장 대표자들이 와서 전부 구경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주민들은 굉장히 피곤하기도 했다. 손님이 온다면 꼭두새벽부터 ‘새벽종이 울렸네-’하고 방송이 나온다. 그러면 빗자루 들고 청소해야 했다. 굉장히 깨끗하게 하고 손님을 맞아야 했으니까.”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