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무형문화제 제1호 지게목발노래보존회 함라산에 위치.. 전국 유일한 익산만의 지게목발 노래 전승
익산의 전통 농요 발굴·복원·전파 힘써.. 전국학생농요대회 개최 등 활발한 활동.. 교육관 건립 필요

익산은 예로부터 소리의 고장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흥의 도시이기다. 판소리를 비롯해 농악 등 민초들의 삶 깊숙이 우리의 ‘소리’가 새겨져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익산에서는 전통적인 농경사회 속에서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한 노래가 풍부하게 생겨났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보태지고 만들어진 노동요들은 선조들의 생활이 가감 없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삶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농요가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하나 둘 잊혀져갔다. 품앗이나 두레와 같은 마을 공동체적인 생활의 해체가 가져온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 농요를 부를 필요가 없어졌으니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민초들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샘솟는 우리나라의 전통 농요를 보존하고 맥을 잇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예부터 전해오는 문화재와 같이 소중하게 지키면서 배워야할 전통 유산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익산목발노래 보존회의 활동은 눈여겨 볼만하다. 자칫 맥이 끊길 위험에 있었던 지게목발노래를 복원 보존하고 전승하는 한편 익산의 농요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행정적인 무관심 속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익산을 상징할 수 있는 대표 문화유산으로서의 농요를 잇기 위해 발길이 바쁜 익산목발노래 보존회를 찾았다.

◇ 함라산 품에 안긴 보존회

함라면 신대리의 작은 성림마을의 좁은 길을 따라 함라산의 품 안으로 올라가다 마을 끝에 다다르면 언덕배기에 함라문화예술공동체라고 크게 적혀있는 건물이 나온다. 함라산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그곳이 바로 전라북도무형문화제 제1호인 익산지게목발노래 보존회가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언덕을 단숨에 올라가 보니 한쪽에 위치한 교육관 안에 수십 개의 지게들이 놓여있어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일을 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여러 차례의 공연을 통해 사용된 손때 묻은 지게들은 옛 농촌에서 사용됐던 지게들과 비슷한 냄새를 풍겼다. 

“사라져가는 전통을 이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는 익산목발노래 보존회의 조현숙(67) 대표. 서글서글하고 정이 넘치는 그는 젊었을 때 서울에서 살다가 자신의 고향인 함라에 내려오게 되면서부터 익산 농요 보존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처음엔 뭔가 고향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고향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했으나 뜻있는 지인들의 의견에 따라 익산지게목발노래 보존 등 농요를 지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현재 건물을 임대하고 무형문화재 재지정을 위한 운동 등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조 회장은 “처음엔 이렇게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갈 줄 몰랐다. 시에서 지원도 해줄 것으로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살던 집도 팔아서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통의 맥이 다시 끊길지도 몰라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 지게목발노래의 사연

익산목발노래는 예전 익산시 북부권역에 널리 퍼져 실생활 속에서 부르던 노동요다. 일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거나 짐을 지고 오가면서 지게 지팡이로 지게의 목발 부분을 두드리면서 장단을 맞추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불렀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익산에서만 전해지고 있는 귀중한 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익산목발노래 보존회 한창호 사무국장은 “타지방에서는 지게를 지고 율동을 하거나 지게와 관련된 노동요를 별도로 부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지게를 통한 율동과 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익산목발노래뿐이다. 이런 점을 들어 도에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익산목발노래를 비롯한 농요들은 익산 전역에 널리 퍼져있었으나 노래들을 모으고 집대성한 것은 삼기면 오룡리의 박갑근 선생이다. 그는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요를 수집하고 전수하기 시작했으며 ‘익산민속예술농요회’라는 율계와 ‘익산목발노래회’라는 율계를 조직해 활동했다. 그리고 1971년 전주 전국민속경연대회 전라북도 도지사상을, 1972년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익산목발노래’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수상하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3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둬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셈이다.

