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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묻다 “왜 대안학교인가?” - 5. 충북 양업고등학교

▲ ‘행복’한 학생이 다니는 ‘행복’한 학교

원하는 것을 가지게 하는 선택이론.. 인성교육의 이념으로
행복을 목표로 하는 학생..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주는 교사

◇ 학생의 시각에서, 기다려주는 학교

충북 청원에 있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인 양업고등학교(교장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는 1998년에 개교해, 기존의 공교육 틀 안에서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학생들이 존중받고 그들이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학교생활을 통해 자존감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교육에 임하고 있다.

세계적인 교육 상담 심리학자 윌리암 글라써(William Glasser, 선택이론의 주창자, 현실치료의 창시자)의 선택이론을 학교 교육이념으로 채택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선택을 중심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2월 양업고 13기 40명 졸업자 가운데 31명이 대학에 진학(2년제 7명 포함)했고, 2명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7명은 이번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입학 후 절반도 졸업을 하지 못했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현재는 입학 경쟁률이 최고 7:1에 이르는 가운데, 더욱 좋은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던 졸업생들도 사회에 진출해 자랑스러운 사회 구성원으로 활약을 하고 있고, 늘 후배들을 생각하며 모교를 찾아 선물을 전달하고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아끼지 않는다.

교장 장홍훈 신부는 “우리가 우리들의 시각으로 학생들을 보지 않고, 학생들의 시각에서 그들을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면 반드시 그들은 꼭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우리는 인내를 가지고 그들을 기다려줘야 합니다”라며 양업고의 특별한 학교 교육방침을 설명했다.

◇ 인성을 키우는 특성화 과정

양업고는 기존의 교육과정 외에 특성화 교육과정으로 봉사활동, 산악등반, 테마체험학습, 노작,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 해외이동수업, 가족관계, 종교 등 7개 범주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오해, 그리고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매년 4월에는 주위 농촌 혹은 어린이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매년 5월에는 양업가족 전부 지리산을 등반하는 산악등반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6월에는 자신들의 원하는 진로 분야의 현장학습을 직접 기획하고 꾸려서 떠나는 테마체험학습이 운영된다.

교내에서 직접 자신의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서 소중하고 값진 결과물을 얻는 노작 시간과 도예, 목공예, 생활성가, 연극, 영화, 침선공예, 펠트&퀼트, 와이어 공예 및 원예치료, 동영상 편집 등을 각자 자신의 취향과 재능에 따라 선택해서 하는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은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나아가 진로 탐색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세계가 하나의 생활문화권이 되면서 네팔과 인도 등에서 다양한 체험활동, 봉사활동, 히말라야 트레킹 등을 통해 국제화 시대의 청소년으로서 견문과 자질을 키우는 해외이동수업을 운영하고, 매월 첫째·셋째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이외에도 천주교재단의 학교로서 종교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 “나는 가장 행복한 학생”

“행복한 학교에 다니는 행복한 학생 김동희입니다.”

양업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희 군의 인사말이다. 지난 7일 수능을 치루고 난 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시간을 내 준 동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능시험에 대한 질문에 “수능이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했습니다”라며 대답한 동희는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서 12년 동안 공부했던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와 이 수능이라는 시험, 단 한 번으로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 결정되는 제도가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편으로 했습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동희는 서울에서 기존 일반 중학교를 졸업하고, 스스로 고등학교 진학을 알아보다가 자유롭고 자기 주도적인 분위기인 대안학교를 알게 됐고, 신앙에 따라 천주교재단인 양업고등학교를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독립심이 강해서 누군가의 강압적인 지시보다 혼자 무언가를 찾고 스스로 해나가는 것을 좋아했다는 동희는 “중학교 시절, 정말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면서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참 많이 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인생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일까?’라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서울에서 멀리까지 쉽지 않은 선택을 함에 있어서는 “이후 양업고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직접 와보기도 하면서 자연 속에 학교가 있는 모습이 맘에 들었습니다. 학교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저에게 딱 맞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하고 말했다. 이어 비하인드 스토리라며 “맨 처음 양업고를 방문했을 때 물을 마시려고 정수기 앞에 갔는데 ‘양업인 여러분, 물을 흘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양업인’이라는 한 마디가 당시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학생이 중심이 되고, 학생을 사랑하는, 학생을 위한 학교라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밝혔다.

입학 첫 인상은 ‘자유’..
시간 지날수록 ‘책임’ 깨달아
진심으로 ‘행복’한 학교..
‘양업가족’ 속에서 공동체 배워

특별히 좋아하는 수업으로는 단연 ‘해외이동수업’을 꼽았다. “1학년 때는 네팔을 갔는데요. 네팔의 안나푸르나에서는 끝없는 산들과 밤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광활한 대자연을 보면서 자연에 대한 위대함도 느끼면서 그 안에서의 인간, 나라는 한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또는 얼마나 값진 존재인지를 생각하며 저를 다시 한 번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학년 때는 인도를 방문했습니다. 인도의 갠지스 강에서는 인간의 삶·죽음과 생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면서 우리가 끝없이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이는 삶 이후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렇듯 세상에 나가서 더 많은 것들을 보면서 더 깊게 사고하고 더 넓게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참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이하게도 교장선생님을 가장 좋아한다며 말을 이었다. “다른 학교들의 위엄 있고 무게 있는 교장선생님과는 달리 양업의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시고 항상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와주세요. 같이 밥도 먹고 장난도 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장선생님을 뵈러 교장실을 들어가기도 해요. 일반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라며 웃었다.

최종 목적은 당연히 ‘행복’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행복’

동희는 “앞으로 사람이 사는 이 세상에서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말하자면 심리학을 공부해서 ‘청소년범죄심리’라는 분야를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대중매체를 통해 보이는 청소년들의 범죄가 점점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더 넓은 세상을 봐야 할 청소년들인데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 청소년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세상에 중심이 될 청소년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행복해진다면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곧 세상이 행복해지는 것이지 않을까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 꿈과 이상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 교사는 도우미

일반 제도권 교육에서 15년을 근무한 후, 평상시 자율과 소통이 중시되는 대안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지난 2011년에 양업고로 전입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봉호 교사를 만났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아직도 학생들에게 수업과 학업 성취도를 개선시켜야 진로 선택과 미래 이상 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비 대안교육적 생각이 있는데, 이것이 문제입니다. 학생들의 꿈과 이상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뤄지기에, 그들이 꿈을 꾸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준다면 아무 이상 없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30%의 일반고 마인드에 70%의 대안교육 마인드를 가진 교사라고 보아야겠죠”라고 평했다.

스스로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제가 된다. 대안교육을 위한 교사로서의 역량을 쌓기 위해 그는 “현실치료와 선택이론에 대한 연수를 받았다”고 했다. 또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상담과 지도를 위해 카메라 촬영과 영상 제작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제도권 교육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차이에 대해서는 “양업고는 학생도 행복하고 교사도 행복한 학교인 것 같습니다. 사랑과 행복이 공존하는 저희 학교에 비해, 성적과 진학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일반학교에서는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라며 “일반학교에서의 급여보다는 적지만, 나름대로 적정한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반급여는 동일하지만, 일반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교 수당이 상당히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생활의 보람이 ‘행복’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됩니다. 때로는 입학 때 힘겨운 모습일지라도, 환하고 기쁜 모습으로 바뀌어 졸업할 때 한없이 뿌듯하지요”라며 웃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