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 복판 청동기 유물.. 박물관에 생생하게 보존돼 있어
마한부터 백제까지의 모습 보며.. 역사와 함께 가을의 향기까지

◇ 도심 속 마한의 숨결, 영등동 유적

영등시립서관 옆 영등시민공원 안에는 커다란 무덤형태의 구릉이 있다. 바로 2002년 5월 30일 익산시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된 영등동 유적.

시민공원 내 나무 사이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그만 농구 코트와 인라인 스케이트장, 시민들을 위한 벤치와 만개한 꽃밭의 모습이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언덕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익산탑과 함께, 장방형과 원형으로 된 옛 집터들이 복원돼 있어 도심 한 가운데서 마한시대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영등동 유적은 1995년 영등동 택지개발과정에서 발견됐고, 1996년까지 3차에 걸친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장방형 집터 7기, 방형 집터 4기, 원형 집터 12기와 마한시대의 주구묘 5기가 발굴됐다.

이중 영등동 유적지는 청동기시대 장방형 집터 3기와 원형 집터 2기 등 총 5기의 집터가 남아 있던 곳이다. 이중에서 장방형 집터 1기는 본래의 영등동 유적지에 있었고, 나머지 4기는 조금 떨어진 주변 지역에서 이전해 온 것들이다.

또한 마한시대의 수장급 묘로 보이는 주구묘 1구가 발견됨으로써, 익산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청동기문화의 계통을 파악하고 마한시대의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이 됐다.

이 주구묘는 마한시대의 특징적인 장방형 무덤형태로, 그 규모와 출토된 대형 옹관으로 미루어 3세기경 익산 지역의 유력한 세력 집단의 무덤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토기들과 석촉들이 많이 발견됨으로써 당시 수렵생활의 실상을 알게 해준다. 금강 하류의 퇴적층이 쌓여 비옥한 토지와 낮은 산으로 이루어진 넓은 평야를 가진 영등동 유적지는 당시 농경사회와 연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약간 늦은 시기에 해당하는 근처 부송동 유적지에서 볍씨자국이 있는 토기가 발견된 사실과 벼의 수확에 필요한 도구로 보이는 석기들이 같이 출토된 것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불어 영등동 유적지에서 발견된 어망추는 당시 어로생활을 짐작케 한다.

유물이 발굴된 제1지구와 제2지구는 현재 건물이 들어서 시가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제3지구는 영등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영등공원 정상부에 영등동 유적지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 마한에서 백제까지 한 눈에, 마한관

금마면 고도9길에 위치한 마한관은 익산 시내에서 무왕로를 따라 익산 IC 방면으로 10km정도, 금마교차로에서 논산 방향으로 우측방향, 호남로를 따라 가다가 동고도리교차로에서 좌회전해 고도길을 따라 200m 정도 들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삼한시대 마한 54개 소국의 중심 국가였던 목지국이 자리 잡고 있던 금마면에 위치한 마한관에서는 청동기 마한시대의 흔적을 한 눈에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2008년 문을 연 마한관은 전시실을 비롯해 영상실, 수장고, 체험학습실을 갖추고 115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영등동 유적지에서 출토된 생생한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3개 주제별로 구분된 마한관은 마한이 성립되기 이전 익산의 선사문화부터, 익산 지역이 청동기시대 이래 역사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배경과 마한의 성립·발전에 이어 마한에서 백제까지의 변화 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마한시대 사람이 살았던 집, 먹을거리, 부뚜막, 농경생활과 농기구, 장신구, 토기, 무덤 등 마한의 다양한 유적과 유물을 통해 당시 생활문화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민무늬토기와 독널 등이 조각조각 그대로 복원돼 있고, 특히 당시 주거 형태와 움집 모형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또한 마한에서 백제로의 변화되는 시기의 집 구조와 집 내부시설의 변화, 토기의 변화, 무덤 구조의 변화 등을 소개하고 있어, 역사의 흐름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더불어 한쪽에는 연중 진행되고 있는 마한관 유물기증 운동의 일환으로 기증유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선물을 받아 미래로 전하다’라는 주제 아래 ‘선물을 받다’, ‘선물 보따리를 풀다’, ‘선물을 내일로 전하다’라는 소주제별로 의·식·주로 나눠 구성해 기증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 전시된 유물들은 이금승 씨가 교사로 재직하면서 문화재 보존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 동안 수집한 것을 아들인 이동혁 씨가 기증한 것으로, 이 중 40여점을 선별해 12월 30일까지 전시한다.
이외에도 10월 중에는 체험행사로 토기 빚기와 굽기를 실시했으며, 토기퍼즐 맞추기, 스탬프 찍기, 토기 문양 스크래치, 익산 고지도 목판 찍기 등의 행사는 상설로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마한관은 매주 월요일과 매년 1월 1일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관람료는 무료이다.

◇ 역사 탐방과 함께 가족 나들이, 서동공원

마한관과 함께 위치해 있는 서동공원에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국경을 넘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입구에서부터 ‘대한민국 환경조각대전’이라는 안내석과 함께 서동과 선화공주의 조각상에서부터 ‘서동요’ 조각을 비롯한 98점의 조각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일명 조각공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서동공원은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주제로 한 테마 공원이다.

넓은 중앙광장에는 한 가운데는 백제 무왕 동상이 위치하고 있어, 무왕과 함께 사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잔디광장을 비롯해 미륵광장, 수변광장, 야외무대에는 다양하게 식재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연인이나 가족들의 쾌적한 나들이 코스로 추천할 만한 장소이다. 마한관에서의 역사문화 탐방과 함께라면 더욱 의미 있는 나들이 코스가 될 것이다.

서동공원은 적당한 크기에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4인용 마차자전거를 타면 금방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인근 금마저수지와 어우러진 단아한 경관이 한껏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지금은 공원 내 잔디 보수 공사가 한창이지만, 마한관 견학 후 마한과 백제의 역사를 머리속으로, 가을의 향기를 마음속으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