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송동 ‘소풍&사이’ 동네 생활문화 공간으로 각광.. 방과 후 대안학교와 문화공간이 공존하는 협동조합
집과 같은 편한 공간에 다양한 놀이 가득한‘소풍’.. 상영·전시·공연·생활 강좌 등이 열리는 문화카페‘사이’

부송동 우체국 뒷길을 따라 골목을 걷다 놀이터가 있는 조그만 도심 속 공원을 만났다. 그네를 비롯해 간단한 기구가 있는 놀이터,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하는 공원은 삭막한 도심 속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휴식처 같다.

놀이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음악소리 같아서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진다. 여름 햇살에 한껏 초록색 잎을 반짝이는 나무 그늘로 들어서니 그윽한 커피 향이 공원 안에 맴돌고 있다. 후각을 자극하는 커피향의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공원 옆에 위치한 조그만 카페를 발견했다.

공원에 그윽한 커피 향을 더해주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cafe 사이’였다. 하늘색으로 꾸며진 찻집의 전면은 큰길가에 자리한 상점들과는 확연히 다른 ‘다정한’ 느낌. 하늘색 벽면에 걸린 그림 간판도 그와 같은 느낌을 더하고 있다. 책을 보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모두 보듬어 안고 있는 모습의 일러스트가 카페의 이름인 ‘사이’와 함께 자연스럽고 정감 있게 다가왔다.

카페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느낌의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원목 재질의 테이블과 의자, 선반들과 패브릭 소품들. 환한 벽면은 예사 솜씨가 아닌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아늑하면서도 젊은 상상력의 에너지가 넘치는 실내 곳곳에서 꽤 정성을 들인 흔적이 묻어났다. 망설임 없이 ‘사이’의 문을 밀고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홍교훈 교사(좌)와 박선미 교사(우)

◇ ‘사이’좋게 ‘소풍’을 가다

‘소풍’은 카페 ‘사이’의 2층에서 운영되고 있는 익산 최초의 방과후 대안학교로서 올해 4월 13일 문을 열면서 지역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교를 파한 학생들을 어쩔 수 없이 학원으로 보내야 하는 맞벌이 부부나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마땅한 곳을 찾는 동시에 대안적 교육에 관심이 있던 학부모들에겐 희소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소풍은 그런 학부모의 고민과 함께 학교에서 학원으로 내몰리며 어른보다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대안적 공간과 교육을 고민하던 이들의 뜻이 모아져 탄생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오랜 시간의 고민과 준비의 시간을 거쳤으며, 구체적인 모습으로 실현되기까지 그 과정을 함께 한 8명의 조합원이 운영하는 협동조합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고 하겠다.

소풍의 교사이자 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교훈(36) 씨는 “대안교육에 대한 기본적 관심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해오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뜻을 모아 구체적으로 실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아이와 어른이 함께할 수 있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만들자는 뜻으로 카페 ‘사이’를 함께 준비하며 적당한 곳을 찾다 지금의 장소를 택했다. 아이들이 공원을 정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와 더불어 대안학교 교사들의 준비가 따랐다. 현재 3명으로 구성된 소풍의 교사들은 중·고교 교사로 재직했던 경험자를 비롯해 교육학석사 등 이미 기본적인 교육자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안교육의 실제 사례를 배우기 위해 간디교육연구소의 대안교육 교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방과후 대안학교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서울 성미산 도토리방과후학교를 방문해 자료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소풍’의 준비를 철저히 다졌다.

박선미 교사는 “대안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소풍&사이’가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날마다 소풍가는 기분

‘소풍’은 이름 그대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방과 후 학교다. 매일 학교를 파할 시간에 맞춰 교사들이 마중을 나가면 학생들은 소풍을 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소풍’에 모이는 것.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숙제도 한 다음, 다양한 표현활동이나 나들이, 손작업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친환경 재료로 만든 간식 먹기 시간은 올바른 식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는 시간이며, 매일 책 읽는 시간을 통해 독서 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특히 놀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개발하고 친구들과 함께 무엇이든 해보는 시간은 아이들의 에너지가 맘껏 방출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토요일은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날로서 야외로 소풍을 가거나 견학 등 체험을 위주로 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방과후 대안학교 소풍의 참가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의 학생들까지만 받고 있으며 학교가 파하는 시점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들을 돌본다.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12시 까지 운영되며 공휴일과 명절 연휴는 쉰다.

방학 중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할 계획으로 현재 여름방학을 앞두고 선착순으로 참가 학생을 모집하는 중이다. 교육 인원을 최대 20명으로 제한해 쾌적한 교육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홍교훈 교사는 “소풍은 학원 같은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집과 같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뛰어놀고 움직이는 놀이를 추구하고 있다. 손작업, 표현활동 등이 매일 다양하게 이뤄지며 계절에 따라 유동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므로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 대한문화공간 카페 ‘사이’

소풍에 아이들이 있다면 그 밑 ‘사이’에는 어른들이 있다. 사이는 ‘우리 동네 대안문화공간’이라는 목표로 소풍과 함께 문을 열었다.

사이에서는 학부모들 간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소통되는 공간이기도 하며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기도 하는 공간이다. 또한 전시장, 상영장, 공연장, 생활강좌가 열리는 공간이다. 주민들이 가까운 동네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구상됐고 일상적인 전시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는 카페 ‘사이’에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옷, 생활 소품, 책, 직접 만든 장신구 등 자신에겐 필요 없지만 남들에겐 유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직접 거래하는 ‘소박한 벼룩시장’이 열리는 것. 6월부터 시작했지만 반응이 좋아 앞으로 가게 앞 공원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도 있다.

사이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행(35) 씨는 “그림이나 사진 전시를 일상적으로 할 수 있으며 영화상영, 공연, 생활강좌 등이 열리는 주민들의 문화공간이다”며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제공해 ‘사이’가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의 먹거리는 공정무역으로 거래되는 질 좋은 제품만을 사용한다. 커피, 팥빙수, 캐슈넛, 홍차, 패션프룻 음료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사이의 커피는 맛이 좋기로 알음알음 전해져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또한 사이에서는 직접 제작했거나 지인들이 만든 수공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팔찌, 여권지갑, 헤어밴드, 꽃차 등 여러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