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와 행정 지원의 역할 분담.. 지속가능으로 이어져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도심 속 공동체.. 삼각산재미난마을
지난 19일 (재)익산문화재단에서 준비한 익산문화포럼 ‘공감’에 참석하기 위해서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를 찾았다.
대도시 중심의 문화 집중으로 지역의 문화 격차가 심화되고,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한 지역에서 주민이 직접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자생적인 구조의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의 육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문화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마을 만들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익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사무국 이태호 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여가민투센터 조광호 차석전문원이 ‘지역문화융성 실현을 위한 과제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부산발전연구원 한승욱 연구위원이 ‘일본의 창조도시론과 마을 만들기’에 대해, 삼각산재미난마을의 이상훈 사무국장이 ‘삼각산재미난마을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마을 만들기’에 대해 발제를 하고 전북발전연구원 장세길 부연구위원과 인천광역시 부평구문화재단의 최형주 과장, (재)인천문화재단의 주현수 씨가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이후 발제자 및 토론자와 청중들간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 작고 쉽고 지속가능한 마을 단위의 문화 활동
먼저 발제자로 나선 조광호 전문원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문화마을 조성을 위한 정책사업 추진의 배경과 방안에 대해 조명했다.
지역 문화의 양극화 및 기반약화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문화의 균형과 다양한 문화 공존을 위한 정책이 요청되고 기초생활권 내 문화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이 대두돼 작고 쉽게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마을 단위의 문화 기반을 형성하는 요구가 문화마을을 위한 정책사업의 배경이다.
문화 마을이란,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주민 스스로의 문화 활동을 통해 마을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마을 문화와 주민 생활의 창조적 복합을 통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이를 통한 사회·문화적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마을을 의미한다.
문화적 삶 실현 지역문화융성 핵심
정부의 정책·가치적 고유특성을 발현
문화로 지속가능한 발전 원동력 제공
문화 마을을 위한 정책 사업은 지역 내 지리적으로 인접한 마을 안에서 주민의 공동체적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마을 단위를 기본으로 주민협의체를 통한 문화적 사회활동을 준비하고 있거나 문화적 잠재역량이 높은 마을을 선정·지원하게 된다.
문화적 지향 목표 및 활동 방식에 따라 생활문화형, 예술문화형, 지역자산형, 역사전통형으로 구분되며, 기능 및 역할에 따라 주체를 나눠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데, 마을 리더와 문화기획자가 주축이 된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각 마을의 특색에 맞는 맞춤형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마을에서 비활성화되거나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재생방식으로 문화적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사업 준비단계인 D-1년차에는 문체부의 사업 모집과 설명회, 문화마을지원센터의 예비사업자 교육과 마을 단위의 추진협의체와 거버넌스 체계를 구성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해 지자체를 통해 사업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을 하게 된다.
1년차 사업 도입 단계에서는 사업 계획을 예비 검증하고 문화마을지원센터의 자문 및 컨설팅을 통해 수정·보완해 2년차에 사업을 전개한다. 이 단계에서는 마을 단위 마을 문화 구축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문화 마을 조성 계획을 수립해 지정 희망 1년 전까지 문화 마을 지정 신청을 하게 된다. 이후 3년차에는 문화 마을 조성 계획의 승인과 함께 마을 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최종 평가를 거쳐 문화 마을로 지정을 받으면 본 사업이 종료된다.
이후 4~5년차는 지속관리 단계로 마을 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홍보와 브랜드 마케팅, 시너지 가능 사업 연계 등에 주력하게 된다.
이에 대한 지원은 마을 문화 특색에 따른 소프트웨어 사업 중심으로 이뤄지며, 각 마을당 최대 7억원(국비40%, 지방비 60%) 내·외의 예산이 지원될 예정이다.
◇ 주민이 주도, 행정은 지원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승욱 연구위원은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마을 만들기에 대한 접근을 실시했다.
특히 일본 창조도시론의 전개와 관련, 도시라는 공간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이뤄진 마을 만들기의 관점을 통해 창조성과 지역성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했다.
창조도시론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 개발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문화를 활용하고 지역성과 창조성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서의 ‘묻지마식’ 개발과는 다르다. 단선형 개발주의에 문화예술 바탕의 창조적인 분야를 발전시키는 창조 도시를 향한 개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마을 만들기는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가 존재했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문제 해결과 동시에 지속력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이후 마을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변화가 일어났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창조적 생각들을 모아 실천에 옮기는 모습들이 그것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원칙
생활권 내의 주거환경 개선
점진성과 지속가능성 지향
지역 장소성과 창조성을 중시
주체들 간의 파트너십 바탕
개인 사명감과 참여 유도
20세기가 앞에서 인솔하는 리더, 하나의 가치관,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었다면, 현재의 또는 앞으로의 마을 만들기는 특정한 리더가 없이 지역 주민이 역할을 분담하는 지원형 리더, 다양한 가치관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형태에서,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다.
지역 주체인 주민이 중심이 되고,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마을 만들기는 창조적 활동으로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 당신의 이웃, “안녕들 하십니까?”
마지막 발제를 맡은 이상훈 사무국장은 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사단법인으로 설립돼 있는 삼각산재미난마을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자리 잡고 있다. 굳이 위치를 따지자면 강북구 우이동, 수유동, 인수동 일대다. 이 지역 일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을활동 네트워크 자체를 삼각산재미난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난마을의 시작은 1998년 공동육아협동조합 ‘꿈꾸는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를 고민하던 몇 명의 주민들이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고,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교육에 대한 고민은 대안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2003년 10월 비인가 초등 대안학교인 ‘삼각산재미난학교’가 설립되고 다음해 3월 개교해 올해 중등과정을 포함해 9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형화된 교육이 아닌 놀이와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되는 재미난학교는 기존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 아니라, 공교육 안의 대안적 실험들, 발도르프 교육, 여행학교 등 다양한 교육 형태 중 하나이다.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주민간 소통과 활동들이 자녀가 학교를 떠나게 되면 유지되기 힘들었고, 함께 하는 활동도 연례적인 행사를 함께 하는 정도에 그치게 됐다. 그러다가 2011년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으면서 마을의 여러 활동들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학교 중심에서 마을문화 사랑방인 마을 카페로 소통 공간이 이동되고, 이곳에서 주민간의 모임이 활성화됐다. 주민들이 서로의 재능을 나눠가며 배우는 배움터로 이용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마을 밴드, 산행 소모임, 마을극단, 책모임 등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일상의 행복을 디자인.. 마을목수공작단
주민의 재능·배움을 나누는.. 마을배움터
함께 행복이 움트는.. 재미난마을동아리
독립영화제작.. 인디플러그·스튜디오느림보
십대들이 직접 만든 문화놀이터.. 공간
재미난음악놀이터.. 웨이브컬렉션스튜디오
건강한 먹거리가 있는 마을 카페.. 521st
참여·소통·어울림의 작은도서관.. 함께놀자
국내 유일의 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 대안장터.. 탈탈탈
온 동네가 함께 하는 강북마을축제.. 추락
삼각산 재미난 마을의 현재는 다양한 인적 자원과 문화 자원을 가지고 도시에서 가능한, 도시의 장점을 가진 마을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서울에서 이곳의 주민들은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와 어른 누구든지 함께 어울려 사는, 이름 그대로 재미난마을이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