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면 장신리는 익산에서 서부 평야지대로 나아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고 도심과 가까운 곳이어서 최근 아파트 개발과 함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모현동, 신동과 접해 있으며 함열, 김제, 군산, 전주 방면으로 나아갈 수 있는 23번 국도와 27번 국도가 교차하는 교통이 편리한 곳이기도 하다.

오산평야의 낮은 지형 중에서도 장신리는 약간 높은 지형을 이루고 있어 가까이에는 배산이 한 눈에 보이고 그 너머로 미륵산도 바라다 보인다. 용곤, 외검, 가장, 상아, 장항, 중흥마을까지 여섯 마을로 이뤄져 있으며, 멀게는 고려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보면 역사가 깊은 지역이다.

그러나 지대가 낮은 탓에 과거 바닷물이 들어왔던 평야지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역사문화유산이 분포해 있지는 않고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 유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술사프로젝트팀은 주민들로부터 과거 생활상과 기억, 전해지는 이야기 등을 듣고 기록하기 위해 장신리 마을들을 찾았다.

장항(獐項)마을은 그 이름 풀이 그대로 노루목 마을이었다. 노루목이라고 불렸던 곳은 산과 산이 접한 곳의 길게 자리한 평야지대를 일컫기도 하는데 장항마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 높지 않은 구릉 위에 마을이 기다랗게 들어서 있어서 일찍이 노루목이라고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장항’이라고 변했다. 또한 주민들은 장항리를 ‘장리’라고 자연스럽게 줄여서 부르기도 했다.

구술사프로젝트팀은 현재 백제고등학교가 들어서 있는 마을인 장항마을을 찾아 마을 주민 김동문(77), 김성기(72), 유흥목(69), 신한철(62) 씨로부터 마을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마을이 생긴 유래를 들어보니 장항마을이 오산면에서 가장 먼저 생긴 마을이라는 얘길 들을 수 있었다.

“오산면이 49개 부락인데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생긴 마을이 장항부락이야. 다른 마을들은 여기서 다 퍼져 나간 것이고. 장항이라는 뜻은 노루목이라는 건데, 저쪽에 가면 장후리라고 노루꼬리 마을도 있어.”

익산향토지나 다른 기록에도 장항마을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마을이라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부터 마을이 있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 이유는 장항마을이 위치한 곳이 오산면의 다른 곳보다 높은 지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오산평야 대부분이 바다나 다름없이 물이 차있었다는 연구에서나 모현동의 ‘배산’까지 배가 들어왔었다는 사실로 볼 때 자연스럽게 지대가 높은 곳에 마을이 형성됐을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또한 1914년 기록에 보면 장항마을을 ‘수항(水巷)’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수변지역이어서 ‘수렁’이 많은 동네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신리는 과거에 근처 마을들 보다 지대가 높고 솔밭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깨끗한 샘물로 유명했다고 전한다. 근처 평야지대는 만경강 제방을 쌓기 전이나 황등제가 생기기 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왔었기 때문에 갯벌 같은 수렁이 대부분이어서 ‘수렁리’, 혹은 ‘수랑니’라고도 불렸다.

들판에 들어선 마을들 대부분은 우물을 파도 건건한 물이 나와 식수로 쓰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장항마을은 깨끗한 샘물이 나왔다고 한다. 근처 청수동(淸水洞)이라는 지명은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높은 지대와 깨끗한 물과 관련해서 마을 주민들은 여러 기억들을 꺼내 놓았다.

“이 동네가 높으니까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들판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로 피난오고 그랬어. 배수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랬지. 지대가 높고 소나무 숲도 우거져 있고 그랬다고.”

또한 주민들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의 기억도 꺼냈다.

“언젠가 이 근방에 호열자(虎列刺, 콜레라)라고 전염병이 돌았는데, 들판사람들은 다 죽어나가고 그랬는데 이 동네는 물이 좋아서 한 사람도 안 죽었어. 들판에 있는 마을들은 우물물이 건건하고 안 좋아서 다 죽고 그랬어.”

그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에 따르면 콜레라가 유행하자 근처 평야지역의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었다. 그 시체를 묻기 위해 지대가 높은 장항마을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밤새 지키며 새끼줄을 치고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용곤(龍串)마을은 모현동 배산을 지척에 두고 있는 마을로서 들판에 구릉의 등성이가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마치 용의 몸체와 같다고 해서 ‘용곤’이라는 이름이 됐다고 한다.

‘곤’자는 사실 ‘곶’이 변한 것으로 본디 ‘용곶’이 맞을 것이나 발음이 편하게 ‘용곤’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곶’은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내민 땅을 뜻하므로, 본디 용곤마을이 바닷가에 위치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용곤마을보다 더 안쪽에 위치한 배산이 배를 묶어두던 산이었다는 얘기와 근처 ‘다가포’ 등의 지명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용곤마을과 모현동의 사이에 ‘섬다리’라는 곳도 마찬가지인데, ‘다리’는 교각이 아닌 들판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며 섬처럼 솟아있는 들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이 많이 차면 배를 타고 건너다녔다고 하며 실제 다리가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옛 기록에 섬다리를 한자로 ‘도교(島橋)’라고 했는데 1972년 도교와 용곤리가 합쳐졌다.

용곤마을회관을 찾아간 구술사프로젝트팀은 양명석(75), 서종열(75) 씨로부터 용곤마을 이야기를 들었다.

“용곤이라는 말은 용의 묘라는 말이야. 용의 모습인데 죽은 용이라는 거지. 저 마을 입구에서부터 길게 뻗어 나와 있지만 죽어있기 때문에 좋은 명당이고 뭐고 없고 땅을 파면 물이 나와서 묘를 쓰기가 안 좋고 그랬지.”

예전에 바다였다는 흔적은 물이 나오는 것 외에도 토탄을 캐던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땅속에 매몰된 기간이 오래지 않아 탄화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석탄인 토탄이 나온 것으로 보면 아주 오래전 이 근방이 숲으로 이뤄져 있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매몰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용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숯구데기’라는 곳이 있는데 토탄을 캐던 구덩이가 있었던 곳이라는 지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물을 파기 어려웠어. 땅이 물러서 파다보면 토사가 쏟아지기도 했고 겨우 파놓아도 물이 짰다고. 빈촌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이리역 폭파사고 후에 조금씩 발전해서 살만해진거지.”
‘여자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했을 정도로 마을 주변은 항상 진흙탕이었으며 물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택시도 마을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길이 너무나 좋지 않아서 오산면에서 가장 먼저 마을길이 포장된 역사도 용곤마을의 이야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