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이병기 선생 가문의 명주 ‘호산춘’ 유일 전수자.. 전통주 빚기의 달인
집에서 만드는 술, 식초, 효소 등 발효식품의 연구 권위자.. 전국 전파 열심

“식초가 몸에 좋다는 것을 밝혀낸 이들이 노벨의학상을 3번이나 탔을 정도로 서양에서는 이미 생활화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 근래에 와서야 식초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만큼 귀한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에서 경북 안동으로, 전북 고창에 내려갔다가 다시 경북 경주로. 일주일의 5일 동안을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전통발효에 대한 강의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전통발효의 달인 이연호(68) 씨.

하루가 멀다 하고 그를 찾는 곳이 많아 힘들지만 그는 시간만 되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 이유는 전통발효를 이용한 술과 식초 같은 식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수록 사람들이 건강해진다는 단순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각 가정에 건강한 식생활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익산에서 우리술연구회(현 익산전통발효연구회)를 이끌며 전통주 빚기를 전파해 온 전통 가양주(집에서 담는 술)의 달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전통주를 빚으면서 자연스럽게 발효연구에 매진해 식초와 효소 분야에도 경지에 올랐다. 그런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그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술이나 식초는 미생물과 효모가 먹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런 활동은 온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데 그런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집에서도 손쉽게 담글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과 전통주의 인연은 그의 집안 내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춘포면 태생으로 가람 이병기 선생의 동생인 독립운동가 이병석 선생의 외손자다. 여산지역을 본가로 한 연안이씨 가문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명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익산 특산주 ‘호산춘(壺山春)’이었다. 여산면의 천호산에서 이름을 따온 호산춘은 ‘주(酒)’로 끝나지 않고 특별히 맛이 좋은 술에만 붙는다는 ‘춘’이라는 것으로도 이미 명주 중의 명주로 손꼽힌다. 또한 다른 술이 한번 빚어내는 것과 달리 세 번을 빚어야 비로소 호산춘이 된다는 것에서 삼양주(三養酒)라고도 불릴 만큼 특출한 전통주다.

자연스럽게 호산춘 빚는 비법이 그의 어머니로 이어졌고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며 배우던 그가 현재로서는 유일한 호산춘 전수자로 명맥을 잇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어릴 때는 잘 몰라서 원래 그렇게 세 번 빚어야 술이 되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어머니께서 식초도 잘 만드셨는데 운동을 했던 내게 식초를 권장해 지금껏 건강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을 때부터 전통주에 푹 빠져 살았던 건 아녔다. 운동에 재능이 있어 학창시절 펜싱 선수로 활약하고 익산군 최초의 펜싱부 직장 운동선수로 활동했다. 이 후 익산시 공무원으로 30여년 성실하게 근무하다가 명예퇴직을 결심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뭔가 해봐야하지 않겠냐는 포부였다.

이 후 대학에 들어가 조경학을 공부했고 전통주 연구에도 심취하게 됐다. 몸으로 익히 배워 익힌 듯 자연스럽게 전통주와 발효 연구가 이뤄졌다. 미생물학과 발효학 등에 대한 많은 공부가 있었다. 집안 곳곳을 그가 빚은 술이 차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 쯤 이었다.

이 회장은 “술을 빚는 게 알려지면서 주변사람들에게서 ‘너만 좋은 술 먹냐’는 말을 듣게 됐다. 그래서 너도 나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4년 전부터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전통주 빚는 방법에 대해 주로 가르쳤고 전통발효식품인 산야초효소나 전통발효식초로 분야를 넓혀나갔다. 그는 집에서 항아리에 전통식초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가양식초’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런 연구 결과를 아무런 대가 없이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담근 술에 들어간 쌀로 치면 2.5톤 트럭으로 10대가 넘을 것이다. 그렇지만 술 한 사발, 식초 한 병 만들어서 돈 받고 준 적 없다. 지금도 사업화 하자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고, 널리 전파하고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바라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발효식품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 소재의 식초학교에도 주기적으로 강의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익산의 도심지역에서도 이러한 발효식품 강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그런 자리가 쉽게 이뤄지지 않아 아쉬워했다.

이연호 회장은 “시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배울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통주와 전통발효 식초가 집집마다 보급되면 익산 시민들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익산시가 건강해질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내가 보장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