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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묻다 “왜 대안학교인가?” - 3. 간디학교

▲ ‘사랑’과 ‘자발성’의 두 원칙으로 ‘행복한 사람’ 기르기

제도권으로 당당히 들어온 최초의 대안학교.. 진정한 전인교육의 모델 제시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아이들.. 믿고 기다리는 학부모들.. 고민하고 나누는 교사

◇ 진정한 전인교육의 한 모델

기존 교육의 획일성의 주범은 ‘내 자식은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라는 입시주의와 학벌주의에 있다. 이에 간디학교는 학부모와 함께 입시주의, 학벌주의를 지양하도록 지속적인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대학준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준비를 위해 사람 만드는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디학교의 대안교육은 ‘행복한 사람을 기르는 것’. 행복한 사람이란 건강(몸), 사랑(정서), 자유(의지), 지혜(이성)를 갖춘 사람을 뜻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가치를 교육 속에서 진정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간디학교는 교육과정을 3가지 교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먼저 지식교과에서는 기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들인 국어, 영어, 국사, 사회, 과학, 수학 등을 가르친다. 1학년의 기본교과를 이수하고 나면, 2학년부터는 대학생처럼 자신의 관심과 장래희망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업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감성교과에서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과들을 편성 운영한다. 여기에는 일반 학교에서 다루는 음악, 미술을 비롯해 합창합주, 디자인 공예 등이 포함된다.

자립교과에서는 인간의 삶에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과를 편성 운영한다. 음식 만들기 텃밭 가꾸기, 옷 만들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이것을 통해 인생에서 여러 모로 실제 사용될 수 있는 ‘쓸모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인격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학생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학교 교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학습의 장이 돼야 한다는 정신으로 배움터가 있다면 국내·외 어디라도 찾아다니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매주 월요일 아침 주는 여는 시간을 마련해 학생과 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관심사, 고민 등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스토리텔링의 시간을 가지고, 매주 한 번 학생생활에 관한 모든 사항은 식구총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운영해, 교사도 학생들과 동일하게 1인 1투표의 자격을 가지며 학생의 자치권을 존중한다. 이러한 학생 자치문화는 동아리, 생활관 공동체 생활, 간디 물레제 축제 등 제반 모든 생활 및 문화에 스며들어 있다.

획일적인 교육을 바꾸고자
전국 최초로 대안학교 설립
자율성 보장받으며
1997년 당당하게 제도권으로

◇ 간디문화의 밤

‘간디문화의 밤’은 ‘사랑’과 ‘자발성’이라는 간디학교의 학교철학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을 키우기 위한 통합문화예술교육의 실현을 지향한다. 따라서 매년 최소 10여 차례 이상 ‘간디문화의 밤’ 행사를 개최해 학생들이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고 단순한 문화의 소비자에서 문화의 생산자이자 향유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간디문화의 밤’은 행사 기획과 준비에 있어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 지역사회와의 문화적 연대 강화,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강연 및 공연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했다.

3월 초에 교사 1인과 학생 7인으로 구성된 ‘간디문화의 밤 기획팀(이하 문밤기획팀)’을 구성해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했다. 학생팀장으로 올해 문화의 밤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2학년 최지인 학생은 “문밤기획팀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잠정적 진로인 문화기획자의 삶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도교사인 백승원 교사는 “교사가 주도해 행사를 기획할 경우 학생들은 단순히 수동적인 참가자에 불과한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학생들이 행사의 기획부터 마지막 뒷정리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에 대하여 신뢰를 갖게 되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무엇’을 하기보다 ‘왜’ 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아이

“다른 길을 걸어도 재밌을 것 같고, 많이 배우고 자라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현재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장이현 양을 만났다. 부산 광안중학교를 졸업하고 간디학교에 입학한 이현이는 친오빠가 이미 간디학교 졸업생이라 학교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했다.
입학 후 간디학교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곳”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래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는 이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익숙해지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아직 여전히 어려운 학교이지만. 사람사이의 관계부터 공동체적인 가치까지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가치들이 뒤섞여있는 아주 어려운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을 밝혔다.

