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음악인들로 구성된 문화예술단..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음악 공연 만들어
지역축제 및 전통시장 공연 단골 초청.. 국악가요, 통키타, 밴드, 색소폰앙상블, 난타 등 다양한 공연

흔히 익산을 예술문화가 낙후된 삭막한 도시라고들 말한다. 영화관도 한 곳에 소극장도 한 곳에 불과하며 음악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적기 때문에 문화가 충만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분위기다.

하지만 익산은 과거 소리의 고장이라는 전통을 이어온 문화예술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 고장에서는 다른 곳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또한 예술에 뜻을 두고 자라나는 인재들이 부지기수다.

실례로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동아리 활동을 통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익산 국악예술원에서는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 신동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문제는 익산에서 자라난 인재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립오케스트라 조차 없기 때문에 음악인들은 고향을 등지고 타 지역으로 나가 활동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에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고 있던 음악인들이 뭉쳐 활발한 활동을 열어가고 있는 단체가 있어 눈에 띈다. 익산에서 활동하는 프로에서부터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뭉친 ‘파랑새문화예술단’이 바로 그 주인공. 고향 익산을 떠나지 않고 자신들만의 색을 지닌 무대를 꾸준히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익산의 문화예술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파랑새문화예술단을 만나봤다.

◇ 시민과 함께하는 파랑새

파랑새문화예술단둥지는 동산동 삼호아파트 상가에 위치해 있다. 파랑새실용음악학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최신 시설의 개인 연습실들이 즐비한 실내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웬만한 예술대학교 연습실보다 나은 크고 작은 연습실에는 혼자 혹은 짝을 맞춰 악기 연주에 심취해 있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인연습을 하거나 레슨을 받기에 최고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욕심이 많아서 악기부터 시설까지 신경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투자비가 들었지만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음악을 연주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갑게 손님을 맞아주는 파랑새문화예술단 이익(46) 단장은 보여줄 곳이 있다며 지하로 이끌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1층이 제각각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지하는 여럿이 함께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며 작은 공연장이나 다름없었다.

이 단장은 “2009년에 지역 음악인들과 뜻을 모아 파랑새문화예술단을 창단했는데 함께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 였다. 연습실 공유 형태로 모여 여러 연주자들과 가수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더 풍부한 음악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연습실을 동산동에 마련한 이유도 남다르다. 시내 곳곳을 물색하다가 동산동 지역으로 선택한 까닭은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단원들 각자 파트별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레슨도 하고 무료교육도 하면서 지역사회에 재능기부를 하는 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삼대가 함께하는 파랑새

파랑새문화예술단은 본디 이벤트나 축제 행사가 있을 때 모여서 연습하는 지역 음악인들이었다. 이 후 단체를 결성하고 연습 공간을 마련해 활동하면서 지역사회 다양한 공연무대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연습실이 실용음악학원이 된 이유가 있다. 처음엔 단지 음악을 하고자 하는 회원들을 모집해 각기 파트별로 가르치고 연습하는 공간이었는데, 불법 영업이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그 참에 정식으로 학원으로 등록하고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익 단장은 “파랑새가 추구하는 음악 활동은 할아버지에서부터 손자에 이르는 삼대가 함께 무대에서 공연하는 문화 조성이었다”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음악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현재도 다양한 연령의 회원들이 음악을 배우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랑새예술단원으로 45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 중 대표적으로 익산시립관악합주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트럼펫 연주자 이익 단장과, 색소폰리스트 이상갑, 기타리스트 김주생과 가수활동을 하고 있는 남경은, 윤정, 제이, 국아영 등이 소속돼 있다.

통기타부터 피아노, 드럼, 전자기타, 베이스기타, 난타 북, 색소폰 등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진 파랑새문화예술단을 방문하면 여러 악기를 체험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의 레슨도 받을 수 있다.

이익 단장은 “전문적인 입시 레슨보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방문해서 이것저것 악기를 다뤄보다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악기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음악을 배워나가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며 “또한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무대에서 만나는 파랑새

파랑새문화예술단은 비교적 최근인 2009년부터 활동해왔지만 지난 4년 간 여러 차례의 무대에서 익산시민들을 만났기 때문에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축제와 행사의 단골 주인공으로서 어느 곳에서나 큰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자활 어울 한마당 축제 공연을 주관했으며 익산시 읍면동의 날 공연, 웅포 해넘이축제 기획·공연 등을 맡아 진행했다. 또한 이들의 활동 소문이 시외까지 전해져 송천 블루베리 축제와 곡성 장미축제에도 초청됐으며, 오산면 밀밭 밟기 축제, 자동차 없는 날 공연, 전통재래시장 활성화 사업 공연 등 활발하게 시민들에게 파랑새문화예술단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2011년에는 익산 생활문화동호회 어울마당에 참가해 매년 타 동호회와 함께 시민들을 찾아가는 무대 공연을 선사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9월 14일에 ‘어울마당’공연으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익 단장은 “밴드와 색소폰앙상블, 통기타를 비롯해 국악가요와 난타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무대로 어느 곳에서든지 시민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파랑새문화예술단의 활약을 관심있게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이익 단장은?

“ 음악은 거짓말을 못해 ”

파랑새문화예술단의 단장이면서 트럼펫 연주자인 이익 단장은 고향 익산을 떠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익산의 음악문화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원광고에 다닐 때 트럼펫을 시작한 그는 넉넉하지 못해 변변한 레슨도 받지 못했지만 꿈을 잃지 않고 계속 정진해 군악대를 나온 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백제예술대학 음악과에 들어갔다.

이익 단장은 “TV에서 봤던 기상나팔과 취침나팔 소리가 인상 깊게 남아 트럼펫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 브라스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꿈을 키워나가 지금까지 음악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익산에서 음악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브라스밴드가 많이 있어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다만 그런 인재들이 전주나 군산 시향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파랑새문화예술단을 조직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음악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음악예술의 문화를 보급하는 것을 즐거운 보람으로 삼고 있다.

그는 “많은 축제와 행사에 거의 재능기부 형태로 참가해 공연을 하면서 다른 단체들과 함께 익산의 음악 공연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단지 축제무대에 기본적인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러 예술인들이 좋은 무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워 개선돼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