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산 승용차 새것처럼 관리해 운행.. “비도 안 맞힌다”
가는 곳마다 이목 끄는 익산의 ‘명물’.. 자식에게 물려줄 것

한 대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도 아니고 새롭게 선보이는 최신 차량도 아니며 아름다운 레이싱걸이 소개하는 것 또한 아니다. 번쩍거리는 광도 나지 않는 것은 물론 구석구석 낡아 닳고 닳은 느낌뿐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어딜 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사진촬영은 물론, 만져보고 싶어 줄을 서는 인기스타가 있다. 바로 주현동 주민 최재순(70) 씨의 차량인 ‘스텔라’다.

“어디를 가도 스타 대접을 받는다고. 한 때 스텔라가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만나기 쉽지 않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이 클래식한 디자인에 눈길이 끌리기도 하고 잘 아는 사람들은 추억도 생각나고 그러는 것 같다.”

최 씨는 ‘스텔라’를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8년에 구입했다. 당시 280만원이라는 비싼 편에 속하는 가격을 지불했다고 기억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의미가 깊은 것은 그가 구입한 첫 승용차라는 점이다.

익산 토박이인 그는 젊었을 당시부터 쇠를 다루는 공업사에 취직해 기술을 배운 후 군대를 다녀온 뒤부터 직접 공업사를 운영했다. 일의 특성상 트럭을 사용했기 때문에 승용차 구입은 뒤로 미뤄뒀다.

그러던 중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스텔라 차량을 출시했고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때 최 씨도 ‘스텔라’의 디자인이 맘에 들어 큰 맘 먹고 구입했던 것이다.

최 씨는 “다른 차보다 각이 진 디자인의 스텔라가 유독 끌렸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닐 목적으로 1988년에 차량을 구입했으며 그때 그 차량을 지금도 잘 타고 다니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최 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스텔라’는 올해로 27살. 1992년 단종된 이후로도 22년이 지난 셈이니 제대로 된 ‘올드카’인 셈이다. 더구나 외형만 그대로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닌 지금도 시속 140킬로미터는 거뜬히 나오는 싱싱한 상태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의 관리와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가 ‘스텔라’를 아끼는 방법은 이렇다. 차량을 구매한 이후 단 한 번도 비오는 날 운행을 하지 않고 차고에 보관했으며 눈 오는 날은 염화칼슘이 뿌려지기 때문에 절대 차고에서 꺼내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엔진오일의 경우 보통 3천킬로미터 정도 주행한 후 갈게 돼 있지만 그는 항상 1천킬로미터가 넘지 않았을 때 교환했으며 타 부품과 소모품도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유지시켰다. 지금도 일주일에 5일은 차량 손질에 시간을 쏟고 있을 만큼 그의 ‘스텔라’ 사랑은 깊다.

그 결과 ‘스텔라’는 믿기 힘들 정도로 원래 성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그만 차량 부품까지 제 부품 그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스테레오와 시트, 유리창 모두 교환하지 않은 제 부품들이다.

최 씨는 “부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미 구하기 어려운 부품은 구해다 놨고 나머지들도 직접 부품상에 연락해 구하고 있다”며 “카센터에 가도 정비사들이 못 고치겠다고 하기 때문에 모든 정비를 손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스텔라’를 구입할 당시에는 하얀 계통의 색이었지만 도색이 필요하자 최 씨가 붉은 에나멜페인트를 직접 발라 빨간 차량으로 탈바꿈 시켰다. 녹슬기 쉬운 배기통도 직접 녹슬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 달았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최재순 씨는 “주말에 관광지에 가면 내 차를 보고 다들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주고 사진도 찍고 관심을 갖는다”며 “큰 돈이나 고급차를 준다 해도 싫다. 내 차가 더 좋고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다. 생명이 다 할 때까지 타다가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