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중심 교육, 자아발견·진로 진학까지 이어져
항상 준비하는 교사, 아이들에게 믿음과 행복으로

◇ 아이들의 내면을 이끌어내는 교육

전인고등학교는 ‘교육’을 가르치는 행위라기보다는 내면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각자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다양한 것을 해보며, 명상과 같이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진실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기 진로를 찾고, 진학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입시 중심 교육을 극복하고
전인적 인성계발을 목적으로
‘더불어 성장’의 필요성 강조

전인고는 2004년 학교 설립 당시부터 ‘인성중심 교육’이라는 설립 정신을 가지고, 인성중심 특성화 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이후 대안교육에서 입시 중심의 교육을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 교육을 무시하거나 기피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단지 비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의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고 있다.

◇ 자아발견과 진로 진학, 자기주도적으로

전인고가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아발견과 진로 진학 프로젝트 교육이다. 신입생 연수·정체성 열기·아침 명상 등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지리산 종주·아웃도어·한강 대탐사 등으로 자기극복의 과정을 거친다. 또 꿈 진로 탐방·담임 진로 코칭을 통한 진로계발과 진로 진학 캠프와 탐방으로 진학계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자기주도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일상생활을 스스로, 그리고 더불어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아침마다 명상을 하며 스스로 하루 생활을 기획하고, 저녁에는 스스로 성찰하며 개선할 점을 찾도록 돕는다. 학생들의 생활 규칙도 스스로 정해 생활하도록 자율과 자치를 장려한다. 특히 학습에 있어서는 자기주도적인 학생과 교사가 이를 도와주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 학교 속의 작은 학교

전인고는 ‘소스쿨’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같은 꿈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결성된 학교 속의 작은 학교로, 학년에 관계없이 함께 교류하며 재능을 일궈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졸업 후 대학교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 또래상담심리 동아리를 만들면, 이 동아리가 곧 소스쿨이 되는 것이 좋은 예다. 관리교사 또는 외부 강사를 통해 또래상담자 훈련 과정을 배우거나, 설문조사나 프로젝트의 경우 아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계획 및 진행한다. 관련 활동을 한 아이가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자 한다면, 이 활동들이 활동 포트폴리오로 축적이 된다. 관리교사는 이와 같은 것을 연결하고 코디한다.

이와 같이 ‘소스쿨’은 단순한 동아리를 넘어 학생의 진로와 진학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전인고는 소스쿨 제도를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은하와 흑묘의 이야기

전인고는 입학전형 2박 3일간의 다차원면접 때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별칭을 짓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외에 스스로 지은 이름을 가져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은하’라는 별칭을 가진 2학년 김규리 양과 ‘흑묘’라는 별칭을 가진 2학년 이시진 군을 만나봤다. 은하와 흑묘는 둘 다 입학 전부터 대안교육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흑묘와 은하와의 일문일답.

기자 : 전인고등학교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요?

은하 : 평범한, 반복되는 학교생활을 하기 싫었어요. 청춘을 책에 코 박고 보내고 싶지 않았고,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몸으로 느끼고 싶었어요. ‘내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렇게 울어 볼 것이며, 언제 그렇게 생각하고 부딪혀 볼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꿈을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고 싶었어요.

흑묘 :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예전부터 진학을 생각했던 지혜학교가 저와 안 맞는다고 생각돼 대안학교로 진학을 할지, 일반계 고등학교로 갈지 갈등하던 중 제가 꿈꾸던 학교와 비슷한 이미지의 전인고를 알고 바로 지원했어요. 제 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서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생각과 달랐던 처음.. 조금씩 바꿔가는 맛
단점 뒤 가려졌던 장점들.. 하나 둘씩 보여
학생의 말에 귀 기울여.. 한 명 한 명 관심
낮은 교무실 문턱.. 가족 같은 학교 분위기

기자 : 대안학교지만 일반교과 수업도 모두 하고 있는데, 특별히 좋아하거나 ‘이 수업은 기다려진다’ 하는 수업이 있나요?”

은하 : 1학년 때는 교과수업인 문학 수업을 좋아했어요. 시를 뜯어먹는 수업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인생관을 배우는 수업이었지요. 2학년부터 통상적 문학수업으로 대체돼 많이 아쉬워요. 지금는 방과 후 수업인 ‘나를 위한 글쓰기’ 수업을 가장 좋아해요. 나를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힐링도 하는 바쁜 생활의 쉼표 같은 시간이에요.

