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하나로 뭉친 여자야구단.. 지난해 첫 창단
처녀출전 전국대회 2연승.. 그야말로 ‘어메이징’
◇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인 야구
야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열풍을 몰고 있는 스포츠다. 투수가 공을 던짐으로써 경기가 시작되고 타자가 공을 쳐내 점수를 내는 야구는 복잡한 경기 방식과 규칙, 그리고 기본 체력과 기술이 필요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간 ‘금녀의 벽’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 정식 창단한 익산 어메이징 야구단. 그들은 여성친화도시 익산에 걸맞게 지역에 여성 야구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2일, 어메이징 야구단의 연습이 한창인 원광대학교 승리관을 찾았다.
“자, 이쪽으로, 어깨 힘 빼고!”
“팍! 팍! 팍!”
글러브에 감기는 경구의 소리가 힘차다. 기자가 방문한 오후 12시 30분경에는 기본 몸 풀기와 스트레칭에 이어 캐치볼 연습이 한창이었다. 각기 짝을 지어 나란히 서 공을 주고받으며 어깨 근육을 푸는 과정이다.
15명 남짓한 이들 중에는 야구 선수 경력이 있거나, 전문적으로 야구 교육을 받은 이가 없다. 다만 사회인 야구 9년차인 베테랑 최연우 선수가 코치의 역할도 겸하고 있어 연습을 이끌고 있었다.
캐치볼 연습 이후에는 기초수비 훈련이 이어졌다. 2루 베이스를 중심으로 2루수와 유격수간 호흡을 맞추는 연습. 주자 1루 상황 내야 땅볼시 병살을 잡아내기 위한 훈련으로, 선수들은 두 팀으로 나눠져 한 팀은 2루수 역할, 다른 한 팀은 유격수 역할을 소화했다.
“다음, 자세 낮추고, 더 빨리, 공 보고”
최 코치의 주문이 많아지면 선수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정식 펑고 대신 최 코치가 손으로 공을 2~3루간 내야로 보내면, 유격수가 캐치하고 2루수는 베이스 커버를 들어와 포구하고 곧바로 1루 타자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한다.
유격수의 공 잡는 자세와 스텝, 2루수의 포구와 송구를 위한 연결 동작이 연습의 주 포인트다.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최 코치의 타구와 주문에 힘이 들만도 한데, 선수들은 그럴수록 “아자! 아자!” 파이팅을 외친다.
서로 호흡을 위한 정체모를 함성도 이어진다.
어느새 공 박스에 담긴 야구공이 바닥이 나, 겨우 공을 담으며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각자 준비해 온 먹거리와 따뜻한 차로 요기를 하고, 곧바로 역할을 바꿔 다시 수비 훈련이 시작됐다.
불규칙 바운드에 타구에 얼굴을 맞기도 하고, 빠른 타구에 발이 쫓아가지 못해 ‘알까기’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소리쳐 공 방향을 알리고 커버하는 플레이가 실전을 방불케 한다.
한 차례 수비 연습이 끝나고, 그룹을 나눠 타격 연습에 들어갔다. 최 코치는 연습타격을 위한 배팅볼 투수 역할을 하며 타격을 지도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짝을 지어 토스 배팅에 나섰다.
실내야구장 한 쪽에서는 차세대 에이스로 촉망받는 권혜인 선수가 따로 투구 연습을 하고 있다. 타석을 바라보는 눈빛과 와인드업 자세에서 공을 놓는 순간까지 중심이 잘 잡혀 있어 공이 묵직하고 제구도 뛰어나다.
다른 한 쪽에서는 포수 수비 연습이 한창이다. 서울 CMS라는 팀에서 활약하다 어메이징으로 이적한 주전 포수 김여름 선수의 지도를 받아 조유나 선수는 도루 저지 훈련을 실시했다. 투수의 공을 포구 후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미트에서 공을 빼고 2루로 송구하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반복했다. 보다 빠르게, 보다 정확히 송구하기 위한 김여름 선수의 조언대로 재빠르게 공을 빼내는 조유나 선수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2시간 30분여의 연습을 마치고, 둥글게 모여 정리 운동을 하며 이날 연습은 마무리됐다.
