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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묻다 “왜 대안학교인가?” - 7. 광주 동명고등학교

▲ 선함이 가득한 학교, Yes! 동명고

공교육의 대안으로써, 인성교육의 좋은 본보기를 제시
멘토링 프로그램, 미래 위한 기다림과 소통의 토대 마련

◇ ‘믿음’의 교훈 아래 1999년 설립

광주 동명고등학교는 ‘기독교 정신으로 인성교육, 자연 친화적 교육으로 자아실현’을 설립 이념으로, 광주 동명교회에서 10년 동안 준비한 기도와 헌금을 바탕으로 교육에 첫 발을 내딛었다.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섬김의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개개인의 특기와 적성을 고려한 교육 개혁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명학원의 설립 취지와, 다양한 학교를 필요로 하는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적극적 요청으로 1999년 광주 최초의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로 개교하게 됐다.

창조의 사명을 깨닫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
참된 나를 찾고 인성과 지성을 갖춘 조화로운 사람
올바른 지식을 배우고 실천하는 지혜로운 사람

최초 한 학급 20명의 학생으로 1·2·3학년 총 6학급으로 개교했으나, 지원하는 학생들의 증가로 인해 2008년과 2013년 두 번 학급이 증설돼, 현재 10학급 200명 학생들이 26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자율학교와 혁신학교로서 삶에 적용되는 교과교육, 나눔을 실천하는 인성 교육, 세계와 소통하는 체험 교육을 통해 지성·인성·영성을 고루 갖춘 조화롭고 건강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명고는 획일적인 기존 공교육의 대안으로써 ‘대안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돌봄과 배려,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다양한 체험학습 운영으로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형성하며,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성교육의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획일적인 입시제도에 맞춘 수업이 아닌, 학생이 적극 참여해 각자의 재능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즐거운 수업의 좋은 본보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급 증설에 따른 교육청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신앙 중심으로 학교 구성원이 멘토와 멘티가 되는 학교

동명고 교육의 가장 큰 핵심은 학생들을 ‘신앙’으로 교육한다는 것이다. 신앙을 통해 학생들의 삶이 변화되고 자신의 존재감과 꿈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신앙 교육을 본교 교육의 가장 최우선에 두고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반 별로 매주 1시간씩 목사의 강의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묵상(교재 매일성경), 찬양과 함께 하는 수요채플, 학기별 새로운 다짐을 하는 신앙수련회, 섬김을 함께 나누는 세족식, 그리고 때마다 헌신예배, 절기예배, 영어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신앙과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수업이다. 수업이 변해야 학교가 변하고 학생이 바뀐다는 것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인식하고, 교사 중심의 일방적 가르침만 있는 수업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배움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을 통해서 공부가 즐겁고 재미있도록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사들은 매 학기당 1회 이상 수업연구를 통한 수업 발표를 하고, 학생 반응을 중심으로 전체 교사가 모여 피드백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컨설팅하기도 한다. 또한 학부모를 초청, 연 2회 수업공개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1인 1악기 동명하모니.. 개인의 능력 개발
멘토링 프로그램.. 학생과 교사·선배와 후배 소통
불평 없이 살아보기.. 감사하는 마음 연중 실시
다양한 체험학습 활동.. 국내·외 학년별 실시
동명가족회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인재 육성
교내 영어 캠프..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고취

동명고의 체험학습은 특히 교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학생의 잠재력과 무기력했던 학생이 의욕적으로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평소 이기적이었던 학생이 힘든 농촌 봉사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든지, 불평불만이 많았던 학생이 힘든 산행을 즐겁게 하는 모습, 학생들이 머물다 간 자리를 체험활동 기간 내내 말없이 뒷정리하는 모습 등 평소에 발견할 수 없던 모습을 체험활동을 통해 발견하게 되고, 학교는 적극적인 칭찬과 표창으로 학생들의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

봉사활동은 동명고 신앙 교육의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특히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경험하기 힘든 봉사활동과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하고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등학교 때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진로상담교사를 두고 학생들의 진학과 직업에 대한 정보 그리고 미래의 진로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개교부터 교사와 제자, 선배와 후배가 멘토와 멘티가 돼 인격적 만남을 갖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생활교육에 적용해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꿈을 찾지 못하고 불확실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12시간 동안 꿈을 찾아 떠나는 ‘꿈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1박2일간의 다양한 직업체험과 대학 방문 등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 스스로 준비하는 미래를 위해서라면, 대안학교 추천

2학년에 재학 중인 송한주 학생은 제주에서 왔다. 제주 서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문계열 고등학교에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대안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다. 인성을 중시하는 만큼 공부뿐만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동명고등학교로 진학을 선택하게 됐다.

