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종합 > 특집기사 > 익산 왕궁면의 ‘발명왕’ 이정렬 씨

익산 왕궁면의 ‘발명왕’ 이정렬 씨

▲ “환경과 건강 위한 발명 계속할 것”

초교 5년 중퇴 불구 획기적 발명품 쏟아낸 익산의 ‘에디슨’
가스 없는 보일러, 지하수 채수 장치 등이 대표적인 발명품

익산의 공무원으로 근무할 당시 획기적인 공법을 고안해 5천공 가량의 지하수를 성공적으로 파내며 가뭄이 져도 농사 걱정이 없게 만든 사람. 또 한전에서 양수기의 전기 공급을 불법이라며 끊어버리자 중앙정부와 한전국장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전국의 들판 가운데 전신주가 세워지고 전기가 공급될 수 있게 만든 사람. 연탄가스로 사람들이 숱하게 생명을 잃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보일러를 고안해 전파한 사람. 이밖에도 수많은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그의 덕을 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사람이 바로 익산 왕궁면 흥암리 갈전마을의 발명왕 이정열(71) 씨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있어서 한번 보면 작동 원리를 파악해 문제가 생기면 수리도 척척 해낼 수 있었다. 발명가의 인생을 걷게 된 것은 그런 타고난 재주와 살면서 얻은 경험에서 도움이 될 것들을 만들다가 시작된 것이다.”

이정렬 씨는 왕궁면 출신으로 집안형편이 어려워 초교 5년 때 학교를 그만 뒀다. 그 후 교육을 받았던 것은 왕궁면 지서(지금의 파출소)의 보조 일꾼으로 들어가 일하며 순경들에게 기초 교육을 조금씩 배운 것이 전부였다.

이후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왕궁을 떠나 전주와 서울 등지를 떠돌며 빵 장사를 비롯해 악극단 생활 등 숱한 고생을 겪었다. 전국 시장을 돌아다니며 국산품을 판매하던 장사를 따라다니던 그는 할아버지의 권유로 고향에 내려와 정미소에 취직했다.

기계를 만지는 데는 탁월한 재능이 있던 그는 기술자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다 결혼 후 동생과 함께 사업에 손대며 한 때 제주도에 자리를 잡고 살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고향에 돌아온 그는 어려운 가정 살림에 자식들이 추운 방에서 자는 것이 안쓰러워 석유 호롱불을 이용한 온수 순환 매트를 개발해 낸다. 작은 호롱불로 온돌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현재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무공해 온수 순환매트의 원조였다.
이 발명품에 대한 소식이 당시 익산군수의 귀에 들어갔다.

“정보과 형사랑 군수랑 4명이 찾아와서 발명품을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 그러곤 돌아가서 3일 정도 있으니까 군청으로 출근하라고 연락이 왔어.”

그렇게 발명의 재능으로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된 이정열 씨는 이후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연거푸 발명해내며 활약하게 된다.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지정된 오산면 북참마을은 농가소득사업으로 볏짚 가마니를 만들고 있었고 이를 위해 볏짚 두드리는 기계가 필요했다. 이 씨는 하룻밤 만에 기계 도면을 그려냈고 1분에 2다발을 소화할 수 있는 성공적인 발명품이 나왔다. 이어 호롱불 온수매트의 원리를 적용한 가스가 새지 않는 연탄보일러를 개발해 여러 마을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후 읍면 양수기 업무를 담당하며 지하수 개발에 몰두한다. 당시 지하수를 파도 1년 만에 문제가 생겨 곤란한 점을 이 씨는 혁신적인 지하수 채수 장치를 고안해 해결했다.

특허번호 제0429018호인 지하수 채수장치는 2중으로 공을 파고 2중으로 심을 박아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였다.

이후 익산 전 지역에 총 5천공 가량의 지하수를 파내는 일에 앞장서고 양수기를 설치해 농사의 어려움 중 하나였던 가뭄을 해결했다. 한전과 정부를 설득해 들판 가운데 전신주를 세워 전기를 공급하게 만든 것도 그가 해낸 성과였다.

이정열 씨는 “27년 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이 없어 힘들기도 했지만 오로지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애쓰고 또 애썼다. 특히 자동급수장치가 달린 연탄보일러를 개발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생명을 잃지 않도록 했던 일과 전국의 들판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 도움을 줬던 일이 가장 보람있는 일로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을 은퇴한 뒤에도 발명의 길을 놓지 않고 열심이다. 최근에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배워 발명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얻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가 출원한 특허만 8개, 실용신안은 10여 개가 넘는다. 그의 발명품인 온수 순환 매트는 히트를 쳐서 전국에 팔리고 있으며, 그가 살고 있는 집도 그가 발명한 건축용 황토 혼합물 제조 방법으로 지은 집이다.

이정열 씨는 “물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개발 중이지만 연구에 들어갈 비용이 없어 구상에 머물고 있다”며 “에너지 절약과 환경, 공해와 관련한 발명품을 주로 만들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발명을 손에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