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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묻다 “왜 대안학교인가?” - 6. 경남 태봉고등학교

▲ 건강, 사랑, 나눔, 자유, 상생의 공간

공공성 바탕으로 한 실험적 교육.. 공립 대안교육
학생 스스로 미래 결정, 그 과정의 소통.. 교학상장

◇ 학생, 학부모, 교사간의 소통이 이뤄지는 공동체

1997년 산청 간디학교가 생겨난 이후, 대안학교가 전국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공교육의 개선이 요구되면서 공립 대안학교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2002년 공립 대안학교인 경기 대명고등학교가 개교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전에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 형태로 2008년 개교해 운영되다가 제도적인 문제로 폐교됐던 ‘들꽃온누리학교’가 대안학교를 다시 살리기 위해 나섰고, 경남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설립됐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주체로 바로 서는 학교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태봉고의 생각이다. 교육은 결국 이들 3주체의 힘에 의해 이뤄지며 학교는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작은 공동체이다.

대화와 소통이 되는 공동체에서는 서로의 실수와 아픔은 얼마든지 감싸줄 수 있고, 각자의 온도차를 극복하고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누구나 교육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존감을 가진다면 그 공동체는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 공공성과 대안교육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인간상 제시

“대안학교라고 해서 특출한 이념이나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태봉고 측의 설명이다. 어떤 형태의 교육이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개개인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때 삶과 교육의 핵심 원리는 사랑이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우고 또 배우는 존재이다. 따라서 태봉고는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를 ‘사랑과 배움의 공동체 형성으로 행복한 사람을 육성한다’로 정하고 있다.

현실에서 공립 대안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교장 개인의 가치관보다는 국가수준의 공공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 따라서 태봉고는 국가수준이 요구하는 ‘전인적인 성장의 기반 위에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 ‘기초 능력을 토대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진로를 개척하는 사람’, ‘전통문화의 토대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을 수용하고 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상 생활습관 기르기
조건 없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 기르기
검소한 생활, 아낌없이 나누는 마음 배우기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으로 자기 발견하기
생명평화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실천하기

한편으로는 인성교육 중심의 대안교육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태봉고는 나름의 인간상을 설정해 제시하고 있다. ‘진실 추구를 삶의 본질로 아는 단순한 사람’, ‘작고 사소한 일도 정성껏 하는 성실한 사람’, ‘스스로 낮추어 온 생명 섬기는 겸손한 사람’,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살피는 건강한 사람’, ‘배움의 열정으로 희망을 찾는 지혜로운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 현실과의 만남

태봉고는 공립 대안학교이기에 비교적 경제적 부담이 적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대안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과감하게 도입해 일반 학교의 교육혁신을 자극하고 이끄는 모델이 되려 한다.

획일화된 교육 거부하는 학생들이면 누구나
제도권 학교와는 다른 자율적 교육과정 설계
교사가 꾸준히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

그간 태봉고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공립 대안교육을 대표하는 학교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안정적인 재정의 확보와 함께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적어서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대안학교가 가졌던 거리보다 훨씬 가까운 자리에서 교육적 실험을 함으로써 올바른 교육의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고 성과도 보여줄 수 있다.

2013년 1월 첫 번째 졸업생 44명 중 대학(직업학교 포함)을 진학한 학생은 38명이다. 나머지는 연극극단에 입단하거나, 다양한 삶을 체험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입시교육을 하지 않고, 3년 동안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면서 자신이 꿈꾸던 삶을 살기 위해서 대학을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린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했다.

◇ 특성화교육 우수사례

태봉고는 매주 화·목 오후 시간을 활용, 진로와 관련된 주제를 정해 사회 현장에서 멘토를 만나는 프로젝트 학습인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스스로 멘토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멘토와 함께 일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매 학기 말에 그 동안의 학습결과를 발표한다.

이때는 멘토와 학부모 뿐 아니라 도움교사와 전교생이 참석해 격려와 조언을 통해 감동과 즐거움이 가득한 장을 만든다.