마무리 동작 하나하나 구령에 맞춰 열정으로 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익산 여자야구의 미래가 보인다.
◇ 창단 첫 해, 처녀 출전 전국대회 2연승
지난해 6월 팀원을 모집하며 연습을 시작한 어메이징 야구단은, 8월 13일 창단식을 개최하고 정식으로 탄생했다.
익산시 야구협회 박상근 사무국장을 단장으로, 임해정 선수를 감독으로 해 20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익산 어메이징 야구단은 창단 첫 해인 지난해에 전국 대회인 2013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 참가해 기적 같은 2연승을 거두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9월 7일 어메이징 야구단은 창단 후 첫 공식 경기에서 이화 플레이걸스 팀을 17대 1이라는 큰 점수차로 따돌리며 4회 콜드게임으로 끝내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다음날 연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안양 산타즈 팀을 20대 11로 제압하고 2연승을 거뒀다.
이후 경기에서는 2012년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고양 레이커스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처녀 출전 대회에서 2연승이라는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성적을 거두며, 익산은 물론 전국 여자야구계에 커다란 한 발을 내딛었다.
올해 감독으로 선임된 강미정 선수는 “다들 알다시피 지난해에는 에이스 최연우 선수와 포수 김여름 선수간의 완벽한 배터리 호흡으로 2승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에는 이들 뿐만 아니라, 선수 전원의 노력으로 타격과 수비력 모두 안정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어메이징 야구단의 3~4개의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당장 오는 2월에는 대전에서 열리는 중부리그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매주 2~3시간의 연습에 임하고 있다.
올 한 해 대회 5승을 목표로 뛰고 있는 그들은 각자 손바닥을 활짝 펴며 “5승!”을 힘차게 외쳤다.
◇ 즐겁고 건강한 익산, 어메이징 익산을 위해
현재 어메이징 야구단은 창단 초기의 멤버 몇 명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해 16명으로 구성돼 팀을 꾸려가고 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경쾌한 발놀림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강미정 감독을 비롯해, 야구 경력 9년차 베테랑의 포스를 내비치며 팀 내 에이스로서 중심을 잡고 있는 최연우 선수, 초대 감독직을 역임하며 팀을 이끌었던 카리스마 임해정 선수, 팀 내 고참으로서 하나하나 선수와 팀을 챙기는 살림꾼 최현화 선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뛰고 땀 흘리는 주말이 기다려진다는 김순영 선수, 리틀야구단에 푹 빠진 딸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입단해 자신도 야구에 푹 빠지게 된 남미향 선수, 평소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해 여자야구단 모집 소식을 듣고 바로 가입한 홍수양 선수, 리틀야구단 활동을 하는 남동생과 사회인 야구를 하는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어메이징에 들어온 권혜인 선수와 권화인 선수, 듬직한 모습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조유나 선수, 전남 나주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익산까지 찾아오는 김여름 선수까지 모든 선수들이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천차만별이며 어메이징에 들어오게 된 이유도 제각각이지만,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하나가 돼 어메이징한 여자야구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익산 어메이징 야구단은 창단 이후 지속적으로 함께할 팀원을 모집하고 있다.
야구 경험과 관계없이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팀원들간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회비는 월 1만원이다.
사계절 내내 연습과 경기가 치러지며, 매주 주말에 익산공설운동장 야구장(변경가능)에서 3시간 정도의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강미정 감독은 “야구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운동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직접 운동장에 오셔서 연습모습을 보시고 가입여부를 결정하셔도 된다. 관심 있으신 분은 다음 카페에 공지된 연락처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시면 확인답장과 연습일정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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