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복원 시작될 석탑.. 눈앞에 다가올 모습 기대
역사 복원의 현장.. 고도 익산 관심과 자부심 가져야

◇ 복원작업 드디어 착수

12일 오후, 가을 햇살을 맞으며 미륵사지를 다시 찾았다.

다음 주에 시작될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 착수 전에, 다시 한 번 지금의 모습을 봐두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새롭게 탄생될 석탑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이날 방문한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는 (사)한국석조각예술인협회 호남지회의 야외조각작품전 ‘돌이야기’가 펼쳐져, 입구에서부터 앞마당 곳곳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복원될 석탑의 모습을 기다리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안성맞춤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오는 26일 오후 1시, 미륵사지 석탑 복원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착수한다. 해체 발굴조사를 시작한 지 13년 만으로, 준공은 2016년 말로 예정됐다.

착공식과 함께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는 내년 3월 말까지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을 주제로 한 특별 전시회도 열린다. 석탑 해체조사 과정에서 발굴된 사리를 비롯해 금제사리병과 금제봉영기 등 9,700여 점이 전시된다.

석탑의 복원과 함께 시작되는 사리장엄 특별전이, 시간을 거슬러 눈앞에 다가올 백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껏 들뜬다.

◇ 상상만으로도 벅찬 미륵사지 석탑

‘탕! 탕! 탕!’

커다란 석재를 조각하는 망치와 정 소리가 한창이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동탑의 풍탁 소리도 정 소리에 박자를 맞추는 듯하다.

복원될 미륵사지석탑의 외부, 울타리가 쳐져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작업장에서는 석공들의 손놀림이 이리저리 바쁘다.

거대한 건물이 세워져 있는 석탑 복원장의 내부에서도 착공을 위한 기초 준비가 한창이다. 석탑이 있던 자리에 목재를 이용해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목재를 자르고 지지대 틀을 만들어 나가는 목공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역사를 품고 있는 국보 석탑의 복원을 준비하고 있어서일까.

한 쪽으로는 반듯하게 조각된 큼직한 석재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고, 천정에는 이 석재들을 옮기기 위한 기중기가 매달려 있다.

차곡차곡 쌓여 가는 돌들과 서서히 형태를 드러내는 석탑의 모습이 그려진다. 모형으로만 접했던 우리나라 최고의 석탑이 현실로 다가올 것을 생각하면, 그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석탑은 6층까지 복원된다. 학계의 주장대로라면 원형은 9층이지만, 9층까지 복원하려면 복구용 새 부자재를 많이 써야 하고, 이 경우 하단부가 견디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에다가 문화재적 가치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현존하는 6층까지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복원될 석탑은 우리나라 석탑의 출발점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석탑으로, 고도 익산의 대표적인 문화재로 국보 제11호로 지정된 미륵사지석탑은 이전에 성행했던 목탑의 형태를 일일이 석재로 본떠서 석탑으로 재현하고 있어, 대규모의 석탑을 이뤄낸 백제인의 뛰어난 기술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당시의 석공들도 역사의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돌을 조각했을 터.

지금 들려오는 석공들의 정 소리가 그때에도 울려 퍼졌으리라.

이후 이러한 석탑의 조탑기술은 신라와 그 후대까지 이어졌다. 목탑의 유려한 곡선의 미를 살리고 석재가 가지는 장점을 살린 미륵사지 석탑은 말 그대로 국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빛이 날 것만 같다.

국보 석탑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복원에 필요한 노력만큼, 관심과 관리도 중요하다. 오랜 시간을 꿋꿋이 버텨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처럼, 복원되는 석탑의 아름다움이 먼 훗날까지 이어지길 바라본다.

한편, 복원장 밖에는 발굴된 상태의 돌 조각들이 하나씩 펼쳐져 있는 가운데, 따로 한 쪽에 석조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된 석조물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17년간 미륵사지 발굴조사에서 수습된 백제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미륵사지 출토 석조물 22종류 60여점으로, 동탑의 부재와 석등·당간의 부재, 건물 기단석, 맷돌 등 다양한 형태의 건물 초석이다.

◇ 역사 복원의 현장에 있는 것은 ‘기적’

현장에서 만난 한 석재 조각가는 자신이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적’이라 했다.

“이 시기에, 이 지역에서, 돌을 조각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역사의 현장에 있을 수 있는 행운”이 왔다는 것.

그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다음 주에 복원 작업에 착수하는 석탑이 몇 년 후가 되든지 완공된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익산시민으로서 이 만큼 의미 있는 일이 언제 다시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대수의 시민들은 모르거나 아예 관심도 없다”며, “시민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