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의 명문.. 선수들 구슬땀으로 지난해 최고 성적 거둬
선수 육성 인프라 열악함에도 불구.. 유도 유망주 발굴의 화수분

익산시가 올해 ‘가족이 모두 건강한 도시 익산’을 목표로 생활체육 활성화와 건강한 도시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 과제로 밝히며, 건강 도시 익산을 만들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익산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생활체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지역의 생활체육 동호회와 단체, 생활체육교실, 학교의 운동부 등을 찾아가 그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지역사회에 알림으로써 ‘건강 익산’이라는 목표에 한 발 다가가기 위해 지면을 마련했다.
앞으로 이들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전해, 건강한 도시 익산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 기합으로 압도되는 유도부 체육관

“하! 하! 으앗!”
체육관 문을 열자마자 정체모를 기합 소리가 거세다. 체육관에서 퍼져 나오는 기합과 기운이 방문자를 압도한다.
넓은 체육관 한 쪽에서는 연습 시합의 긴장감이 맴돌고, 다른 한 쪽에서는 각기 짝을 지어 쉴 새 없이 업어치기 연습 중인 한 무리의 선수들이 힘찬 기합을 외치고 있다.

건강한 익산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익산지역의 수많은 생활체육 동호회와 학교의 운동부들 중, 지난해 연말 일본에서 열린 국제 중학생 유도대회에서 3위라는 성적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며 학교는 물론 익산의 위상을 높인 원광중학교의 유도부를 찾았다.

훈련에 한창인 선수들을 대신해, 이들을 이끌고 있는 박영선 감독이 취재차 방문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크지는 않지만 당당한 체구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박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에서부터 건강과 생활 관리, 대회 출전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고 있는 원광중학교 유도부의 수장이자 아버지다.
유도복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이원산 코치는 매트 위에서 우렁찬 기합소리로 좌중을 압도한다. 그는 박 감독과 함께 유도부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살림꾼이며 유도부의 어머니다.

그들의 지도 아래 원광중 유도부는 연신 구슬땀을 흘리며 매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유도부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그들은 선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지시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방향을 잡아준다. 선수와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최상이며, 선수와 팀의 미래를 위해 최상의 기량을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획을 세운다.

박 감독은 “유도는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가지고 있는 운동으로,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큰 기술을 습득해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며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해 아이들을 올바른 인격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며 “선수 육성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과 인프라 조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의지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유도를 통해 예전과 다르게 선수 개개인의 인성과 의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된 훈련을 묵묵히 참고 버텨 주는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 이러한 선수들의 노력으로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매트 위의 전쟁터, 연습도 실전

“줄 맞춰! 다시 시작!”
이원산 코치의 호령 하나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일사분란하다. 각기 짝을 지어 유도장 매트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업어 치고 메치기를 반복, 자기보다 훨씬 큰 체구를 들어 넘기는 선수나 매트로 탁탁 넘겨 떨어지는 선수나 모두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유도장 양쪽 끝 왕복하기를 수차례, 쉴 틈도 없이 이 코치의 호령이 떨어진다.

“짝지어 3분씩 굳히기!”

각자 비슷한 체구의 선수들끼리 짝을 지어 매트 위를 구른다. 매일 하는 연습이라서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세 짝인 짓고 상대 선수를 제압하기 위해 기회를 살핀다. 기자의 카메라 셔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시탐탐 상대를 노리는 모양새가 흡사 전쟁터다. 매일 하는 연습이지만, 실전과 다를 바가 없다.

상대를 바꿔 또 다시 실력을 겨룬다. 누르기, 꺾기, 조르기 등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몸부림에, 연습이지만 한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이 같은 연습을 원광중 유도부는 매일 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방과 후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방학 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3시부터 5시 30분,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3회에 걸쳐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 2013, 최고의 성적으로 빛나

유도는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 종목 중에서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종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장비를 쓰는 격투기 종목과 달리, 손과 온몸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하고 서로의 힘을 적절하게 이용해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이다. 한판이나 절반, 유효, 효과 등 기술에 따른 득점으로 박진감이 넘치고, 주의와 지도 등 다양한 처벌 규칙이 있어 긴장감까지 더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유도는 큰 인기만큼 좋은 성적을 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세계 대회에서의 큰 인기에 비해, 선수 육성과 지원, 인프라 수준은 비인기 종목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런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건강도시 익산’의 이미지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운 학교 유도부가 있다. 바로 원광중학교 유도부다.

1973년에 창설돼 40년이 넘도록 ‘전통의 명문’이라는 간판을 가지고 있는 원광중 유도부는 매년 각종 전국대회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장차 우리나라의 유도를 이끌어 나갈 대들보를 키워내고 있다는 평이 유도계에서 자자하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특히 지난해는 유도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 해”라고 자평했다.

원광중 유도부는 지난 4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열린 춘계 전국 중·고 유도연맹전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6월 청풍기 전국 유도대회에서도 2위에 올랐다. 또 12월에 치러졌던 제주컵 전국 유도대회에서도 2위에 오르며 꾸준한 실력으로 중학 유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3학년 전제현 군은 전국 소년 체육대회를 비롯해 전국 대회 5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전국에 그 이름을 알렸다.

이와 같은 성과를 토대로 지난달 26일 종주국 일본에서 열린 '제11회 SANIX 국제 중학생 유도대회'에서 단일팀으로만 대표팀을 구성해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 대회는 세계 12개국 및 일본 88개 연합팀이 참가한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로, 한국 대표로 참가한 원광중 유도부 단일팀은 혼연 일체된 투지를 앞세워 실력을 발휘하며 종합 3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원광중은 전경욱 교장을 단장으로 박영선 감독과 이원산 코치, 그리고 7명의 선수가 대회에 출전해 단일팀으로는 유일하게 준결승까지 올라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아쉽게 준결승에서 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단장인 전경욱 교장은 “유일한 단일팀으로 세계 연합팀들과 겨뤄 좋은 경험을 했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열정과 투지를 불태워 줘서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됐다”며 “앞으로 원광중에서 한국을 대표할 선수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잇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유도 유망주 발굴의 산실

원광중 유도부는 총 선수가 23명으로 선수층이 두텁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데는 따로 이유가 있다.
유도를 교기로 하는 원광중학교는 전교생이 매주 1시간씩 유도 수업을 받는다. 선수 육성의 차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과 건강을 위해서다. 교장을 비롯해 학교 전체가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유도부에 정신적·물질적 지원 등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의 유도 선수 육성과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익산시에서 유일하게 유도부를 운영하고 있는 원광중이 뛰어난 유도 인재 발굴의 화수분이 되고 있는 이유다.

박 감독은 “초등학교 선수들이 거의 없어 기본적인 선수 수급에 애로가 많다. 학교에서도 시에서도 지원을 해 주고 있지만,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입학 때부터 특기생으로 선발하기도 하지만, 유도 수업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해 내기도 한다. 유도가 교기인 학교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과 이 코치, 그리고 무엇보다 유도부의 선수들은 매일같이 고된 훈련을 이겨내며 매진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맺은 노력의 땀방울이 환희의 기쁨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