이후 익산목발노래 보유자로 지정된 박갑근 선생은 1983년 건립된 농요전수회관을 중심으로 농요 보존 및 전승에 힘을 쏟았는데, 2005년에 박갑근 선생이 사망하자 익산 농요는 중심을 잃어버렸고 그 해 ‘익산목발노래’가 무형문화재 지정해제 되는 슬픔을 겪었다.

그렇게 맥이 끊기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조현숙 회장과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2009년 무형문화재 재지정에 나섰다. 이들은 함라문화예술공동체를 결성하고 박갑근 선생의 제자였던 강매실 선생 등과 함께 익산목발노래 복원에 힘쓰며 대외 활동에도 활발히 나섰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초청돼 공연에 나섰으며 김제지평선축제 시연, 익산예술제 초청공연, 전주방송 문화의 향 출연 등 익산목발노래는 가는 곳마다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전북 방문의 해 홍보 공연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시연하며 전국에 익산의 문화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활동과 문화재 지정 노력을 통해 지난해 4월, 다시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지정 해재됐던 무형문화재가 재지정 된 것은 전무한 일일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며 박갑근 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이수자 남궁홍 옹 등이 함께 하며 도운 결과였다. 결국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익산목발노래는 다시 흥겨움을 전국에 퍼뜨리게 됐다.

◇ 목발노래를 불러보자

목발노래에서 불리는 곳은 모두 9곡이다. 새타령, 육자백이, 자진육자백이, 흥타령, 등짐노래, 목발노래, 작대기타령, 둥당기타령이 있고 마지막에는 상사소리로 이어지는 노래다.

현재 불리는 노래는 창자 1명과 받고 매기는 사람 30명, 율동을 선도하는 풍물단 3명, 소품 3명으로 모두 37명의 집단 가무악으로 짜여져 있는데, 실제 생활에서 부를 때는 몇 사람이서도 부를 수 있고 곡조도 상황에 맞춰 줄이거나 생략할 수 있다. 노동요의 특성상 자유로이 흥겹게 부를 수 있다.

새타령은 도입부로서 여러 사람이 합창하거나 혼자서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고 육자백이와 자진육자백이는 밤낮으로 일만 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며, 이어지는 흥타령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한탄하는 소리로 이어진다. 등짐노래는 수확의 기쁨을, 목발노래는 일명 ‘콩꺽자’노래라고도 하는데 콩을 수확하는 기쁨을 표현하는 노래이며, 작대기타령은 지게 작대기로 지게를 두드리면서 인간의 일상을 언급하는 유희의 노래다. 다음의 둥당기 타령에서는 잘 익은 곡식을 가로채는 꿩과 이를 잡는 포수가 등장하며 마지막 상사소리에서는 사계절을 노래한다.

◇ 교육관 건립 절실

현재 함라면의 익산목발노래 보존회는 국악에서 농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학교 교육이나 생활에서 민요를 멀리하고 있다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생각하고 그와 관련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전국 학생 농요부르기대회를 개최해 농요에 대한 거부감을 깨뜨리고 익산목발노래를 전국에 홍보하고 있는데 이 역시 기관에서 지원받지 않고 순수하게 보존회의 힘으로 개최해 그 의미가 크다. 올해에는 지역 청소년수련관 학생들에게 목발노래를 전수해 대회에 참가,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목발노래가 학생들 사이에 좋은 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보존회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장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보존회 교육장은 임대한 건물로서 임대료 및 관리비와 수리비까지 어떤 지원도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거니와 지붕이 새고 낡아 배우고자 찾아온 학생들이 그냥 돌아가기 일쑤인 형편이어서 안타까운 실정이다.

조현숙 회장은 “전수관을 짓기는 어렵더라도 목발노래를 가르치고 전수할 수 있는 교육장이 있었으면 한다”며 “익산을 대표하고 자랑으로 삼을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익산시에서 무관심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누구든지 배우러 오면 따뜻한 밥을 먹이고 편하게 배워갈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