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고 지닌 학생들을 위한 특수한 교수법·자율성 부여된 다양한 프로그램.. 2005년 3월 법제화.. 교육정책과의 소통 필요
교육 전문가·관계자·학부모 63.7% “대안 교육이 기존교육에 긍정적인 변화 이끌어냈다”, 69.5% “대안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치열한 입시경쟁 위주의 학습 방식과 획일적인 기존의 교육체제를 벗어나고자 현 교육의 ‘대안’으로, 대안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의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류적인 잣대가 아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철학과 시스템이 인재 육성을 위한 덕목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지, 교육정책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궁극적으로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진짜 ‘대안’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이번 주에는 대안학교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전반적인 현황과 발전 방향을 큰 흐름 속에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조명해 보고, 이후 전국의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실제 구체적인 대안학교의 사례와 운영 모습 등을 비춰봄으로써 현 교육에 대한 대안을 지역사회에 제시하기 위해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 대안학교란 무엇인가?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시설이다. 획일적인 주입식 구조를 가진 기존 학교교육과 비교 할때 대안학교는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제도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대안적 사회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대안학교의 출발점인 것이다.

이밖에도 대안학교 내지 대안교육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영어식 표현을 빌린 대안학교는, 기존 학교교육의 변형된 형태 또는 다른 형태로의 접근을 의미한다. 이같은 의미에서 대안학교란 표준적인 학교들이 제공하는 전통적인 것과는 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특수한 교수법과 프로그램, 활동, 여건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학교다. 또는 표준화를 지향한 획일적인 체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다양한 형태의 학교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강대중 교수는 제도권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대안교육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학교제도 속에 있으면서 내용적으로 대안교육을 추구하는 ‘제도 안 교육’, 기존의 학교교육을 그대로 둔 채 내용적으로 보완하는 ‘제도 곁 교육(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한 프로그램형 대안학교 등)’, 그리고 기존의 학교제도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통해 대안교육을 실천하려는 경우인 ‘제도 밖 교육’을 말한다.

▣ 등장 배경

우리나라에서의 대안교육의 직접적 원인은 1970~80년대의 비인간화로 대변되는 학교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교육 실태에 대한 급진적 비판서들이 소개되기 시작했고, 기존 학교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개혁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급진적인 사회운동이 퇴조하게 되면서 1990년대 초까지 교사집단에 의해 주도된 학교교육제도의 구조적 개혁에 대한 전망도 흐려지게 됐다.

이후 해마다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성적 문제로 자살 등을 선택하게 되고, 가출이나 중도탈락 등으로 학교교육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갔다. 또한 외국 문화의 유입, 향상된 생활수준 등으로 기존 학교교육 제도의 고질적 방식간의 괴리도 점점 커져만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주변 또는 학교 밖에서부터 학교교육의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며 개혁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초기에 소규모 집단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며 청소년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한 캠프 형식의 프로그램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5년 초에는 이들 간의 최초 연대모임이 결성됐고, 이후 대안학교가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3년 6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대안교육 확대·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이 안에는 각종 학교 형태의 ‘학력인정’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2005년 3월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3’을 신설해 교육정보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학생관련 자료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학업을 중단하거나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종학교 형태의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교육과정·수업 및 학년제 등에 있어서 자율성을 부여했다.

이로써 대안학교를 교육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 수용하는 계기가 됐다.

▣ 현재의 상황

대안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크게 학력 인정 여부에 따라 인가형 학교와 비인가형 학교로 나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 또는 대안교육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대안교육 특성화 중·고등학교가 총 54개 학교로, 대안학교 19개 학교,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가 11개 학교,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가 24개 학교에 이른다. 이외에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윤관석 의원에 따르면 전국 비인가 대안학교, 혹은 학교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거나 홈스쿨링 형태의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시설이 185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수치보다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 기성교육과의 만남

대안교육과 이를 실제로 반영하고 있는 대안학교와 기타 프로그램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대안학교들이 비인가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수입원은 기타 단체의 후원이나 학부모들이 지불하는 교육비이다. 학교 시설과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돈이 많이 들고,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입학금부터 기숙사비, 교육비 등 상당한 수준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대안교육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제2의 사교육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미인가 대안학교의 한 해 교육비’에 대한 조사자료를 내놓으면서 이런 인식을 강화시킨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8월 실시한 교육 전문가와 교육부 관계자, 일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안교육이 기존 교육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는가’라는 질문에 63.7%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렇지 못했다’라고 답한 경우는 29.7%로 나타났다. 또 ‘대안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69.5%로 나타난 데 비해, ‘대안교육이 필요없다’고 답한 경우는 13.2%에 불과했다.

실제 제도권의 일부 대학들도 대안학교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대안학교 출신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201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감리교신대, 성공회대, 장로회신대, 총신대, 한동대, 한신대 등 6개 대학에서 수시모집으로 대안학교 졸업자를 선발한다. 선발 인원은 성공회대 40명, 한동대 30명, 총신대 18명, 한신대 16명, 장로회신대 4명, 감리교신대 2명으로 총 110명이다. 2013학년도에 7개 대학에서 122명을, 2012학년도에 14개 대학에서 171명을 모집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시 대학 수와 모집인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교육부가 지난 8월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향’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입시분석가인 1318대학진학연구소장 유성룡 씨는 “한신대가 2013학년도부터 새롭게 실시하고 있고, 성공회대와 총신대가 모집인원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 등은 건학이념과 교육철학이 뚜렷하고 대안교육과 부합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내실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 왜 필요한가?

오늘날의 교육은 종전의 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되는 모습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육에 대한 수요도 매우 다양해져 일반 학교의 교육 과정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보다 다양한 대안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에 대안교육 기회의 확대와 교육 내용의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해 더 많은 대안학교의 설립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현재의 대안학교들은 생태학습, 여행학습, 평화교육, 인문학, 자기 프로젝트, 인턴십 등 기존의 학교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외받는 학생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로써 때로는 기존의 학교교육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학교교육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을 보완해주면서 현재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안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공교육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더욱 더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