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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명필’ 관촌 박태평 서예가

▲ “지금도 설렘으로 붓을 든다”

서예 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4회 등 다수 입상한 실력가
전시회 다수, 국전 심사위원 역임.. 현 이소헌 서예실 운영

“서예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재밌게 서예를 해왔다. 쉽지 않고 끝이 없는 길이지만 글을 쓰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동 북일초등학교 우측 제일아파트가 들어선 동서로 21길에 위치한 이소헌(裡素軒) 서예실에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찾아 들곤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윽한 묵향(墨香)이 배어 있는 이 공간을 찾는 이유는 바로 글씨 자체이자 예술이기도 한 서예(書藝)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관촌(官邨) 박태평 선생. 박 선생은 오전 7시부터 서예실의 문을 열고 정갈하게 서예가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이소헌’은 박 선생이 스승으로부터 받은 아호(雅號)다. 익산의 옛 지명이었던 이리(裡里)에서 ‘이’자를 따오고 희다는 뜻도 있지만 바탕이라는 뜻의 ‘소(素)’ 자를 써서 ‘이리의 바탕이 되는 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박 선생은 일찍이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비롯한 여러 서예대전과 서도대전 등에서 숱하게 입상하며 익산의 실력 있는 서예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수십 회의 전시회를 열었으며 각종 대회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원광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전북 서도협회 부회장, 마한 서예문인화 대전 부이사장 등을 두루 역임한 서예가다.

박 선생은 “원래 고향은 익산이 아니지만 관촌이나 이소헌이라는 아호에서 볼 수 있듯이 익산과 특별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 서예가로서의 박태평은 익산이 뿌리라는 얘기다”고 말했다.

박 선생은 전남 순천 출생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80년에 익산 원광고등학교로 전학해 오며 익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원광대 한문교육과에 진학한 그는 우연히 교수로부터 서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에 끌리듯이 자연스럽게 붓을 들게 됐다. 그렇게 서예의 길이 시작됐다.

한번 붓을 들자 바로 심취한 박 선생은 서예 삼매경에 빠졌다. 배울수록 어렵기도 했지만 더욱 재미를 느꼈다. 토요일과 일요일 할 것 없이 서예에 푹 빠져 지냈고 군대에 다녀와서는 아예 진로를 서예로 정했다. 당시 집안에서 반대도 심했지만 박 선생이 워낙 확고한 의지를 보여 걱정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박 선생은 “1~2년 하고 서예를 하겠다니 다들 걱정하는 맘으로 반대했지만 나는 서예가 너무 좋았고 내 길이라 생각했다”며 “그 이후로 몇 십 년 해왔는데 지금도 서예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며 끝이 없는 길이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박 선생은 서예의 시작을 먹을 가는데서부터라고 한다. 박 선생에 따르면 먹과 벼루와 물이 만나 미세한 감각으로 적당한 농도의 먹물을 만드는 시간은 한편으로는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간편한 먹물을 쏟아 글씨를 쓴다면 붓도 잘 나아가지 않을뿐더러 쓰다가도 막히기 일쑤다. 그만큼 서예는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일치돼야 하는 예술이라는 얘기다.

박 선생은 “예를 들면 칼을 쓰는 무공과 서예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수양이나 수행이 돼야 제대로 서예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서예의 마지막은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승화하고 인정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 선생은 아직도 화선지를 마주하면 설레는 기분이다. 초심자들이 붓을 들고서 화선지에 처음 데는 순간까지가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수십 년 글을 쓰고 인정받는 실력임에도 언제나 초심자처럼 마음을 가다듬으며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서예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서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예술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그동안 시립도서관에서 서예 강좌를 열었으며 익산시청 서예 동우회의 강사를 맡기도 했다. 시민들이 서예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금은 199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소헌 서예실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까지 지키며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는데 아낌없이 열정을 쏟고 있다.

박태평 선생은 “서예가들의 숙제는 예술과 대중성을 함께 포함해 가는 부분일 것이다”며 “우리의 전통 문화이기도 한 서예가 교육과정에 포함되고 서예과목 신설 등 여러 가지 열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