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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센터의 ‘국화박사’ 김병현 주무관

▲ “매년 새로운 국화축제 선보일 것”

천만송이국화축제의 숨은 공로자.. 12만본 국화 손수 키워내
농기센터 식물병원 ‘명의’로 소문 자자.. 국화연구모임 이끌어

“천만송이 국화축제를 위해 농기센터에서 1년 동안 애지중지 기른 국화 작품을 내보낼 때는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축제장에 예쁘게 전시해놓고 보면 뿌듯한 마음이 더 크다.”
제10회 천만송이 국화축제가 막을 내렸다. 중앙체육공원을 각양각색으로 수놓고 익산의 가을을 향기로 가득 채우던 국화들도 다음해를 기약하고 있다.

올해 70여만 명이라는 관람객을 기록하며 전북을 벗어나 전국의 대표 가을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천만송이국화축제. 단 10일 간의 축제로 끝이 났지만 그 준비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들어간다. 축제가 끝난 지금부터 다시 축제준비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런 노력과 애정으로 매년 새로운 국화축제를 선보이고 있는 국화축제의 숨은 공로자가 바로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 김병현(41) 주무관이다.

김 주무관은 매년 국화축제에 맞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가 끝난 직후부터 농기센터로 모본으로 쓰일 국화를 가져오고 내년 축제에 쓰일 품종을 선별하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겨울 동안 잘 키워내고 이식 등의 과정을 거쳐 수십만 본의 국화로 키워내는 것이다.

또한 올해 대폭 늘어난 대형구조물의 경우도 김 주무관이 설계와 제작에서부터 이식해 키우는 모든 과정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축제 기간에 맞춰 덩굴 품종의 국화를 몇 개월 전부터 이식해 키워야 하고 매일 덩굴을 구조물에 묶어주는 일이 수반되는 고된 일이다.

김 주무관은 “국화를 키우는 일이 고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생명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말에도 나가 돌봐줘야 건강하게 자란다. 국화에 온 신경이 가 있다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한다.

익산시에서 천만송이국화축제를 열게 된 것도 김 주무관의 영향이 컸다. 군산시 서수면 출신인 그는 금융권 직업을 꿈꿔오다가 우연히 화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당시 농촌지도소에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됐다.

그는 일하는 와중에 키운 국화를 지도소 주변에 전시해 놓았는데 당시 단체장이 방문해서 보고는 시내권에서 국화전시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04년 조그맣게 시작한 제1회 국화축제가 규모가 커지며 올해 10회 축제까지 급성장했다. 그 모든 과정에 김 주무관의 땀과 노력이 스며있는 것이다.

김 주무관은 “첫 회 당시는 체육공원의 호수 부근만 이용한 작은 축제였지만 현재는 국화 양도 굉장히 많고 대형 국화구조물도 여느 축제보다 천만송이국화축제가 독보적일 만큼 성장했다”며 “매년 축제를 치르며 축적된 기술로 매년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국화를 키우는 업무 외에도 농기센터 식물병원의 ‘명의’로 통한다. 2002년부터 시작한 식물병원은 3월에서 12월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죽은 것 같은 식물도 그의 손을 거치면 건강하게 살아나는 일이 부지기수로 많아 식물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명의’ 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시민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방문이 어려울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상담도 종종 해주고 있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식물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경우 가정에서 키우다가 얼마 못가 이상이 생기는 일이 많다”며 “그럴 때 식물병원에 방문해 주시면 식물도 보살펴주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상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국화를 비롯한 식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지만 이는 전문적인 공부를 거친 결과가 아니다. 화훼재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비결은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다. 그는 선배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사무실에서도 항상 식물에 대해 공부했다. 각 식물마다의 기본 특성과 어떤 병충해에 약한지, 어떤 벌레가 있는지 틈틈이 공부를 했다.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그를 ‘식물박사’로 만든 것이다.

또 그는 국화축제와 동시에 익산시민들의 국화연구모임인 국사모를 이끌어오고 있다. 이번 축제에 전시된 국화분재작품도 대부분 익산시 국화연구모임 회원들이 출품한 것으로 천만송이국화축제의 명물로 떠올라 찬사를 받았다.

김병현 주무관은 “축제기간 중에도 종일 국화 관리를 위해 쉴 틈이 없이 바쁘지만 관람객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보람이 크다”며 “하지만 국화를 밟고 들어가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어서 국화가 손상된 것을 보면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