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 맞이하는 동문지·미륵산 정상 향하는 성벽.. 일대 한 눈에 볼 수 있는 요지
성벽으로 견고하게 둘러싸인 성 내 건물지.. 중심지였던 익산의 역사적 위상 드러내

◇ 동북 지역 방어 위한 천혜의 요새

익산 시내에서 무왕로를 따라 익산 IC 방면으로 20여분, 금마사거리 전에 함열·미륵사지 방향으로 좌회전해 미륵사지로를 따라 2km 정도, 미륵사지 전에 나오는 삼거리에서 낭산 방면으로 우회전해 구룡길을 따라 구룡마을 입구를 지나면 미륵산성에 도착한다.

미륵산성 표지판이 서 있는 공터부터는 차로 들어가기가 수월하지 않아 걸어 들어가야 한다.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어 20분여를 걸어 산 속 오솔길을 지나면 성벽 윤곽이 눈에 들어오며 가운데 안내 표지판과 함께 보이는 동문지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산 능성을 따라 견고하게 쌓인 산성이 방문객을 환영하듯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다.

전라북도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미륵산성은 성곽 안에 골짜기를 포함해 축조한 포곡식 산성으로 미륵산과 돌로 된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 내부는 수원이 풍부하며 활동 공간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백제의 고도 익산, 그 중에서도 왕궁과 금마 지역을 중심으로 미륵산에 위치한 성곽의 규모로 볼 때, 당시 중심지로 번성했던 익산이 높은 위상을 지니고 있으며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임을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익산은 익산천과 왕궁천, 춘포천이 만경강과 합류해 서해로 이어지는 수로 교통은 해상왕국 백제와 부합하는 최상의 조건이었고, 미륵산의 했을 부여 공주와 남쪽 지방을 연결하는 주요교통로 역할을 말해준다.

그리고 미륵산성은 중심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써 동북 지역의 방어를 위한 주요 방어선이었다.

◇ 방문객을 반기는 동문지

수구 남쪽의 동문에는 ‘ㄷ자’형으로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또 한 겹의 성벽을 둘러쌓아 이중으로 쌓은 옹성을 둘렀다. 성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 옹성을 먼저 통과하도록 했고, 성벽에서 밖으로 돌출돼 있어 성문으로 접근하는 적을 3면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지금은 안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어 특별한 통과의례 없이 옹성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동문지를 기준으로 좌우 끝 성벽이 직선을 이루는 곳에는 성벽 위에 낮은 높이로 성벽을 더 쌓아 성가퀴를 만들어 성을 방어하는 데 유리하도록 했다. 거기에 몸을 숨기고 적을 쏠 수 있도록 만든 것.

마침 인근 군부대 사격 소리가, 적이 쳐들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 미륵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남문지

동문지 옹성 내부를 지나 우선 남문지 쪽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했다.
석축된 산성 안쪽으로 나 있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기를 20분, 나무 사이 간간히 비치던 햇살이 남문지에 이르러 완연해진다.

남쪽 성벽 위에는 잔디가 자라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성벽으로 쌓은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금마저수지를 비롯해 그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경이 산성의 위치가 지리적 요지임을 알려 주고, 견고하게 쌓인 돌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돌로 쌓인 성벽길이 끝나고 성벽의 형태를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좁은 등산로를 천천히 20분 정도 더 오르면 미륵산 정상에 도착한다.
해발 430m의 미륵산 정상에서는 동서남북 어디든 한 눈에 일대 전경을 확인할 수 있어, 전략적·군사적으로 요충지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 정상부와 북쪽 능선

미륵산 정상에서 북쪽 성벽을 타고 내려오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수풀이 우거져 정확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헬기장 한 가운데, 멀리 중계탑과 멋진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헬기장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가는 길의 경관이 또한 장관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성벽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돌길로 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이내 북쪽 성벽이 윤곽을 드러낸다.

비록 복원한 모습이지만, 견고하게 4~5m 정도 쌓인 성벽에서 백제의 기운이 느껴진다. 북쪽 성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 옛날 성벽을 오르는 이들과 이를 막아내기 위한 백제의 군사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손에 땀이 쥐어진다.

길게 이어진 북쪽 성벽과 성가퀴, 오른쪽으로 꺾인 동쪽 성벽, 그리고 동벽에서 바라본 남쪽 성벽의 길게 뻗어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 역사를 품고 있는 건물지

산성 안에서는 ‘금마저’라고 새겨진 백제의 기와 조각과 토기 조각 등이 발견되었으며, 동문 안 건물지에서는 고려와 조선조의 기와편도 발견됐다. 이로써 그 축조 연대와 이용된 시기를 알 수 있게 됐다.

또한 등산로 옆에 위치한 건물지는 보존을 위해 가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줄이 쳐져 있고 네모난 모양의 구덩이에는 물이 차 있어 당시 수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성벽 안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나무 숲 사이를 지나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던 역사의 현장이었으리라.

한편 이 산성은 기자조선의 마지막 왕이라고 전해지는 준왕이 쌓은 성이라 해서 ‘기준성’이라는 이름도 있고, 당시 용화산의 이름을 붙여 ‘용화산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1990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연구소의 동문지 발굴조사결과 백제 시대에 축조돼 조선 초기까지 4차례 걸쳐 개축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익산 지역을 지키는 주요 방어선으로 활용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