또한 한 명도 학습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게 하자는 취지로 일본 사토마나부 교수가 주창했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개교 당시부터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교사는 교과서를 재구성해 교사주도의 학습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시간을 운영하며, 교사와 학생 모두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는 수업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1학년을 대상으로 제주도를 일주일간 도보로 이동하는 제주도 이동수업은 학생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내면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며 자신이 두 발로 걸은 만큼만 앞으로 나아가는 정직함을 경험하게 된다.

네팔의 자매학교인 배일러 학교, 아이소가이 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수업하고 대화하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여행하며 그들의 집에서 밤을 보내며 네팔의 가정집 생활을 체험하는 네팔 이동수업도 있다. 빈민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그곳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네팔의 현재와 미래를 느끼며 미래를 가꾸는 사람들의 힘찬 발걸음을 느끼게 된다.

◇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

비인가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에서 중학교 생활을 한 2학년 정다훈 학생은 공립 대안학교로서 금전적인 부분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았고, 배움의 공동체가 기반이 돼 생활하고 공부하는 학교였으며, 특색수업인 LTI에 매력을 느껴 태봉고를 지원했다.

다훈이는 “LTI 수업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유는 사회가 코앞인 저희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고, 직접 저희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슨 일을 하든 어떻게 살든 대학은 기본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저의 대안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기업입니다. LTI 시간을 통해 공부하고 멘토를 만나 얘기하고 체험을 하며 공모전에도 나가보았습니다. 비록 당선 되지는 못했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회 본선에도 올라가보며 점점 미래에 다가가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또 “다른 친구들 혹은 남들과는 제가 다른 선택과 결정을 했다고 나은 건 절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다를 뿐이며, 다른 친구들과 제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학교든 대안학교든 틀리고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든 내가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선택한 이곳에서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 소통을 시도하고 노력하는 공간

3학년 하태원 군의 어머니 한양하(47) 씨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에서 소설가 남편과 두 자녀의 키우며 살고 있는 직장맘인 그는 ‘소통’을 강조했다. “태봉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들을 하고 삽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대든다’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태봉 선생님들은 ‘대드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저는 대안교육을 소통을 실천하는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중3때 고등학교 원서를 써야 할 태원이는 게임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 때 경남청소년문학상에 응모해서 당선도 됐고 해서 자신감 있게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학교로 방향을 잡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대안교육을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말 한마디 걸기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
이제는 여유 생겨
좀 더 잘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
욕심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
얻는 것은 아주 큰 행운
졸업 이후도 지금처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기를 바랄 뿐

그는 마지막으로 “공교육에서 대안교육을 열고 실천해 갈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든든하게 지켜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주관, 소신이 없었다면 언제나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게 교육현실입니다. 문제아로 몰고 가는 게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성적으로 잘라버리는 게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성적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길러주시고 기다려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전했다.

◇ 가르치면서 배우는 자리,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

행복해지고 싶어 태봉고에 왔다는 하태종 교사를 만났다. 그는 3년째 국어와 삶과 철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제도권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꿈이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한계가 있다. 학벌 사회에서 입시 경쟁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학교는 숨 막히는 공교육을 벗어나 꿈이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원하게 됐다. 이러한 도전과 시도가 공교육 전체에 어떤 희망이나 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도 매일 부딪히고 힘들기도 하지만, 배우며 성장하려 애쓰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교사라고 자부한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배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아이들에 맞춰야
학생들과 같은 눈높이.. 마주보는 것으로 소통
몸으로 하면서 배우는 교육..함께 땀 흘려야

일반 제도권 학교와 비교해서는 “절대 체벌하지 않는 점, 교장이나 교감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민주적인 절차와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점, 교육 본연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 학생과 함께 교사도 성장한다는 점,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이 깊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대안학교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에 대해 “순간순간 학생들의 작은 말, 몸짓 같은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교사인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만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데, 아직도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지난 1월 1기 졸업식 때다. 그때 학교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다. 모두 감동 받고 위로 받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라고 회상했다.

송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