간디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120명이 모여 사는데 문제점들은 꼭 있는 것 같아요. 이것들의 합의점을 찾는 게 정말 어렵다”며 “늘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없어서 매번 생각만 하게 된다. 과제에, 동아리에, 인간관계에, 다 챙기기가 정말 바쁘다. 무엇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럴 때면 사람 일이라는 게 의욕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솔직하게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래서 지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와 기회도 간디학교에는 많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무엇’을 하기보다 ‘왜’ 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데, 일반학교 친구들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현이는 학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이나 외부 사람들이 다들 ‘대안학교 학생이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진로에 대해서 많이 물어볼 때마다 “글쎄요, 뭘 하든 하고 싶은 걸 하겠죠?” 하고 대답했는데, 몇몇 사람들의 실망하는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자신에게 “서로 믿고 가는 이 길을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다짐을 하며 “졸업 후에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학교에 온 것만 해도 이미 다른 길이기 때문에 이젠 뭘 하든 그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기다리는 것, 바라보는 것, 믿고 맡기는 일

수직적인 인간관계와 획일성을 강요하는 공교육의 교육 풍토에 대한 문제의식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은 오히려 쉬웠다는 안상숲 씨(3학년 황선유 학생 어머니)를 만났다.

그는 현 제도권 교육과 대안교육의 차이를 한 마디로 ‘다양성의 인정 여부’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도권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개인보다는 전체에 집중하다보니, 다양함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남과 많이 다를 때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죠. 그래서 개성이 강한 아이일수록 상처 또한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대안학교에서는 각자의 방식과 삶의 속도를 중시합니다. 아이들마다 각양각색의 색깔과 자기 속도가 있는데 그걸 존중해 주는 곳이지요”라고 말을 이었다. 또 “그래서 대안학교 교사나 학부모의 가장 큰 덕목이 믿고 기다리는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에서 남편과 함께 살며 경남 산청 간디학교까지 아들을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는 제 아이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청소년기를 허둥대며 앞만 보고 살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행복은 미루는 것이 아니고 유예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요”라며 아이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했다.

더불어 그는 선유가 간디학교 입학 후 무엇보다도 상냥하고 다정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의 품이 넓어졌다는 것.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건 그 아이가 존중받았기 때문에 생긴 변화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왜냐하면 존중받은 아이들은 자부심으로 인해 너그러워지고 따뜻해지잖아요”라고 설명했다. “간디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뿌듯합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여러 가지의 소소한 일탈을 시도하기도 하는데요. 그건 서툴지만 자기표현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생활 중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모색하게 되지요”라며 간디학교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사실 변화라 함은 학생들에서보다 부모들에게 더 많은데요. 이건 아니지 싶어서 공교육을 포기하고 대안학교를 선택하긴 했지만, 처음 학부모들도 꽤 큰 불안을 느낍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소외감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겠지요. 제 경우가 그랬는데 1년 쯤 지나자 얼마간 저절로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리고 바라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지요”라며 “간디학교는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어떤 일에도 비난 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어떤 실패에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며, 어떤 종류의 폭력으로부터도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지요. 이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좌절감도 시행착오도 실패도 모두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고여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 항상 좌충우돌 들쑥날쑥 온갖 것들을 벌이고 해결하며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라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 고민할 수 있는 교육공간, 그 안의 소통

국어 과목을 지도하고 있는 4년차 안준영 교사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그는 “일반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시가 대학교육을 망가뜨리고 있었다”고 했다. “교육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고,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면 간디학교는 늘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교육공간이었다. 그렇기에 간디학교 지원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나는 이 학교의 졸업생이기도 하다. 이 공간에서 주체로 우뚝 서는 법을 배웠고 공동체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주체로 설 수 있었던 것처럼 후배들도 뚜렷한 ‘나’를 갖길 바랐고 내가 공동체에서 사랑을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도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일반학교 사정을 잘 모르기에 비교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말은 이은 그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좋다고 느끼는 점은 교사문화가 민주적이라는 점이다. 교장, 교감, 교무부장도 있지만 그건 역할 일뿐 그 이상이하도 아니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귀담아 주는 교사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학생사회에도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학생사회에 위계질서가 없이 요즘 화두가 되는 학교폭력문제에도 자유롭다. 오히려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니 소통이 잘 된다”며 소통을 기존 교육과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