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자락에 위치.. 금마부터 왕궁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명당
신통력 있는 지명법사의 거처.. 유산임과 동시에 등산코스로도 안성맞춤

▣ 미륵산 자락, 둘레길을 지나 오르는 길

백제시대 미륵사의 창건을 도왔던 지명법사가 거처했던 사자암.

미륵산 자락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고 있는 이 사찰은 만만치 않은 등산로와 특별히 현존하는 유물이 없어서인지 주변의 미륵사지나 왕궁리유적 등의 문화유산 탐방과 비교해 볼 때 찾는 이의 발길이 뜸하다.

그러나 백제시대 미륵사보다 앞서 창건된 사자사가 있었던 자리로, 하룻밤 새에 산을 허물고 못을 메워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지명법사 머문 곳이기에 그 신통력이 전해지고 있으리라 믿으며 사자암을 찾았다.

금마면 사거리에서 미륵사지 방향으로 722번 지방도로를 따라 2㎞남짓, 미륵사지 가기 전 삼거리에서 낭산 방면으로 접어들어 신용리 구룡마을 입구까지 1.5㎞정도를 달리면 사자암 입구에 도착한다.

포장돼 있는 도로를 따라 차를 가지고 더 들어갈 수도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사자암이 품고 있는 기운을 몸소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가 보기를 권한다.

해발 430m의 미륵산이 둘러싸고 있는 둘레길은 포근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으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기까지 20여분, 평탄한 둘레길을 지나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 보니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중년의 남자 두 명이 쉼 없이 페달을 구르고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건네고 가는 길을 함께 했다. 등산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반가움이랄까.

자전거로는 더 이상 오를 수없는 산길 초입에서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나름 등산길인지라 셔츠와 면바지, 그리고 단화 차림으로는 수월하지가 않다. 가볍고 편한 옷차림에 등산화 정도는 필수다.

셔츠는 몽땅 젖었지만, 상쾌하게 느껴지는 물이끼 내음과 갈대숲 바람소리에 문득 흐르던 땀방울이 마른다.

▣ 놀라운 신통력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절경

울창한 대나무 숲과 나무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산의 정상부가 눈에 들어오면서 층층이 쌓인 돌계단과 절터를 지키는 개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등산객을 반긴다.

돌계단을 오르며 우측 절벽에 아찔하게 자리 잡은 요사채가 말 그대로 신통하다. 마치 절벽 위에 얹어놓은 듯하다.

왼쪽으로 불자 뿐만 아니라 등산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커피와 녹차 등을 마련해 놓은 시민선방 앞에는 사자암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나르기 위한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돌계단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드디어 대웅전을 비롯한 경내가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앞마당 가운데 자그마한 석탑과 석등, 오른쪽 뒤로 삼성각, 왼쪽으로 선방, 그리고 여기에도 보살같이 여유로운 눈으로 방문객을 쳐다보는 개 두 마리가 사찰을 지키고 있다.

입구에 따로 약수도 마련돼 있어 등산객의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다.

경내에서 탁 트인 경관을 바라보자면 우리나라 지형을 꼭 빼닮은 금마저수지를 비롯해 금마 일대가 한 눈에 찬다.

절로 감탄이 나오게 되는 장관이다. 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기자의 입에서 절로 "명당이다"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2010년 여름 폭우로 절터 앞마당과 계단이 크게 훼손됐지만, 지금은 깔끔하게 보수가 돼 반듯한 돌벽이 쌓아져 있고 곳곳에 거목이 그늘을 드리워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 역사 속, 사자사 터에 자리한 현재의 사자암

미륵사보다 먼저 세워져 그 자리를 지켜 왔던 사자사에 대한 기록은 일연의 삼국유사에 미륵사 창건연기설화와 관련돼 등장한다. 무왕이 선화공주와 함께 불공을 드리기 위해 당시 용화산 사자사를 찾았다는 내용으로 백제시대의 중요 사찰로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사자암 자리가 백제시대의 사자사 터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1993년 발굴조사 당시 ‘지치2년사자사조와’라고 적힌 암막새가 출토됨으로써 사자사 터임이 확인됐다. 이로써 삼국유사 기록의 신빙성을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자사부터 미륵사에 걸친 백제 불교문화의 발차자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104호로 지정돼 천오백년의 역사 속에서 그 자리를 잃지 않고 사찰로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사자사지는 그 자리에 올라 금마 일대, 저 멀리 왕궁리유적까지 한 눈에 살피며 백제시대 익산의 모습을 머금고, 원대한 포부를 꿈꿨던 무왕의 기개를 전하고 있다.

▣ 다시 한 번 와야 할 코스

사자암에 올라 백제시대 익산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되새겨보고 산을 내려왔다.

미륵산 주변의 풍부한 백제 문화유산을 탐방하면서 고도로서의 익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미륵산 둘레길.

그 가운데 사자암이 있다.

산길을 내려오며 비록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꼭 한 번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문화유산 탐방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는 등산로로써 제격인 사자암.

긴 세월을 이겨내고 미륵산에 자리 잡아 지금까지 온전히 백제의 문화를 전해주고 있는 사자암 탐방을 적극 추천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