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설립 후 올해까지 60년 전통 이어.. 판소리, 가야금, 민요 등 국악예술 후계 양성의 산실  
어린이 국악단 정기공연 및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매년 개최.. 명실상부한 국악의 ‘메카’ 익산 일궈 

지난 9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국창 정정렬추모 제13회 익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떡목에서 국창이 된 정정렬을 추모하는 공연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갈고닦은 솜씨를 겨루는 열띤 무대는 이틀 내내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판소리경연대회의 규모나 수준도 전국 최고였지만 국악인들이 펼치는 흥겨운 공연무대는 명실상부한 소리의 고장 익산을 자랑하는 ‘한마당’으로 평가됐다. 특히 관객들을 위해 간단한 점심을 제공하며 마치 잔칫날 같은 풍경을 자아내 국악예술이 시민과 함께 숨 쉬는 풍경을 자아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사)익산국악진흥원(원장 임화영)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악 예술을 전파하고 후계 양성을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로 60년이라는 전통을 자랑하는 익산국악원은 그동안 숱한 국악예술인을 배출해 전국에 익산의 국악을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결과 ‘소리의 고장’이라는 호칭이 말뿐이 아닌 전국에서 국악을 위해 익산을 찾게 하는 명실상부한 국악의 도시 익산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돌아보는 익산국악원

익산국악원은 1954년 3월 설립됐다. 일제 식민지하 36년과 해방직후의 혼란기, 거기에 한국전쟁까지 덮쳐 소리의 고장 익산의 국악 활동이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그러던 강전상 씨 등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기금을 모아 중앙동에 기와집을 사들여 국악원을 창립했다. 익산 국악이 다시 살아나게 되는 불씨가 마련됐다고 하겠다. 

하지만 초기에는 비좁은 공간과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되지 못해 대부분 노인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국악원이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교육과정도 판소리부 1개 과정밖에 없었다. 그러다 1975년에 다시 기금을 모아 갈산동 맹아학원 건물을 사들여 확장했으며 이 후 익산 국악의 산실로 커다란 업적을 이룬다.

익산국악원은 1991년 인간문화재 제5호로 지정받은 운초 오정숙 명창을 비롯해 김춘홍, 김연수, 박성숙, 김경숙, 나창순(고법) 등 걸출한 국악인들을 배출했다. 판소리 공연과 완창발표회도 매년 이어졌다.

하지만 익산국악원이 현재의 위상을 얻기 위한 기틀을 잡았던 것은 1994년 11대 문태현 원장 때부터다. 판소리에만 치우쳐 있는 점을 아쉽게 여긴 문 원장은 교육과정 확대에 힘써 매년 1개 분야씩 확장해 나갔다. 그 결과 현재 익산국악원에서는 판소리를 비롯해 한국무용, 가야금, 대금 등 8개 부서로 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국악분야에 걸쳐 후계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국악 도시 익산의 판소리

익산국악원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판소리 분야다. 판소리를 널리 보급하고 인재육성을 기하기 위한 일환으로 구슬땀을 흘린 결과 완창 발표자의 수가 30명에 이르렀다. 전국에서도 전무한 기록이며 익산국악원에서는 매년 완창발표회를 열 정도로 후학들의 성장이 괄목할 만하다.

12세의 나이에 최연소 판소리 완창발표를 해내 익산기네스에 오른 이다은 양을 비롯해 수십 명의 판소리 예비 명창들이 익산국악원을 통해 국내에서 세계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는 10월 27일에는 석암초교 6학년 유수연 양의 심청가 완창 발표회가 열릴 예정이다. 2학년 초에 익산국악원에서 판소리에 입문한 유수연 양은 임화영 원장의 혼을 쏟는 지도하에 4년 만에 완창발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유수연 양은 “훌륭한 원장님 지도로 일찍 큰 무대에 서게 돼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며 “더 열심히 판소리 공부를 해서 제일가는 명창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익산국악원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전국판소리경연대회를 개최해 전국의 소리꾼들을 익산으로 불러 모아 열띤 한마당을 열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수준이 성장하고 있으며 제5회 대회 때부터는 국창 정정렬 선생 추모 공연과 함께 진행해 이틀간 공연과 경연이 어우러진 진정한 판소리의 향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올해 열린 제13회 판소리경연대회에서는 김선영 씨가 일반부 대상을 수상했으며 김유빈(최우수상), 강민아(우수상), 박선희(준우수상), 박성환(장려상) 씨가 각각 입상했다. 신인부에서는 박은숙 씨가 대상을 수상했고 제일교포 박성태 씨가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고등부 대상엔 김한슬 양, 중등부 대상 최민강 군, 초등부 대상은 김성은 양이 수상했으며 명실공이 판소리 인재양성의 요람으로서 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 국악원에 오세요

익산국악원은 현재 8개 국악분야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익산시민들 누구나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3백여 명의 회원이 국악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어린 예비국악인부터 취미로 국악을 배우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국악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판소리, 거문고, 가야금, 경기민요, 남도민요, 해금, 대금, 한국무용이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판소리는 익산국악원장인 임화영 명창이 직접 밤낮 가리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무용은 남현자 선생, 대금은 조재수 선생, 해금은 조정옥 선생이 맡아 가르치고 있다.

거문고는 임화영 원장의 아들인 송세엽 선생이 맡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고 가야금은 김달 선생, 경기민요와 남도민요는 조명옥 선생과 박찬미 선생이 각각 가르치고 있다.

국악원 안에서 여러 분야의 국악 교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회원들이 한 가지 분야뿐만 아니라 동시에 여러 분야를 배워 다채로운 국악 솜씨를 보유한 회원들이 많다.

민요와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한지 3년이 됐다는 지서안 씨는 “여성들이 바쁘게 살다 하고 싶은 일도 못하기 일쑤인데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워놓고 묻어두었던 것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국악원이다”며 “시설이 열악하지만 힐링의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는 익산국악원이다”고 자랑했다.

◇ 신축 국악원에 거는 기대

1975년대에 현 건물로 옮겨와 활동 중인 익산국악원은 여러 고민 중에서도 열악한 환경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맹아학원으로 사용되고 있던 시설을 수리해서 쓰고 있긴 하지만 명색이 소리의 고장 익산의 국악원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한 시설이다.

그런 가운데 임화영 원장은 부임 첫해부터 국악원 건립에 대한 뜻을 모으고 추진해 드디어 내년에 신축 익산국악원이 새로 들어서게 됐다. 익산 국악인들의 염원이 드디어 이뤄지게 된 것.

당초 익산시는 전수관과 시립국악원을 따로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절감 및 시민 접근성 등을 고려해 이리농악, 이리향제줄풍류, 국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모현동 배산 인근에 건립 예정인 신축국악원은 4천508㎡의 터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이며 교육실과 연습실, 실내공연장 등을 갖출 예정이다.

임화영 원장은 “익산의 국악인들이 뜻을 모아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오늘과 같이 익산에서 국악이 꽃피게 됐다”며 “국악예술인들이 더욱 화합해서 소리의 고장인 익산을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국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