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고석정

지난 한 해는 나라 안팎에서 탈이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정치권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로 공방을 벌이느라 시류의 흐름을 타지 못했고,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등 민생 법안들은 크게 후퇴했습니다.

나라 밖 여기저기에서는 갖가지 이유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접한 여러 비보 중에서 후쿠시마 원전폭발에 따른 방사능 오염 소식 만큼 충격을 주는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태평양 산 생선을 먹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서 들려오고 있지만,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이를 은폐하는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인류를 위협하는 사고를 내고도 원전사고 수습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매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3백톤이 태평양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꾸준히 우리의 식량사슬에 방사능이 축적되어 태평양 연안 국가들 거의 모두가 방사능 오염 위험지역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는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특히, 자국의 경제 논리에 매몰된 일본 정부의 뻔뻔하 대응은 반인류적인 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술력도 대응 메뉴얼도 없는 일본정부의 방관 탓에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를 포함한 세계각국 정부는 유조선 하나가 태평양에서 기름을 유출한 정도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대부분 원전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의 위기가 곧 자국의 위기로 다가오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흐른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인류의 생존에 관한 절박한 문제로 비화할 것이 분명합니다. 더욱 명백한 것은 현생 인류가 핵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원전이 최선의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주장이 득세하고, 원전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불량 부품과 부정 납품비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더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당위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마당에서, 원전을 더 건설하기 위한 철탑을 세우면서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을 무자비한 공권력으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모두 차치하고라도 세계 제일의 기술력과 최대 안전장치를 자랑하던 후쿠시마 원전은 천재지변 앞에 한계를 드러냈고, 일본 열도는 멸망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서구는 원전제로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마당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원전 확장 정책을 폐기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매진해야 할 이유는 이렇게 뚜렷합니다.

다음으로 지역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학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훌륭한 인재는 스승이 기르는 것이라는 점은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학교 안에는 학생의 인권은 있으되 교권은 제로 상태입니다.

일체의 체벌이 금지된 가운데 교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학생들의 감시하에 있으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교사들의 행동지침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과거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이 과도하게 학생인권 보호에 기운 나머지 교육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교사의 생활태도 지도가 어려운 극한 상황은 전인교육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지식 전달마저 교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해입니다. 학부모와 지역공동체가 교육감 후보들을 향해 적실한 교권확보를 요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대한민국을 보면, 이해와 소통하려는 자세의 결여로 분열과 반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주장만을 앞세우는 풍토는 국가와 사회, 민족의 발전에 역행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