한주는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일반 인문계에 재학 중인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입과 성적관리가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 오는 스트레스와 자신의 성적 때문에 자신의 꿈을 한정 짓는 모습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됐다. 그러다가 신앙에 중점으로 두는 인성교육과 학업을 병행하는 동명고를 알게 됐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느끼고자 지원하게 됐다”고 지원 계기를 밝혔다.

이어 “동명고의 입학식은 특별했다. 전교생이 모여 입학식을 하고 마지막에 2학년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학교 배지를 달아주며 격려를 해줬다. 중학교 때만 해도 선배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이 부족했는데, 특별히 ‘멘토와 멘티’가 생기면서 선·후배간 서로 신앙 안에서 멘토링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학교생활을 적응하는데 큰 힘이 됐다. ‘동명가족’이라는 말처럼 사제지간이나 선·후배간 그 이상의 사랑이 있다고 느꼈다”고 입학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공부라는 잣대로 구분 짓지 않고.. 서로를 인정
어려웠던 수학.. 지속적인 도움으로 이젠 가장 선호
담임 서수용 교사.. 교사가 꿈인 한주에게 많은 영향
일과가 경쟁뿐인 친구들 보며.. 자신의 목표 깨달아
타지 생활 걱정 많았던 아버지.. 지금의 모습에 만족

학교생활 중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2013광주진로진학박람회에서 열린 가사 바꿔 부르기 ‘꿈따세’ 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은 일을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한주는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친구들과 함께 원더걸스의 nobody를 개사한 곡에 화음을 넣어 노래연습을 하고 안무를 맞추고 직접 의상을 준비하는 노력을 통해서 멋진 공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무엇이든지 꿈을 위해서 노력하면 될 거라는 용기를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남들이 보지 못하고 쉽게 체험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진짜 꿈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값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저 뿐만 아니라 자신의 멋진 미래를 위해서 다양한 것들을 체험하고 다방면으로 많은 것들을 갖추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대안학교 교육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성적이 아닌 ‘성장’을 목표로 하는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시원 군의 어머니 윤점매 씨는 서로 배려하며 나눌 수 있는 마음과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찾아 줄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동명고등학교를 아들에게 권유했다.

그는 “어릴 적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시원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존재감이 없는 학생으로 변해갔습니다. 오직 암기 위주의 성적만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각자의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시원이는 자신의 초라해지는 모습에 좌절하고 절망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시원의 중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지금 동명고에 다니는 시원이는 얼굴에 웃음이 넘치고 마음속에 자신감이 가득하고 무엇이든 해 보고 싶어 하는 욕심이 넘쳐난다.

그는 “아침마다 버스를 두 번이나 환승해가며 한 시간이나 걸려 등교해야 하지만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즐거움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에 갑니다”라며 “친구들과 중국으로 떠났던 배낭여행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왔고, 텃밭에서 직접 농작물을 가꾸면서 식탁 위에 오르는 먹을거리에 대한 감사함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습니다. 내 아이가 연주하는 1인 1악기 발표회는 그 어떤 유명한 연주가의 음악회보다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매주 한 번씩 가는 동아리 친구들과의 봉사활동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시원이의 얼굴에 웃음과 자신감이 넘쳐나게 한다고 느껴진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 ‘대안교육’이란 단어, 없어지는 그날까지

물리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14년차 박래진 교사는 “대안학교 교사라는 수식어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스스로 대안교육과 대안학교 교사상이 정립되지 않은 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단에 들어서게 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직에 꿈을 두고 오직 교사가 돼야겠다는 일념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1998년 당시 지인의 소개로 지원을 하게 되면서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개교에서부터 지금까지 대안학교 교사로서 근무를 해오고 있지만 교과에 대한 전문성, 학생에 대한 이해, 학급 운영, 생활 지도 등 어느 분야든 부족함이 많아 부끄러울 뿐이다. 하지만 교사로서 모든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 학생들의 긍정의 변화를 위한 열정이 넘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보람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에 감사하며 다시 찾는 제자들의 모습을 볼 때이다. 얼마 전 부모와의 심한 갈등과 개인사정으로 학교를 자퇴했던 한 제자가 힐링이 될 것 같다며 학교를 찾아왔다. 학교를 다닐 땐 그저 귀찮고 잔소리로만 들렸던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그립다며 울먹이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졸업 후에도 선생님들과 학교가 그리워 찾아오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 지치고 힘들 때 다시 초심을 일깨워주는 그들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전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소통의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교사.. 작지만 큰 학교
개성과 다양성 존중.. 나눔과 배려 실천하는 학교
교사와 학생 함께 부대끼며.. 과정을 중시하는 학교
갈등과 어려움 속.. 실천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교

그는 “대안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한 줄 세우기보다는 다양한 각자만의 줄을 만들고 자존감을 가지고 그 줄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표현이라고 믿기에 대안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며, “언젠가는 우리나라 교육 사전에 ‘대안교육’이라는 단어가 없어지고 ‘교육’이라는 단어만 남아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