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익산의 정체성.. 고도보존계획으로 구현해야
고도에 대한 이해 부족.. 지구 재지정 추진해야

◇ 고도(孤島)가 되지 않도록

지난 18일 오후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세미나실에서는 고도육성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고도보존육성계획의 방향성을 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열린 고도육성 워크숍에서는 각계 전문가들과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익산고도보존계획의 방향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도지구지정의 현황과 개선방향 등이 논의됐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도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도보존육성사업추진의 방향성과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특히 전북문화재연구원 최완규 이사장은 “백제왕도로서 고도익산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고도보존육성사업의 목표와 방향이 역사적 정체성 구현과 연계돼야 한다”며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들의 의견이 사업시행단계에서 외면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마면 주민협의회 강중근 사무국장도 “워크숍이나 토론회, 포럼 등에 가 보면 정작 들어야 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학술적인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행사라 할지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도익산의 정체성 구현해야

고도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따른 정체성과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고도보존이나 육성에 있어서 이러한 특징들을 담아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

익산고도보존계획도 고도로서의 익산이 전하는 역사·문화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를 구현해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백제시대 웅진에서 사비로의 천도 이후, 천도에 대한 찬반세력의 다툼과 남부여로 국호를 개칭함에 따라 내재됐던 왕실과 토착세력간의 갈등은 성왕이 관산성 전투에서 전사한 이후 폭발적으로 드러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대외적인 문제보다도 우선 백제 내부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터.

성왕과 위덕왕 대를 지나 즉위한 혜왕과 법왕은 왕실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인해 모구 재위 2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왕위에 오른 무왕은 그 해결책으로 무왕은 천도를 선택했다.

백제 내부의 분열과 다툼을 해소하고 부활의 꿈을 위해, 고향인 익산에 미륵사를 창건하고 천도를 단행했다. 이로써 왕실 내부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왕실과 실권 귀족들간의 상생과 화합을 통한 백제 부흥의 원대한 꿈을 꾸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사실들에 기초해 전북문화재연구원 최완규 이사장은 “미륵사를 비롯한 익산 지역의 유물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소통과 화합의 대통합”이라고 설명했다.

◇ 고도골격에 맞는 지구지정 이뤄져야

지난 2004년 3월 문화재뿐만 아니라 역사문화환경의 보존 필요성과 해당 지역주민의 손실보상을 위해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익산을 비롯한 경주·부여·공주가 고도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국토연구원은 2005년에서 2007년까지 고도지역의 기초조사를 실시했고 2007년에는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고도육성을 위한 역사문화환경 관리방안과 고도보존을 위한 기초조사연구를 수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지구지정안이 마련됐다.

2007년 선행 연구에서 익산의 경우 미륵산과 용화산 일원, 오금산을 포함하는 익산쌍릉 일원, 왕궁리유적과 제석사지를 포함하는 지역을 특별보존지구로 지정하고 여타의 일부 지역을 역사문화환경지구로 방대하게 지정하고자 하는 안이 제시됐다.

그 면적은 특별보존지구 32.8㎢, 자연형 역사문화환경지구 9.9㎢, 시가지형 역사문화환경지구 1.0㎢로 총 43.7㎢의 방대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방대한 면적의 지구지정안은 공주나 부여와 달리 익산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고, 고도골격 회복을 위해서는 고도관련 유적들의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익산고도보존계획이 수립되는 단계에서는 문화재 영향성 검토권 현상변경 기준안과의 일관성, 주민 불편의 최소화를 위한 기 개발지 조정, 관련개발계획과의 정합성을 위한 기 확정 개발예정지역의 배제라는 틀에서 선행 연구의 안이 검토됐다. 그 결과 지정 면적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특별보존지구의 축소와 역사문화환경지구의 확대가 이뤄졌으며 제석사지 동편의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지구 일부가 배제됐다.

이후 2012년 3월 5일 문화재청은 특별보존지구 0.29㎢, 역사문화환경지구 0.92㎢로 총 1.21㎢에 대해 지구지정을 고시했다. 이는 당초 익산고도보존계획에서 제시한 면적의 3%도 되지 않는 면적으로, 금마면 소재지 일대가 역사문화환경지구로 지정됐으며 금마도토성과 아석정 일대만이 특별보존지구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원광대학교 박물관 김선기 학예연구팀장은 “고도골격을 이루는 왕궁리유적이나 미륵사지, 제석사지, 익산쌍릉, 오금산성, 미륵산성 등의 유적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고도는 공간적 보존이 필요한데 앞으로 보존해야 하는 자연경관이 배제됐으며, 고도골격과 관련이 없는 조선시대 익산향교 주변이 특별보존지구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문화재연구원 최완규 이사장도 “고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구지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하루빨리 재지정이 이뤄져 고도골격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전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역사문화도시 익산, 그 중심에 있는 고도보존육성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돼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을 비롯한 사찰, 능묘, 성곽 등을 포함하는 지구 재지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욱 기자