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매료된 영문학도.. 전통예절과 차문화 보급 앞장
매주 다문화가정 및 지역아동센터 인성교육 무료 봉사

“차를 만나고 나서부터 찻잔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럴 여유와 시간조차 없는 우리 시대에 오로지 그윽한 향기를 품은 차만이 그런 소중한 시간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를 많은 이웃들, 다인(茶人)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익산시 마동 동산오거리에서 동중학교 방면으로 난 언덕길 위에 위치해 있는 전통문화연구소 서동각. 다도와 함께하는 예절교육을 비롯해 전통문화의 연구와 보급을 위해 탄생한 이곳에 ‘아름다운 다인’ 나은지(44) 소장이 있다.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단아한 미소와 함께 고운 자태의 한복차림으로 유명한 나은지 소장은 차를 사랑하는 만큼 한복 사랑에도 으뜸이다. 그는 한복 차림이 곧 일상생활이며 한복의 장점을 가는 곳마다 전파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한복은 검소하고 편한 옷이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옷이며 경망한 행동을 제어하는 멋있는 의복이다”며 “이러한 전통의복인 한복을 일상생활에서 입는 것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 소장은 서동각을 통해 익산시에 차문화를 보급하고 있는 전문 다도인이자 전통예절 선생님이기도 하며 고유의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지키는 예술인이다. 그렇지만 차의 길을 선택하기 전의 그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까지 밟은 영문학도였다.

나 소장은 “영문학 교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박사과정 2차까지 꾸준히 학업을 이었다. 하지만 운명처럼 영문학의 길 대신 차라는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행복한 삶을 가져다준 선택이 됐다”고 전했다.

그가 처음 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원광대학교 평생교육대학원에서였다. 우연히 차에 대해 접하고 배우면서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을 느꼈다. 차를 통해 마음공부라는 것을 직접 경험한 그는 급속도로 빠져들었고 이후에도 영문학과 차를 병행해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 소장은 어느새 영문학의 길에서 벗어나 차와 함께하는 길에 들어서 있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 소장은 “오랫동안 공부한 영문학을 버리고 차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물질만능에 젖어 있는 각박한 이 시대에 차를 통해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였다”며 “돈도 안 되고 갈 길도 멀지만 사람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차를 선택한 나은지 소장은 차 연구에 매진하는 한편 2011년 전통문화연구소 서동각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먼저 나 소장은 소외된 다문화가족이나 이주여성, 결손가정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예절교육과 인성교육을 해주기 시작했다. 애당초 부송동에 위치해 있던 서동각을 현 위치로 옮긴 것도 예절교육에 필요한 넓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매주 지역아동센터나 다도예절 교육을 받기 원하는 신청인들을 위해 교육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전통예절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가정이나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인성교육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나은지 소장은 다도와 전통예절 외에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요구하는 영어교육도 직접 나서 임하고 있다.

나 소장은 “차와 전통 예절이 갖는 인성교육, 그리고 오랫동안 공부했던 영어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며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전통예절과 다도 이외에도 나 소장은 전통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다. 악기로는 가야금을 제법 다룰 수 있으며 판소리는 20년 동안 갈고 닦아 대회에 나가 장원을 수상할 정도로 수준 급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여러 전통분야의 연구 외에도 나 소장은 보다 더 넓은 곳을 향해 걷기 위해 현재 국제차문화학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차문화를 연구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한편 사라지고 있는 고유의 것들을 계승하고자 함에서다.

나은지 소장은 “차와 함께 있으면 더 없이 행복하기 그지없다. 그윽한 차의 향기가 경계 없이 널리 퍼지듯이 차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모쪼록 이러한 차문화가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