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효심의 서동.. 연못가에서 용의 아들로 태어나
기지발휘 선화 공주 아내로..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묻혀

◇ 숨은 그림 찾기, 서동생가터

지난 3일, 서동과 선화의 사랑과 만남을 주제로 하는 서동마 농촌테마공원이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그 첫 삽을 떴다. 공교롭게도 오늘의 탐방길이 서동의 탄생과 선화와의 만남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일정이어서, 기념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익산 시내에서 익산 IC 방향으로 무왕로를 가다 보면, 금마 사거리까지 가기 전 왼쪽 연방죽가든 옆 커다란 연못인 연방죽이 자리하고 있고, 무왕로 가운데 큰 이정표가 서동생가터를 가리키고 있다.

무왕로 쪽으로 논으로 개간됐던 땅은 벼 베기가 끝나고 질척한 상태로 잡풀들이 무성하다. 주위를 둘러싼 대나무 숲도 하나 둘씩 쓰러져 있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도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정도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던 서동생가터가 흐린 날씨 탓인지 더욱 그 모습이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동 무왕의 꿈이었을 고도 익산, 이 생가터가 용의 아들로 태어난 서동의 진정한 고향이었을 터.

여기에서 태어나 자랐고, 다시 당찬 포부와 꿈을 가지고 돌아왔던 서동 무왕, 그 자취의 처음인 서동생가터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 다시 한 번 아쉽다.

◇ 신비한 탄생과 극진한 효심

오금산 자락을 바라보고 뛰어 놀며 원대한 꿈을 키웠을 서동은, 홀어머니 밑에서 용의 아들로 태어난 신비의 인물로 전해진다. 기록에 보이는 서동은 재기와 토량이 큰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백제 무왕의 탄생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부가 돼 서울 남쪽의 연못가에 사던 무왕의 어머니가 어느 날 연못 속의 용과 관계해 낳았다’는 것.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무왕은 인간의 아들이 아니라 용의 아들인 셈이다. 무왕의 신비한 탄생은 천도를 단행한 그의 웅지와 자질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시대의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오금산 남쪽 백여 보 되는 자리에 연못지가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서동대왕의 어머니가 축실했던 곳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어 그 신빙성을 더해준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마를 캐 생계를 연명했다고 전해지는 효성심이 지극한 인물이기도 하다. 
삼국유사는 무왕이 어려서부터 효자였음을 전해주고 있다. ‘무왕은 어릴 적 늘 마를 캐어 팔아서 어머니를 봉양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맛동이(서동)이라고 불렀다’는 것.

삼국사기에서 무왕의 아들인 의자왕을 해동의 증자라고 소개한 것을 보면 이들 부자의 효심은 부전자전인 듯하다.

이러한 서동의 탄생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마룡지는 지금은 연방죽과 하나가 돼 있다. 연동제 가장자리의 둑길을 따라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과 여름 내 활짝 피었던 연꽃이 진 자리에 남아 드리워진 연 줄기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무왕이 잠든 익산쌍릉

서동생가터에서 다시 익산 시내 방향으로 무왕로를 따라 1.5km 남짓, 석왕교차로 전에 쌍능길을 따라 우회전해 700m 정도를 들어가면 한적한 도로 옆에 거대한 대왕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서동 무왕의 능이다.

대왕릉

백제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케 하는 서동과 선화의 두 능은 한적하게 걷기 좋은 오솔길로 연결돼 있다. 비록 지금은 저만치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함께 오솔길을 거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삼국유사에는 서동이 신라 진평왕의 미녀 공주 선화를 얻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서동은 서라벌의 꼬마들에게 마를 먹이며 친해지자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게 했고, 장안에 퍼진 이 노래 때문에 선화공주가 귀양길에 오르자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줄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소왕릉

신라의 공주를 백제의 왕비로 만든 그 노래가 바로 ‘서동요’다.

무왕과 그의 아내 선화가 묻혔다고 전해지는 익산쌍릉, 직접적인 기록이 없지만, 무왕의 신비한 탄생과 성장의 모습이 깃든 생가터와 마룡지, 오금산의 모습이 설화 속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듯하다.

◇ 오금산 속에서 보는 백제의 모습

익산쌍릉에서 북쪽으로 1.5km 남짓 쌍능길을 따라, 동그라미플러스를 지나 삼정원에 다다르면 포장된 도로가 끝이 난다. 이후부터는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따라 300m 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 길을 지나고 나면 익산토성의 팻말이 안내를 하고 있다.

해발 125미터의 오금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작은 계곡을 에워싸고 만들어진 익산토성은 오금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오금산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금산은 어린 서동이 마를 캐다가 금 다섯 덩이를 얻은 곳이라는 기록이 금마지에 남아 있다.

익산토성은 안내판과 함께 돌로 쌓여 있는 성벽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남문지를 제외하고는 성벽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산등성이와 언덕, 우거진 수풀과 나무뿐이다.

고도 익산의 방어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남아 있는 성벽을 따라 산등성이에 오르면 시야 안에 익산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와, 분명히 지리적 요충지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북쪽 미륵사지는 울창한 나무 사이로, 금마면을 비롯해 멀리 왕궁리유적까지는 탁 트인 경관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서동은 마를 캐며 오금산 안에서 뛰어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상에 올라 나라를 꼭 빼닮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삼국통일의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