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km 국토횡단 마라톤 55시간 25분 완주.. 전국 12위 기록
건강 위해 마라톤 입문해 9년차.. “뛸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직접 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풀코스를 몇 회 뛰었는지를 궁금해 하지만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까지 계속 뛰느냐가 중요하다.”

2013년 9월 열린 제13회 한반도 횡단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처녀 출천하고도 완주자 115명 중 12번째로 골인에 성공한 익산시민 최영호(54) 씨. 그가 올 한 해 동안에만 각종 대회에 출전해 달린 거리는 무려 1천km가 넘는다. 평균적으로 따지면 매월 1백km씩 뛰었다는 얘기다. 공식적으로 대회에서 달린 거리에 연습량까지 더하면 그 서너 배는 훌쩍 넘어갈 정도다.

보통사람으로서는 가능할까 싶을 만큼 마라톤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최 씨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누가 봐도 평범한 시민이다. 평상시에는 목천동 원주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나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전국 어디건 찾아다니며 참가하고 마는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최 씨는 “중년에 들어서 취미생활로 운동을 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마라톤을 하는 나보고 ‘미쳤냐’는 사람도 있고 ‘작작 뛰어라’고 얘기들 하지만 부러워서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마라톤에 입문한 것은 불과 9년 전. 취미로 스쿼시를 해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하고부터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4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된 체력으로 주변의 우려를 씻어냈다.

그렇게 마라톤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그는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후 자신이 붙은 그는 동아마라톤대회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미로 여기는 생활체육분야가 대부분 그렇듯 지도자가 따로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동호인들끼리 정보를 교환해야 했다. 그렇기에 대부분 실전에서 몸소 고생하며 배우는 것이 태반이었다. 지금도 매주 동호인들과 만나 하나로를 비롯해 함라산 임도 등을 찾아 함께 달리며 마라톤을 배우고 있다.

그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얼마간의 기간 동안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고 실천하는 과정이었다”며 “자주 대회에 참가하다보니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드는 운동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점점 더 높은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마라톤 정규 풀코스가 아닌 울트라마라톤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울트라마라톤은 쉽게 말해 정규 코스를 넘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무한대까지의 거리를 뛰는 스포츠로써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울트라마라톤 연맹에서 적게는 100km에서 최대 622km까지의 대회를 열고 있다.

최 씨가 올 9월 참가한 대회는 한반도횡단 경기로서 강화군 창후리에서 출발해 강릉시 경포대까지 달려야 하는 거리 308km의 대회다.

그는 “100km를 목표로 여러 번 뛰었고 200km도 올 봄에 뛰어봤다. 그러고 나니 더 큰 목표가 생겨 308km 횡단 경기에 참가하게 됐다”며 “초행길인데다 겪어보지 못한 거리라 두렵기도 해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55시간 25분 만에 경포대 골인 지점에 들어왔다. 이틀하고도 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린 결과였다. 식사는 물론 생리현상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잠도 잘 수 없는 극한의 레이스였다. 진부령을 지나 대관령 고개를 넘어갈 때는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언제 쓰러질지 몰라 도로 가운데로 달려야 할 정도였다. 대회 규정상 10곳의 체크포인트마다 제한 시간이 있어 한 구간이라도 탈락한다면 완주할 수 없기 때문에 여유도 없었다.

최영호 씨는 “달리는 중에는 내가 뭐하고 있나, 꼭 뛰어야만 하나와 같은 후회 비슷한 마음과 함께지만 완주하고 나면 ‘내가 또 해냈구나’하는 벅찬 마음에 눈물도 난다”며 “그런 자기 성취감이 다시 또 더 큰 목표를 세우게 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