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크기와 당당한 풍채.. 예술적 극치의 광배까지 고스란히 보존
아담한 사찰 속 백제의 자취.. 호국 석불의 영험함 오늘날까지 이어져

▣ 마을 속 소박한 사찰, 석불사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땀을 흘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연동리 석조여래좌상을 만나러 삼기면 석불사로 향했다.

낭산면을 지나 미륵산 자락이 눈에 들어올 즈음, 마을 도로를 따라 석불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깊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는 여느 사찰들과는 달리 석불사는 마을 한 복판 사거리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활짝 열려 있는 문에 그려진 금강역사의 바랜 채색이 세월의 흔적을 기억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종각과 함께 약수가 반겨준다. 생각만큼 시원하지는 않지만, 무더위 마른 목을 적시기에는 충분하다.

굳이 불교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저절로 기분 좋게 느껴지는, 절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고요한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석불사입구 약수터와 함께 자리잡고 있는 석불

마을 속에 위치한 석불사는 그 크기는 작지만, 대웅전을 비롯해 삼성각, 종각, 석탑, 석등까지 나름 갖추고 있어 아담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주지 스님 뿐만 아니라 아무도 없는 듯 적막한 가운데, 대웅전 앞 소원성취를 바라는 초들과 소박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수런거리고있다. 찬찬히 둘러보면 삼성각 앞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자그마한 부처님이 한 분을 발견할 수 있다.

석불사 창건에 관한 기록은 없으나, 1989년 발굴조사 결과 미륵사지보다 앞서 7세기 초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 터가 확인됐다. 백제 최대의 화려하고 장엄한 석불과 광배가 모셔져 있는 터라 백제시대를 대표하는 사찰로 여겨지고 있다.
석불사는 익산역에서 승용차로 25분 걸린다. 익산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33, 39, 60, 60-1번을 타면 석불사거리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 당당한 모습의 호국 석불

머리만 없어졌을 뿐 불신과 불상을 올려놓는 대좌, 석불 뒤의 빛을 둥글게 표현한 광배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석불 좌상.

부처님 같은 온화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다. 부처라기보다는 묵묵히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 쪽에 가까워 보인다.
대신 위풍당당한 풍채로 대웅전을 가득 채울 만큼의 위압감이랄까. 그것에 단번에 압도될 것만 같다.

전각 안에 자리 잡은 석불로는 보기 드물게 거대한 크기다. 워낙 거대해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전각을 세워 보존하다가 나중에서야 현재의 석불사 대웅전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대웅전 안 당당한 풍채의 석조여래좌상

온화하지는 않지만 왠지 친근한 석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로 만들어 놓은 석불의 머리는 마치 얼굴에만 분을 바른 듯 몸통과는 색감이 조금 달라, 자칫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당당하게 허리를 곧게 펴고 반듯하게 다리를 엇갈려 가부좌한 자세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광배의 연꽃무늬, 퍼져 있는 불꽃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백제인의 세밀한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백제 시대의 석불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연동리 석조여래좌상은 보물 제45호로 지정돼 있으며, 불상의 높이 156㎝, 대좌는 높이 45㎝에 폭 225㎝, 광배의 높이는 326㎝로 머리는 최근에 새로 만들었으나, 광배와 대좌를 모두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백제 최대의 완전 입체석불이다.

새로 만들어진 불상의 머리는 임진왜란 때 잘려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침입해 왔는데 안개가 짙게 끼어 군대가 더 이상 전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이 짙은 안개는 아무리 기다려도 걷히지 않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왜장은 부하를 시켜 연유를 알아보게 했다. 주변을 조사한 부하로부터 다른 이상한 것은 없었으나, 한 석불만이 외로이 있었을 뿐이라는 보고를 받고 격분한 왜장이 칼로 석불의 목을 쳐서 밭에 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안개가 걷히고 군대가 진군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석불이 안개를 일으켜 왜군의 진군을 막았던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 거대한 부처, 땀을 흘리다

마침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한 무리가 경내로 들어 왔다. 각기 카메라를 손에 쥔 모습이 역사 탐방 동아리인 듯 싶어 넌지시 물어 보니, 서울 소재 대학에서 백제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란다.

서울에서도 보러 온다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뿌듯했다. 그만큼 내 고장 익산이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이 먼 길을 달려 와 견학할 만큼의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내가 가지고 있는 자랑거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랄까.

땀을 흘리는 부처님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것인지, 거대한 석불과 광배에 놀란 것인지 대웅전 안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석불을 바라보는 이들을 통해 당시 백제의 기운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석불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 광배를 세우기 위해 백제인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겠는가.

당시 백제인의 불심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땀 흘리는 석불의 영험함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1997년 IMF 외환위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010년 연평도 포격 등 나라의 위기가 올 때마다 땀을 흘렸던 이 석불은 최근 2013년 2월 1일 오후 6시경에도 땀 흘리는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기후 변화에 따른 현상이나 석불 자체의 결로 현상으로 보는 등 과학적인 해명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이 밖에도 연동리 주민들은 석불좌상의 영험함에 대해 익히 알고 믿고 있는 듯하다. 정성으로 불공을 드리면 후사가 없는 집안에 아들을 점지해 주기로 유명한 부처님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