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발굴 조사 이후, 성곽의 형태 대나무 숲 속으로
다양한 이름만큼 기대 커, 정비 후 당당하게 모습 드러내길

◇ 백제의 성곽, 흔적 보이지 않아

금마도토성 표지석

금마면사무소에서 함열·미륵사지 방향으로 미륵사지로를 따라 1km 남짓 상제사거리를 지나 금마 119안전센터 전 도로 우측에 작은 이정표가 금마도토성을 안내하고 있다.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로 50m 정도 들어가면 가운데 금마도토성의 안내 표지판과 함께, 돌계단 위 좌측으로 열녀각과 우측으로 아석정이 자리하고 있다.
돌계단에 올라 우거진 대나무 숲 사이를 이리저리 들여다봐도 도통 성곽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금마도토성 입구에서 바라본 아석정의 모습

지금은 찾는 이들의 발길이 드물어서인지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낸 듯한 모습의 아석정, 그 왼쪽으로 문이 열린 채 떨어진 대나무 잎들만이 들어서 있는 열녀각과 아석정 뒤쪽으로 자연스럽게 쌓여 벽을 이룬 기와 더미가 전부다.
아석정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 있어 따라 들어가 봐도 자그마한 봉분과 묘비가 있을 뿐, 성곽의 흔적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 기록으로 남아 있는 금마도토성

아쉽게도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기록으로는 많은 내용들이 전해지고 있으며 1991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연구소의 시험 발굴 조사에서도 출토된 유물들을 바탕으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금마도토성은 내부에 토루를 쌓고 바깥 둘레에 도랑을 설치했다. 성의 둘레는 369m, 성곽의 폭은 5m 내외이며 원형에 가까운 평면인데, 북쪽에 치우친 봉우리 하나를 에워싼 형태이다.
남쪽 성벽 중앙부는 돌출돼 있어 동남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짧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부분과 성벽으로 단절돼 있는데, 이 자리에는 남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이곳에 무덤이 있어 그 원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금마도토성은 북쪽으로 미륵산, 서쪽으로 오금산, 동쪽으로 금마산이 둘러 있어 주위의 미륵산성, 오금산성, 익산토성 등과 함께 익산 지역의 방어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축조된 토성은 백제시대의 축조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석축된 성벽 기저부의 기초석과 벽채로 올라가는 축조기법도 부여의 사비도성이나 부소산성에서의 상태와 아주 유사하다.
성 내부에서는 고려시대의 토기편과 기와편까지 출토되고 개축의 흔적도 뚜렷해, 백제 후기에 축조돼 경영하기 시작해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 이르도록 수축을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여단을 설치하고 돌림병을 예방하기 위해 주인 없는 외로운 혼령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2021년까지 계획된 고도보존육성계획의 17개 사업 중 하나인 금마도토성과 아석정의 발굴 및 정비는 총 13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준비 중이다.

미륵산성, 익산토성 등과 함께 고도 익산의 관방 유적으로서 전라북도 기념물 제70호로 지정돼 있는 만큼,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 또 다른 이름

금마면 소재지에서 서북쪽 높이 약 80m의 굿대숲 위에 위치한 금마도토성은 ‘굿대숲 토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굿대숲은 토성 주변의 ‘굵은 대나무 숲’을 뜻하는 말로 전해지고 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산을 건자산(乾子山)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옛 문헌으로 남아 있는 기록으로는 ‘익산지’에 ‘저토성(猪土城)’으로 나와 있고, 조선 영조 때 문인인 강후진(姜候晉)의 ‘와유기(臥遊記)-유금마성기(遊金馬城記)’에서는 왕궁평에서 주민들과 같이 서쪽의 두 토성을 가리키며 오금산성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두 토성 중 하나가 이 저토성을 말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저토성은 ‘돼지’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 ‘돝’ 또는 ‘돗’이 한자로 옮겨지며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성황(城隍)산성이라는 이름도 있다. 현재의 금마도토성이 위치한 산은 조선시대에 익산 고을의 수호신인 성황신을 모신 성황사(城隍祠)가 있었기 때문에 성황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으며, 금마도토성도 성황산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성의 조사에서 출토된 유물 중 기와류는 백제시대 수막새 기와, 금마저(金馬渚)라는 명문이 있는 기와, 인장와가 있으며, 토기편과 청자편까지 수습됐다. 명문기와의 출토에 따른다면 금마도토성이라는 이름보다 ‘금마저성’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는 견해도 있다.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그 모습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도 크다. 지금은 쉽게 알아볼 수 없기에 금마도토성이 하루 빨리 정비돼, 고도 익산을 지켜냈던 성곽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마을을 내려다보던 아담한 정자

1934년에 소진홍이 세운 아석정은 2002년 5월 30일에 익산시 향토유적 제4호로 지정됐다.
자신의 선조들이 대대로 살아온 곳의 산 중턱에 터를 골라 지은 정자 아석정은, 문정공 소세양이 회휴당에서 활을 쏘던 과녁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면 3칸, 측면 2칸의 장방형에 원기둥 모양의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마루를 올렸다. 처음에는 토방에서 마루로 올라가는 입구 계단이 없었는데, 지금은 뒷쪽에 돌계단을 통으로 쌓아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난간이 높지 않고 각목으로 격자형태의 틀을 갖춰, 바람이 잘 통하고 누워서도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구조로 돼있다.

당시 아석정은 앞의 냇가에 맑은 물이 흐르며, 넓은 바위도 있어 쉬는 장소로는 제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자의 이름이 마치 송나라의 주희가 학문을 닦으며 수도하던 정사의 유습을 본떠 아석천지구를 읊조리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아석정에는 앞쪽 2개와 위쪽 3개 그리고 우측면에 1개의 편액을 가지고 있다. 편액의 내용으로는 ‘아석정기’, ‘아석정기원운병서’, ‘아석정’, ‘근차원운’ 등이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