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통해 인성 함양.. 수요자 중심의 개별화교육
공부가 재밌어지는 자유로운 환경.. 선택은 학생 스스로

◇ 원불교 삼동윤리의 정신 그대로 이어받아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1998년 설립된 경주화랑고등학교는 정산종사의 중심사상인 삼동윤리(三同倫理) 정신에 입각해 ‘한울안 한이치, 한집안 한권속, 한일터 한일꾼’이라는 사상을 학교교육계획 수립의 근본으로 하며, ‘마음공부 잘해서 새 세상의 주인이 되라’는 정산종사의 법문에 입각해서 마음공부를 통한 도덕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모든 종교의 근본적 진리는 다 같이 일원의 진리에 바탕해 있고, 궁극적인 목적도 역시 다 같이 평화 안락한 이상세계 건설에 있다는 동원도리(同原道理), 인종과 생령이 근본은 다 같은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인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동기연계(同氣連契), 모든 사업과 주장이 다 같이 세상을 개척하는 데에 힘이 되는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동척사업(同拓事業)을 근간으로 하는 삼동윤리의 가르침에 따라 자타의 간격을 타파하고 민족과 국가 간의 이해와 계층 간의 갈등, 종교·이념간의 대립이나 문명 간의 차이를 넘어서서 다 함께 한 살림을 이루고 모든 만물이 서로 바탕이 되고 은혜가 되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 기본 교과 외 다양한 선택 교과 운영, 수요자 중심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출 때까지 수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학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있도록 지도.”

화랑고는 원불교의 정신을 기본으로 초·중등 교육법에 따른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으로 실시하는 학교로서, 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가받은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획일화된 현재 교육의 틀을 벗어나 개개인의 개성과 적성을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학생을 교육의 중심에 둔 자율학교를 지향해 인성 중심의 열린교육 실천으로 교육의 앞날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선구적인 역할을 해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인격과 품성 그대로 소중히 여기며
개성과 소질을 개발·양성하는 개별화교육에 역점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기숙하면서 사회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가치 체계와 판단기준을 알게 하고, 본인이 가진 창조적 소질을 계발시킴으로써 학생 개개인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 속에서 한 인격으로 존중하는 학생, 스스로가 참으로 귀한 존재임을 알게 해 모두를 존경하며 예의와 대의를 잃지 않는 도덕적 품성을 갖춘 사람으로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 학습 교과로 국어·수학·영어·도·사회·과학·체육·음악·미술 등 생활교양 교과와 기술가정·한문·중국어 등 생활교양특성화 교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터넷활용·철학·환경과 녹색성장·생활과 논리·실용경제를 특성화 교과로 편성해 자유학기로 운영한다. 또한 학년 구분이 없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피아노·선무도·영화·영어회화·독서·일본어회화·중국어회화·탁구·국어·종이접기·오카리나·종교·디지털 사진·궁도·확률과 통계·영어독해·통기타·텃밭·만화·목공예·한국의 사회와 문화·화학·생명과학·영화감상·명심보감·토론 등의 선택특성화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신문반, 밴드반, 애니메이션반, 풍물반, 컴퓨터반, 댄스반 등의 동아리를 운영해 특화된 교육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정보화시대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전원 기숙사 생활.. 개별 생활지도
매주 1회 등산.. 자연 친화 체험학습
매일 아침 마음일기.. 인성교육 강화
야간 학습 지원.. 학교 기능과 역할 확대
봉사활동·해외체험학습.. 현장 실천 교육

◇ 막막함,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학교에 대한 애착으로 극복

화랑고에 입학하기 전 대안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2학년 고영승 군은 원불교 교도이신 어머니를 통해 원불교에서 설립한 화랑고를 알게 됐고, 가족과의 상의 후 입학을 결정했다.

경북 구미시에서 일반 중학교를 졸업하고 들어 온 경주 화랑고는 낯선 환경, 그 자체였다.

영승이는 “처음 학교에 들어 왔을 때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지금은 ‘정말 이 학교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할 정도로 학교에 대해 무척 애착이 갑니다”라며 학교에 대한 첫인상과 함께 자랑을 시작했다. 이어 “학교생활에는 무척 만족합니다. 대안학교는 그 이름답게, 전혀 다른 자유로운 교육환경과 다양한 체험학습,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학교 급식은 가히 최고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최고입니다”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 대한 학교 예찬이 계속됐다.

다만 “국·영·수 등 기존 교과목의 교육에 대해서는 일반학교 친구들보다는 살짝 떨어집니다”라며 아쉬운 점을 밝혔다. 하지만 이내 “일반 학교에서는 매일 쫓기듯 공부를 하며 일상생활이 무척 힘들어 보이는 반면, 저희 학교에서는 자유로운 교육환경을 조성해 공부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실행할 수 있는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차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자유로운 학교 환경.. 그 중 급식은 으뜸
원하는 공부 할 수 있어.. 전교 1등도 경험
자유.. 그 속에서 선택은 학생 자신의 몫

이어 “중학교 때부터 생각해 왔던 ‘성우’라는 직업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먼저 자신 있게 자신의 포부를 밝힌 영승이는 “자유로운 환경이다 보니 성우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무척 기쁩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욱 더 탐구할 수 있다는 점이 대안학교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학교생활에 대해 묻자, 선뜻 “에피소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1학년 때 전교 1등을 한 것입니다. 중학교 때는 공부하랴, 진로탐색도 하랴, 고등학교 찾으랴, 친구들과 놀고도 싶고, 취미생활도 하고 싶고, 사춘기도 찾아와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성적이 확 떨어져 낙담하고 고등학교에 왔는데, 1학년 때 전교 1등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적을 받았습니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입학하고 나서 무엇인가에 쫓기듯 한 생활이 사라지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니, 자연스레 기분은 좋아지고 매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에 그렇게 싫어했던 공부가 이젠 저에게 알아가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 때는 정말 하늘을 나는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 너무 교육적인 측면에 대해 치중된 것 같고 대안학교는 공부를 안 하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단지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다르게 ‘자유’를 주제로 살고 있습니다. 그 자유 속에서 공부는 접어 두고 노는 것을 선택할 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지에 대해서는 학생의 선택입니다”라고 말했다.

◇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만족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할 것이냐, 삶의 한 방편으로서 공부를 할 것이냐”

2학년에 재학 중인 배준호 군의 아버지 배수환(49)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울산광역시에 살고 있는 그는 장남 준호를 화랑고에 보내고 아내와 작은 아들과 살고 있는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다.

그는 대안교육에 대해 “공부도 인생에 있어 중요하지만 반드시 삶의 질과 행복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가급적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추구하는 바를 스스로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큰 아들인 준호를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화랑고에 보낸 계기는 “준호의 경우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와 교우들과의 원활치 못한 관계로 인해 상당히 내면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혀 새로운 환경의 학교생활을 권해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던 준호가 화랑고에 입학한 후 “얼굴 표정이 중학교 시절보다 많이 밝아졌고, 더 긍정적인 사고로 바뀌었다”고 했다. 또 “교우관계도 원만해 보이며 현재의 학교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의 입장에서 기존 제도권의 일반학교에 다니는 또래에 비해 너무 공부양이 적기 때문에, 향후 이로 인한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지가 걱정된다”며 “다만, 본인이 예전에 비해 생각의 폭과 깊이가 늘어난 만큼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부모의 입장에서는 대학 진학을 통해 좀 더 공부를 해서 흔히 말하는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바라고 있으나, 본인이 아직까지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앞으로 대화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큰 틀에서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 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