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마을은 오산면에서도 가장 남서쪽 끝 만경강 변에 위치해 있으며 군산시 대야면 광교리와 접해 있는 평야지대 안쪽에 들어서 있는 마을이다.

주변의 마을이 해방 직후나 한국전쟁 후 형성된 마을인데 반해 옥포마을은 일찍이 들어서 주변 농경지를 개간했다고 전해지고 있기는 하나 정확한 마을 형성 시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고령인 주민의 얘길 들어보면 일제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옥포마을은 만경강변이라는 것과 그 이름에서 이곳에 나루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는데 현재는 흔적도 없지만 인근 월포와 함께 나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익산향토지에 따르면 옥포와 월포는 본디 우리말로 하면 ‘돌개’라고 동일하게 부를 수 있는데 옥포의 경우 ‘돌개’가 미화돼 옥포가 되었고, 월포의 경우는 돌개가 달개로 변하여 월포가 됐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꽤 오래 전부터 만경강 하류에 나루가 있었으며 옥포와 월포가 본디 같은 나루를 칭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경강은 옥포를 지나 군산으로 넘어가면 점차 넓어지며 강의 하류 모습이 완연해진다. 현재는 새만금 제방이 생겨 바다가 막혀 조수의 차이도 나지 않지만 옥포마을 주민들은 옛날 만경강을 고기도 많이 잡고 백사장에서 해수욕도 했다고 추억하며 살고 있었다.

옥포마을은 넓은 평야지대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찾아가기가 녹록치 않았다. 큰 길을 이용해 찾아가다 보니 입구는 군산시인데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여러 마을을 지나고 나서야 끝에 가서 옥포마을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군산시와 가까이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평야지대인데도 불구하고 깊은 마을이라는 것이다.

마을 경로당 앞 모정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그러한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본디 군산시 대야면의 중광리와 한 마을이었을 정도로 가깝고 만경강 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로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마을 주민 곽인석(75), 오창남(74), 김보경(55) 씨는 마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중광리라고 했어. 군산시 중광리. 해방 이후에나 옥포라고 했지. 그러다 보니까 오산역보다 군산시인 임피역이 가까워 그리 다녔고, 장도 지경장이라고 했던 대야장으로 많이 다녔어. 특별한 거 있을 때만 솜리장으로 다녔지.”

한국전쟁 때는 도로하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피난 오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 이야기를 물어보니 주민들은 북한군에 의한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마을 주민은 “사실 이북놈이 해꼬지 헌것은 없고, 지방민이 힘들게 했다고. 동네 사람들이 그랬단 말여. 저기 만경강 둑에 방공호를 많이 팠어. 호당 하나씩 개인호를 팠어. 그래도 이 동네는 조용히 넘어간 편이지”라고 말했다.

구술사 프로젝트팀은 옥포 나루에 대해서도 물었다. 포구가 어느 정도였는지, 어떻게 이용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고 단순히 강을 건너는 용도라는 정도만 남아 있다.

“나루가 옛날에 있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어. 우리 마을에서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으로 건너다니는 나루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지금 만경강 제방은 일제 때 개간하면서 쌓은 거라서 물줄기가 변했는데, 예전에는 여기 앞에까지 물이 들어왔었다고.”

일제시대에 만경강 제방을 쌓으면서 물길이 변해 지금은 만경강 제방이 마을에서 1km정도 떨어져 있게 됐지만 과거에는 마을 앞까지 들어왔다. 새만금 제방이 생기기 전에만 해도 조수가 왕래했기 때문에 바닷고기를 비롯한 물고기들과 말조개, 장어 등이 풍부했다고 한다. 지금은 수질이 오염되고 조수왕래가 없어 흔했던 망둥이도 살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주민들은 “오산에서 장어를 잡으면 재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어가 흔했어. 참게는 어찌나 많았는지 예전에 논에 풀 메러 나가면 참게를 많이 잡았어. 아주 그냥 시글시글 했다니까. 그랬는데 농약치고 하니까 다 없어지고 그 많던 민물새우도 없어졌지”라고 말했다.

또 하나 바닷물이 들어오던 만경강 변의 옥포마을에서는 특별한 김장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바닷물이 짜고 소금이 귀했으니까 바닷물을 길어다 배추를 절여 김장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룻가 옆에는 백사장이 있어서 여러 마을에서 해수욕을 하러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오산면에서도 농지가 풍부하기로 유명한 옥포 뜰은 만경강 제방이 생기기 전에는 갈대밭이 주를 이뤘고 이 후 넓은 평야지대로 개간됐다. 농지가 많이 생겼지만 바닷물이 섞인 만경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농업용수를 구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물을 대야리 저수지나 경천저수지에서 끌어왔다고 한다. 일본인이 만든 수로를 통해 물이 옥포마을을 지나 군산까지 내려가 식수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논이 많이 필요한 농번기가 다가오면 옥포마을에서는 전쟁이나 다름없이 물을 구하기 위해 싸워야 했다. 수로의 하류에 위치해 있는 옥포마을까지 물이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날마다 물 때문에 싸우고 난리였어. 물을 위에서 가두고 안내려 보내주니까 농사를 져야하는 우리들은 속이 타지. 매해 물쌈을 하러다닐 정도였다니까”라고 기억했다.

그 뒤 전북농조에서 군산 나포에 금강양수장을 세워 물을 올려 보내주는 시설이 생겼다. 마을 옆 탑천이라는 수로를 통해 그 물을 공급했고 동익산까지 그 물이 보내졌다고 한다. 물이 풍부해진 옥포마을은 그 뒤로 물을 구하기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됐다.

농업용수를 쓰고 남을 정도가 되자 김제에서 그 물을 같이 쓰자고 요구했다. 옥포마을 건너 김제 ‘진봉뜰’도 마찬가지로 농업용수를 구하기 어려운 처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물을 어떻게 보내줄 것인가가 문제였다.

주민들은 “97년도엔가 흉년이 들어서 김제 진봉뜰이 벌겋게 타죽으니까 물 좀 달라고 해서 만경강 밑으로다가 암거를 내서 끌어가게 했지. 금강물이 만경강 밑을 지나 김제까지 들어가는 거여”라고 말했다.

옥포마을의 장례풍습에는 초분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얘기가 나왔다. 전라남도와 도서지역에서 주로 성행하던 초분은 일종의 전통 장례인데, 평지에 관을 놓고 풀로 엮은 이엉으로 덮어놓은 다음 몇 년 후 유골만 남게 되면 그때 다시 수습해 땅에 묻는 장례풍습이다.

옥포마을에서도 그러한 장례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주민들은 “동네 끝에 체분터라고 있어. 어렸을 때 인골 같은걸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도깨비불이 많았다고. 시신이 육탈될 때까지 매장하는 데란 말여. 그런 풍습이 있었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평야지대다보니 주변에 마땅한 산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연적으로 초분 풍습이 전래했을 수도 있겠다.

또 하나 옥포마을에는 독특한 장례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애장의 경우인데, 아이가 일찍 죽거나 했을 때 시신을 묻기 위해 그동안 다른 마을들에서는 보통 마을 뒷산에다 묻거나 했고, 그와 관련한 여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옥포마을에서는 산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만경강 제방이었다. 사람들은 죽은 아이를 가져다 만경강 제방에 묻곤 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지금도 파면 뼈가 나오고 그런디야. 애들은 봉분을 안허니까 갖다 그냥 묻었지. 그래서 저녁에 거기 지나가면 무섭고 그랬어. 아마 꽤 많이 묻혀있을 거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