흑묘 : 석훈 선생님의 수학 방과 후 수업과 다움 선생님, 축복 선생님의 수업을 좋아해요. 세 분의 공통점은 내가 대안학교에 와서 배운다는 느낌이 들고 편하고 재미있다는 점.

은하의 꿈은 사람과 자연의 공생
영상매체를 수단으로 한 환경운동
흑묘의 꿈은 심리상담 카페
‘상담심리’와 ‘요리’의 혼합

기자 :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은하 : 참 많이 괴로워했고,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므로 후회는 안해요. 다른 친구들이 대학 가서 정체성을 고민할 시기에 나는 더 큰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부모님이 어떤 결정을 하든지 간에 스스로의 맘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자람을 원하고 각오가 돼 있다면, 저희 학교로의 진학을 환영해요.

흑묘 : 일단 ‘대안학교’라고 해서 자꾸들 왕따, 일진, 성적 99%의 학생 등 부적응자들만 오는 학교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틀린 생각이에요. 꿈 찾기와 대학진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려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선생님들, 친구들과의 가족 같은 관계를 원하는 친구,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이 많이 와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은하와 흑묘는 같이 지내고 있는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모두 감사해요. 평소에 표현은 안 해도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고 있답니다”라고 전했다.

◇ 아이가 행복하게 생각하는 학교

“기문이가 가장 즐겁고 잘할 수 있고 신명나는 일을 찾아 살기를 바랐고, 이런 교육이 가능한 곳이 대안학교라고 생각했다.”

3학년 정기문 군의 아버지 정원섭(52) 씨는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간디고등학교의 여름캠프에 참여시켜 대안학교 교육을 체험하게 해본 결과, 기문이가 대안학교 진학에 동의를 했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에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과 몇 차례의 방문과 상담을 통해 전인고의 교육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입시위주 획일적인 기준이 아닌 교육
개인의 특성 발현시켜 주는 학교문화
기존 교육과는 확연히 다른 교육철학

그는 “기문이가 전인고에 다닌 후부터는 전체적으로 밝아지고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당당해진 것 같다. 본인도 대체로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반학교에 보낸 것에 비해 보다 더 스스로 고민해 자주적인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낼 의향에 대해서는 “초등과정에서부터 보내게 될 것 같다. 언제 어디서든 본인이 행복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 별처럼 소중한 아이들,  “너희들은 star야!”

생활명상, 생활과 인성, 삶과 철학 등의 특성화 과목을 담당하고 있으며, 별칭이 ‘다움’인 서예령 교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자녀가 계기가 돼 대안학교의 교사가 된 것.

그는 딸이 초등학교 때 광명에서 춘천으로 학교를 옮기면서 대안학교 학부모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전인고의 모태가 되는 미인가 대안학교에서 참여교사가 됐고, 2004년에 고등부가 생기면서 교사가 됐고, 학교가 인가를 받으면서 지금의 전인고에 근무하게 됐다. 사범대학을 나왔으나 교직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하다가, 결국엔 30년이 지나서 다시 교육현장에 돌아온 셈이다.

그는 항상 바쁘다. 교사이면서 기숙사 사감의 역할도 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교사다.

“명상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스스로 명상을 지속적으로 하기도 하고, 또래상담자 교육을 받고 상담 연수를 받았어요. 또 특성화 과목을 잘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다가 우주가 탄생하는 빅뱅에서부터 별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 생명의 탄생, 인간의 진화 등을 나름대로 공부했지요. 또한 마음의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뇌에 대한 공부를 조금 했습니다. 감정을 지켜보고 다스리고 할 때의 뇌의 시냅스 연결 상태는 바뀌니까요. 마음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공부를 했고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뇌 공부를 더 열심히 해, 명상을 통해 어떻게 감정이 다스려지고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그 기전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꿈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일반학교보다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하고 성장을 도울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 꾸준히 조금씩은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아이들의 변화.. 기다림 속 행복과 보람
마음을 여는 아이.. 교사로서 자부심 느껴
허물없는 아이와 교사.. 대안학교의 장점

이어 “나이는 먹었어도 늘 배워야 하기에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올해는 새로 오신 젊은 선생님 한 분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큰 자극이 되는 분이거든요. 저희 학교에서 소금이나 방부제 역할을 하는 분입니다. 저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 분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분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한 요즘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일반 학교와의 차이에 대해 “교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급여와 장시간의 근무겠지요. 학부모들이 내는 교육비로 학교 운영에 보탬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보다 필요합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