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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 선 ‘셔틀콕 황제’ 원광대 김동문 교수

▲ “제자들의 평생 스승이 될 것”

한국 배드민턴의 역사에 대기록 남긴 ‘스타’.. 모교 교수로 돌아와
생활체육 배드민턴 보급에 힘써.. 김동문체육관 활용계획 준비 중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 김동문(38) 선수. 국제대회 76승과 혼합복식에서 14개 대회 연속 우승,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 전당 헌액 등 한국 배드민턴 역사의 대기록을 남긴 그가 모교인 원광대학교의 강단에서 선수가 아닌 교수로서의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교수의 꿈이 있었다. 선수시절을 지나오며 다른 꿈을 가지기도 했지만 결국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발전과 함께 후배들과 꿈나무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모교인 원광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사회체육학과 조교수로 지난해 3월부터 강단에서 제자들을 만나고 있는 김동문 교수는 ‘스포츠 스타’출신답게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강의가 끝나면 사인을 요구하는 제자들 때문에 민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가 캐나다 국가대표팀과 국내 실업팀 감독직이라는 좋은 제의를 뿌리치고 대신 교육자로 강단에 선 것은 고향에 있는 원광대학이라는 모교에 대한 ‘봉사’와 ‘의리’ 때문이었다. 엘리트 선수를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됐던 원광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도움이 필요한 선수나 동호인들에게 배트민턴을 보급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사실 캐나다에서 운영하고 있는 김동문국제배드민턴 아카데미가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장래도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한국에서 배드민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동문 교수는 국가대표 선수로 뛰는 와중에도 틈틈이 학업에 열중해 교수의 꿈을 향해 달렸다. 원광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체육학 석사과정과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은 때가 2005년이고 선수생활에서 은퇴한 시기가 2004년이라는 점은 그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스승의 꿈을 위해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동문 교수와 익산의 인연은 원광대로 진학을 결정했을 때부터다. 전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한 그는 하태권, 이덕준, 황선호 선수와 함께 초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전북이 배출한 최고의 4인방이라고 꼽혔다. 동기동창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고교시절 이미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들이 대학 진학을 앞두자 한국체육대학과 한남대학교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극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4인방은 친구들과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전북 배드민턴을 위해 원광대학교를 선택했다. 당시 해체 위기에 빠져있던 원광대학교 배드민턴 팀을 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팀에는 코치나 감독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후 김동문 교수를 비롯한 4인방은 선수들만의 힘으로 1학년 때부터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2학년이 되면서 참가하는 모든 대회를 석권했다. 익산의 원광대학이 배드민턴 강호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김동문 교수는 “원광대학교에 진학하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호흡을 맞춘 친구들과 함께 고향에서 운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로 일약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으로 성장한 김 교수는 전북과 익산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가 됐다. 익산시에서는 2011년 모현동에 배드민턴장 20면 규모의 배산실내체육관을 완공하고 체육관 이름을 ‘김동문배드민턴체육관’이라고 붙였다. 국내 최대의 실내 배드민턴장이다.

김동문 교수는 “체육관 안에 기념관을 만들기로 했는데 공간만 확보돼 있고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태다”며 “캐나다의 좋은 운동시스템을 적용해보자는 이야기를 익산시에 제안해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정서에 맞게 동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익산에서 생활한지가 벌써 15년이다. 선수시절 혼합복식을 함께했던 라경민(대교눈높이) 감독과 결혼해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인 그는 원광대학교 교수에 임용되면서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학기가 시작되면 매일같이 이어지는 강의와 연구, 배드민턴 중계방송과 해설, 캐나다에 있는 김동문국제배드민턴아카데미 운영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김동문 교수는 “남들이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진로와 미래설계 등을 잘 도와주는 스승이 되려고 한다”며 “학생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졸업한 후에도 제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평생지도교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