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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누는 ‘제빵왕’ 김판식 교장

▲ “빵으로 사랑의 보물섬을 만든다”

제과전문학교 세워 전문인 양성 힘써.. 아낌없이 전수하는 교육
지역농산물 제품 연구에 매진.. 아프리카, 몽골에 제빵학교 세워

“과거 전북권은 제과기술의 불모지여서 대전이나 광주에 가야 겨우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러다간 전북이 최대 낙후지역이 되겠구나 하는 우려와 내 고향에서 실력 있는 기능인들을 배출하고자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세우게 됐다.”

창인동 번화가 구 명보여관 사거리에 위치했던 보물섬제과를 추억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 때 직원만 20명이 넘었고 처음 1층이었던 제과점이 나중에는 3층까지 확장됐으며 하루 매출만 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익산의 명소였으니 말이다.

보물섬제과의 운영자이면서 ‘살아있는 빵의 전설’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니는 전북제과학교 김판식 교장(63). 23년 동안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맛있는 빵을 만들어 익산시민들을 비롯해 익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도 자랑하고 싶었기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빵과 함께한 인생은 제 2막으로 넘어가 제과전문인을 길러내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친환경 제품의 개발자로 나아갔다.

익산 토박이로 자란 그가 ‘빵’과 인연을 맺었던 것은 가업과 관련이 있었다. 엿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분에 ‘엿공장 아들’이라는 별명이 꼬리처럼 따라다녔던 그는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제과·제빵의 길에 들어섰다. 엿보다는 빵의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다.

“밀가루가 빵이 되는 과정은 원칙과 정직이라는 내 소신과도 닿아 있어 이 일이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빵과 함께 스스로 일궈내고 생활했기 때문에 빵과 관련해서는 뭐든 자신 있다.”

제과점을 운영하면서도 항상 더 나은 기술을 배우고 좋은 빵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 유명한 기술자를 데려오는데 아끼지 않았다. 투자한 만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그러면 더 많은 손님이 찾게 될 것이 분명한 이유였다. 또한 더 나은 기술을 배워 지역사회에 퍼뜨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빵을 먹게 될 것이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 그런 마음은 결국 직접 제과학교를 세워 우수한 기능인을 양성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고 1997년 전북제과학원이 탄생하게 됐다.

김판식 교장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면 제과학교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배우고 연구한 지식을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전문직으로 활동하며 훌륭한 빵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보람이다. 빵을 굽듯이 정성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빵의 전설’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봉사왕이라는 닉네임도 가지고 있다. 제과점 운영당시 익산시의 8개 사회보호시설과 결연을 맺고 매주 정기적으로 찾았다. 그는 일부러 그날 판매할 빵보다 100개에서 200개 정도 여유 있게 구워내 신선한 빵을 전달하고 정을 나눴다.

또한 그는 청운라이온스클럽을 만들어 봉사활동에 나섰고 1년 만에 대상을 타는 기록을 세웠다. 익산 최초의 여성라이온스클럽인 청란라이온스 클럽을 만드는데도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 익산지구협의회장으로 있을때는 노인들을 위한 평생대학을 설립하고 얼마 전까지 학장의 역할을 다했다. 봉사단체인 ‘(재)전북의 등불’ 창립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판식 교장은 “나눌수록 신바람이 난다. 하나를 주면 둘을 얻는다는 것을 빵을 통해 배웠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학생들, 시민들과 더불어 세계에까지 손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남아프리카 스와질랜드의 ‘까풍와’라는 오지나 다름없는 지역에 제과분교를 세웠다. 빵이라는 것을 먹어보지도 못한 곳에서 직업교육을 시키고 기술을 전수해 빵을 먹고 판매할 수 있도록 직접 건너가 지도했다. 빵을 통해서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앞장서는 그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올해에는 몽골에도 제과학교를 세울 계획으로 분주하게 현지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며 올 9월에는 현지에서도 교육을 실시할 예정에 있다.

김판식 교장은 “어떤 분야에서든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 1등이 된다면 고향 익산이 1등이 된 것이나 같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매주 토요일은 연구의 날로 정해져 있어 개발하고 연구한 자료를 후진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